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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l 07. 2016

대한민국 직장문화를 대표하는 세 가지 악습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대부분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창작품이다.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뿐이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를 보자. 아기가 단번에 성공할 거라 믿는가? 다시 서 보고, 그러다 또 쿵하고 넘어지곤 한다. 아기는 평균 2천 번을 넘어져야 비로소 걷는 법을 배운다.  - 로랑 구넬 -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직장 문화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물론 그들이 속해있던 자국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의견에 공감 가는 부분도 많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의 직장인들은 개개인으로 보면 참 똑똑하고, 논리적이고, 아는 것도 많고,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직 내에서는 그 능력을 잘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 발휘보다는 집단, 조직 간의 알 수 없는 규율과 유대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에 기인한 모습이 아닌싶다. 똑똑한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근, 내 업무는 끝났지만, 퇴근이 미안하다


회사의 중책을 맡고 있는 대기업 K팀 팀원들에게는 주말 출근과 야근은 일상이다. 프로젝트를 나눠서 맡고 있긴 하지만, 바쁜 일정에 쫓기는 동료들이 야근을 하면 너도 나도 덩달아 함께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그리고 마우스를 잡고 흔들다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슬며시 눈치를 살피며 퇴근을 한다.


내 업무는 끝났지만, 다른 동료들이 야근을 하면 괜스레 미안한 생각이 든다. 특히, 상사나 선배가 야근을 하면 그 마음은 더 크다. 그래서 저녁 있는 삶을 포기하고 자리에 눌러앉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필요가 뭐가 있냐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그런 분위기에 휘말리면 어쩔 수 없이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바로 지금의 상사가, 그 상사의 상사가 또 그 위의 상사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관습과도 같은 것이다. 지금 이러한 상황을 불편해하고 괴로워하는 신입사원들이 상사가 되면 바뀔까? 이러한 조직문화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성공을 위한 풍토였기 때문에 대물림에 대물림을 거듭하며 쉽게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을 빠듯하게 쪼개 쓰는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중요하다. 이런 식의 야근이 지속되다 보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업무를 저녁과 밤으로 미루게 되고 안일한 태도로 직장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개인에게 조직에게, 나아가서는 회사에도 마이너스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악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기업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개인을 회사의 소유물 개념이 아닌 각각의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규칙적인생활과 환경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개인의 육체와 정신이 건강해야 조직이 건강해지고, 조직이 튼실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 기업 몇 곳이 바꿀 수 있는 문화는 아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는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도 공동체의 규율이 부과하는 책임에 목숨을 거는 직장생활이 아닌 스스로 일과 삶을 구분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들과 의견이 다르면 반란(?)이다


대기업 J팀의 회의시간이 끝난 후  총명한 사원과 대리급들의 푸념 토론이 이어진다. “그게 말이 되냐?”,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예전에 그거 추진했던 거잖아” 등등 팀장 등 선배들의 의견에 대해 참 말이 많다. 하지만 회의시간에는 대부분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답답함을 쌓아두면 스트레스가 쌓이니 비슷한 급의 동지들과라도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참 안 좋은 습관이지만 직장에서 생활하면 할수록 남들과 의견이 다르면 조화를 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정도 대화를 통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상사나 선배들에게 반대 의견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쉬운 일이다. 요즘에는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신입, 선임할 것 없이 회의시간에 많은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단순히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결정은 상사의 몫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그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묵묵히 동조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직장에서도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직원들을 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을 통한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수년간 전통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구 직원들처럼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또한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능력 있는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해 회사의 혁신을 꾀하는 것보다는 현재 조직 내 개개인의 재탄생을 위한 뒷바라지가 더더욱 필요할 것이다.   



상사의 의견을 반박하면 찍힌다


대기업 H팀 회의시간에 팀장님 업무지시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타당성을 얘기하던 L과장에게 날아든 선배의 한 마디 “L과장, 팀장님이 하라면 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상사의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보다 경험이 많고, 능력이 있어 그 자리에 올랐음을 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직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 수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일단 상사의 지시에 순응하고 따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해야지, 그 자리에서 안 된다는 부정의 말을 내뱉지는 못한다. 그게 도리이고 미덕이고, 보이지 않는 규율이라는 걸 보고 배윘으니까.


이러한 문제는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상사와 의견이 다르면 안 된다는 생각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알면서도 조금 시간이 더 걸리는 길을 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비효율적인 업무 사이클이다. 물론 대놓고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것은 찍히는 지름길이다. 상황상 동조하더라도 잘못된 점은 잊지 말고 체크해 조금이라도 덜 우회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행하면 된다. 이런 작은 신념과 실천이 직장인의 미래를 변화시켜나갈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직딩H

‘남들이 다 그렇게 사는데, 나만 튀고 싶지 않다’는 게 직장인들의 속마음이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바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과 삶을 동일시하는 현 풍토 속에서 삶은 점점 더 각박해지기만 한다. 한 순간에 바꿀 수 없겠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선배가 되도록 노력해. 그러면 5년, 10년 후에는 지금의 상사와는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지 않을까? 개인의 노력이 대한민국 기업문화를 바꿀 수는 없지만 자신이 리드하는 작은 조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가자. ※ 자기계발서 <직장학교> 리뷰를 다가 격하게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별도로 작성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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