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엮는다고 만들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인생행로의 어려움은 물에 있는 것도 아니요, 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 때문이다.
- 백난천 -
<오피스 배우자, 제대로 관리하기>, (WSJ Korea, 2015)라는 기사가 있다. 언뜻 들으면 ‘오피스 배우자’는 불륜이라는 단어를 연상케 해 비도덕적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나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부정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오피스 배우자(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스파우즈)’는 직장 내에서 연인이나 부부처럼 마음을 터놓고 지내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동료를 뜻하는 신조어다.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감처럼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동성 동료 간 보다 오히려 서로 도움을 주며, 보완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는 ‘오피스 배우자’의 득과 실은 무엇일까.
대기업 입사 6년 차의 P대리에게는 ‘오피스 와이프’라고 불릴 만큼 친하게 지내는 이성 동료가 있다. 지금은 다른 팀이지만, 한 팀에서 5년간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업무에 관한 이야기, 팀장님, 팀원들에 대한 이야기, 직장생활의 사사로운 내용, 불평, 불만 그리고 집안일들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사이다. P대리는 유부남이고 동료도 애인이 있다. 업무적인 것은 물론, 커플 간 서로의 집에도 왕래할 정도로 가깝다. 동료는 P대리의 아내와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다. 업무적으로도 자주 만나게 되는 이 둘은 직장에서 남녀가 아닌 남매라 불린다.
직장 내 오피스 배우자는 시작점이 중요하다. 이성적인 감정으로 접근하면 분명 불륜(어느 한쪽이 기혼일 경우)이라는 위험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동료라는 동등한 입장에서 시작해 업무적인 영역에서의 친밀도를 바탕으로 서로의 어려움을 보완해 간다면 분명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일단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면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실제 자신의 배우자와는 공감할 수 없는 직장에 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다. 서로 협업해야 하는 업무에서도 좀 더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동성 동료나 상사와는 할 수 없는 부드러운 대화를 통해 딱딱한 직장생활을 유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직장 내 난처한 상황, 진급 문제, 팀원과의 갈등 등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고,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힘든 일이 있거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동성 동료들은 술이나 마시면서 그 순간을 잠시 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성 동료는 술보다는 진지한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덜어주곤 한다.
P대리와 같은 회사의 타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부남 L대리도 다른 팀에 친한 이성 동료가 있다. 본인 스스로는 ‘오피스 와이프’ 다라는 말을 수시로 했지만, 어느 날 사내 메신저로 둘이 나누던 대화를 다른 팀원이 우연히 보았다. 거기에는 ‘불륜’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 만한 내용들이 가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대리는 여직원 성희롱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얼마 뒤 회사를 떠났다.
직장 내에서 유난히 친한 이성 동료가 있다면 그 관계가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 있다. 직장에서 남녀 간 스캔들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업무 때문에 함께 하는 시간이 많거나, 혹은 식사나 술자리에서 몇 번 목격되었다는 이유로 소문이 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남의 입에 오를 수 있는 곳이 직장이니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플라토닉한 우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사이는 오피스 배우자가 아닌 단순 불륜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명쾌하지 않은 불분명한 관계를 보여주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직장에서둘의 친분을 과시하는 행위, 주말에 따로 만나는 것, 퇴근 후 동료들을 속이고 몰래 만남을 이어가는 것, 사적인 술자리를 자주 갖는 것은 각자의 배우자나 애인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막장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때문에 오피스 배우자는 이성적인 끌림이 배제된 사이어야 한다. 또한 한 사람이 좀 더 깊은 관계를 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더 이상 둘의 관계는 유지할 수도 유지할 필요도 없다.
직딩H
`애인의 오피스 와이프? 절대 이해 못해`라는 기사에 따르면 20~30대의 60%가 ‘오피스배우자’를원하지만, 이들의 70-80%는 본인의 애인이나 배우자의 ‘오피스 배우자’는 절대 반대라는 의견이다. ‘오피스 배우자’에 대해 옳고 그름은 없다. 모든 것은 본인에게 달렸다. 자신이 당당하고 떳떳하면 힘든 직장생활에서 마음 터놓을 이성 친구 한 명쯤 있다는 게 오히려 행운일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억지로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니 괜스레 색안경을 끼고 바라 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