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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l 11. 2016

당당하게 연차를 쓸 수 없는 직장인들의 씁쓸한 현실

"왜 그렇게 자주 쉬니? 주말도 다 쉬는데, 일은 언제 하니?”


계속되는 불경기로 기업들이 연차수당 지급을 적극적으로 줄이면서 원치 않아도 유급 연차를 소진해야만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1년 간의 연차수당을 보너스 개념으로 여기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미사용 연차 수당을 지급하는 기업도 2015년 기준 36.9% 라고 하니, 직장인들의 연차 사용 의무 일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직장인들, 어떤가? 벌써 2016년 상반기가 끝나고 휴가를 계획해야 하는 시점이다. 상반기에 비율만큼의 연차를 사용했을까? 당연히 No일 것이다. (2016년 7월이지만, 나는 올해에 연차를 단 하루도 쓰지 못했다) 연차 일수는 넉넉해졌지만, 마음은 넉넉하지 못한 현실. 회사의 방침과 의도와는 다른 여러 가지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 직장인들은 휴가도 마음대로 갈 수 없을까? 지난 10여 년 간 경험을 토대로 연차 사용의 허와 실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자.



잔소리를 넘어선 치욕, “안 가고 말지!”


국내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K과장은 재작년에 5일의 유급 연차를 반납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일의 유급 연차를 그냥 버려야만 했다. 그 이유는 상사 눈치 보느라 연차를 쓰지 못한 직원들이 연말에 한꺼번에 몰려, 누구 하나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사를 가야 했던 K과장은 연말 5일의 휴가를 내놓고 눈치가 보여 2일만 쉬고 회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주 금요일 XXX 때문에 연차 좀 내겠습니다”라는 말에 “너는 왜 그렇게 자주 쉬니? 토요일 일요일도 다 쉬는데, 일은 언제 하니?”라는 상사의 말을 듣는 게 끔찍하기 때문이다.


지어낸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우리 팀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상무님과 외근을 가던 중 택시에서 자연스러운 틈을 타 다음 주에 휴가를 가겠다고 말한 K과장은 가는 내내 끔찍한 잔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 30여 년 이상을 하신 임원의 마인드는 주 5일 근무도 이미 못마땅한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렇게 윗사람의 눈치 때문에 휴가나 연차 사용하기를 꺼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은 상사가 누구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직장인들도 물론 많이 있겠지만… 문제는 이런 악성 상사가 이상하게도 참 많다는 거다.  



회사에 대한 불만만 차곡차곡,관두고 싶다!  


N여행사에 다니는 S주임은 입사 4년 차지만, 여름휴가 외에 연차를 제대로 써본 경험이 없다. 아파서 입원했을 때 며칠, 아버지 정년 퇴임 때 하루 연차를 쓰고 그 외에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유급 연차를 매년 모조리 반납했다. 심지어 출장을 다녀온 것도 연차에서 빼곤 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사의 특성상 성수기 휴가 금지, 월요일 연차 금지 등 조항도 까다롭고,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바빠 눈치가 보여 선뜻 연차를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주말 출장, 출근도 많은 상황에서 S주임은 해가 갈수록 회사에 대한 불만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일도 힘든데 휴가, 연차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직장인들의 몸과 마음은 더욱 지쳐만 간다. 첫 사례 같은 경우는 대부분 윗사람을 원망하면 되지만, 이번 경우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져 의욕상실과 더불어 업무에 대한 효율성도 떨어진다. 실제로 S주임은 직장에서의 처우나 복리후생 등에 불만이 많아 이직을 늘 생각하지만, 너무 바쁜 일정에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럴수록 자괴감은 커지고 스트레스 역시 차곡차곡 쌓여만 가는 게 느껴진다고… 열심히 일을 하면 보상을 해주고, 그 보상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게 직장인들의 단순한 모습이거늘… 회사는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답답한 현실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 “더럽고 치사해서 관둔다!”


대기업 10년 차, Y과장. 히스테리가 심한 여자 팀장과 일하면서 그만 둘 생각도 여러 번, 하지만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해서 조금만 더 참고 다니자는 심정으로 회사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유산을 하고, 유산 휴가 2주를 받았다. 그런데 월요일에 중요한 PT가 있었던 Y과장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오후에 나와 PT를 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팀장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쉬어야 하는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는 팀원의 말에 팀장 曰 “2-3일 쉬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을 했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Y과장은 서운한 마음으로 회사에 나와 PT를 마쳤다. 그리고 휴가 복귀 날, 팀장의 촌철살인이 이어졌다. “푹 쉬고 왔으니까 쏴야지~” 팀장의 이러한 처사에 팀원들은 경악했고, Y과장은 얼마 뒤 회사를 떠났다.  


직장인들은 아플 때 더욱 마음이 무겁다. 죽을병이 아니면 눈치가 보여 마음껏 아플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자의 문제는 여자가 더욱 잘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위의 사례처럼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사회에서 통용되기도 한다. 위의 사례는 휴가를 하루 반납한 경우지만, 유산까지 한 상황에서 불편한 마음으로 휴가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준 경우라 할 수 있다. 단 하루를 쉬더라도 마음 편하게 쉬고 싶은 게 우리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마음이거늘… 일부러 속을 박박 긁어놓으며 불편한 휴가를 보내게 만드는 사람 또한 주변에는 많다.



 직딩H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도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직장인들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여가활동이나 휴가라고 한다. 직장의 정해진 제도에 따라서라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다면 직장인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육체의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여유롭게 풀 수 있다면 일의 능률도 훨씬 올라갈 테니까. 참 안타까운 직장인들의 씁쓸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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