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책에서도 직장인들은 참 서럽고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인’이라는 단어만 봐도 왠지 안쓰러운 기분 먼저 든다. 요즘 직장인 관련 기사들도 “직장인 절반, 취업 후 오히려 자존감 떨어져”, 직장인 63.8% “취업 후 몸무게 늘었다”, “휴가 때 마음 편하면 비정상… 직장인 70% 회사 전화받아” 등 서러운 내용들뿐이다. 이렇게 불쌍한 직장인에게 승진과 연봉 인상이 가장 큰 낙이라고 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적으로 큰 문제뿐만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서글픈 순간들에 수시로 직면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고 있는 우리 직장인들이지만, 참으로 서럽고, 더러운 순간이 많다.
“나 정말 아픈데… 안 믿는 거 같아!”
2박 3일간의 출장을 마친 다음 날 아침,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늦잠을 잤다는 핑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새벽 6시쯤 팀장님께 문자를 보내고, 출근 시간쯤 전화해서 반차를 내고, 오후에 출근하겠다고 했다. 더 자고 일어났지만, 머리는 더욱 아팠다. 동네 병원에 다녀와도 나아지지 않았다. 회사를 못 가겠다고 팀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출장 보고서도 써야 하고, 출장으로 3일간 자리를 비우고 결근까지 하게 돼서 맘이 불편했다. 대학병원으로 갔다. 뇌수막염으로 5일을 입원했다.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그 와중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봐… 나 진짜 아픈 거라니까…’
“직장인 47% 아파도 참는다”라는 기사를 보고 참 씁쓸했다. 직장인이 아파도 참는 대표적인 이유는 ‘상사, 동료의 눈치가 보여서, 대신 일 할 사람이 없어서’, ‘출근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해서’, ‘다른 동료에게 피해주기 싫어서’ 등이었다. 아파도 마음껏 아플 수 없는 직장인의 삶. 참 서글프다. 10여 년 전 처음 입사 당시 팀장님께서는 위암 수술로 휴직을 하시고도 틈틈이 회사에 나와 업무 보고를 받으셨다. 건재한 존재감의 표출이었다.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일하는 것인데, 아픔까지 반납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고 씁쓸하다.
“나는 일하고도 욕먹는 욕받이 무녀 같아”
방송국에서 자료 요청이 왔다. 차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자료를 보내줬다. 나중에 “네가 뭔데 그 중요한 자료를 마음대로 보내!”냐는 말과 함께 상무님께 무지막지하게 깨졌다. 옆 팀도 다 들릴 정도의 고함이라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나는 분명 보고를 하고 확답을 받고 보냈지만… 차장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 자판만 두들기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한 일들이 너무 많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라는 진리 아닌 진리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참으로 많은 곳이다. 내 잘못도 아닌데, 혼자서 그 잘못을 몽땅 감수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해명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지시를 해놓고 위에서 나 몰라라 하면 그냥 뒤집어써야 하기도 한다. 팀장 급이면 팀원들의 잘못을 떠안고 가야 한다지만, 사원, 대리 나부랭이들에게 가끔은 너무 가혹한 일들이 많다. 잘못하기라도 했으면, 깊은 반성과 사죄 그리고 책임을 지겠지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땐…. 더럽고 치사해서 관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 없기에 우리는 더더욱 서글프다.
“나는 일단 들이부어야 하는 알코올 탱크 같아”
접대 자리에서 점심부터 이어진 술자리는 저녁 6시가 되어 끝났다. 오바이트를 하면서 마셨지만, 쏟아붓는 술을 감당하기엔 체질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너무 부족했다. 팀장님께서는 현지 퇴근을 하라고 하셨지만, 젊은 혈기에 벌건 얼굴로 영어 학원을 가기 위해 다시 회사 근처로 왔다. 후배에게 책과 가방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학원으로 가서 잠이 들었다. 술 냄새 풍기며 잠까지 잔 나 자신이 참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술을 마셔야 하는 자리는 많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술 잘 마시는 사람은 ‘우리 팀의 알코올 탱크’라며 칭찬까지 받는 게 현실이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못 마시는 사람을 이해 못한다. 빼는 줄 알거나, 엄살인 줄 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술을 안 마실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강압적인 조직문화에 혹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또는 분위기 때문이라도 술을 들이붓게 된다. 자리에서 뻗어 자거나, 미친 듯이 오바이트를 할 때, ‘내가 이러려고 회사 들어온 게 아닌데…’라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나는 주말을 너무 오래 못 본거 같아!”
회사에 들어와 난생처음으로 등산화랑 등산복을 샀다. 연말이랑 연초에는 등산을 자주 갔다. 물론 개인적인 산행은 아니다. 회사에서, 부문에서, 팀에서 가는 거다. 그것도 새빨간 주말에… 주말에 등산을 가게 되면 금요일 밤까지 반납해야 한다.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지 가기 싫었지만, 이제는 운동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당기는 두 다리는 나의 소중한 일요일까지 반납하게 만들어 버린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꿀과 같고, 퇴근 시간은 금과 같고 주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이아몬드와도 같다. 고생한 한 주를 마감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직장인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금요일 오후에 떨어진 업무 시지, “월요일 오전까지 보고해라!”를 비롯해, 직장동료 선후배, 협력사 경조사 그리고 주말 산행이나 체육대회, MT 등은 단합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주말까지 반납하며 단합하고 싶은 직장인들은 없다. 주말만을 기다리는 직장인들에게 주말까지 반납하며 헌신해야 하는 현실… 참 서글프다.
직장인들에게는 참 서글픈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누구나 다 겪고 참고 지내는 그런 일들이다. 신세 한탄만을 하기엔 우리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다. 그러니 이런 서글픈 환경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는 것이 옳다. 예전에 상무님께서 “직장에서 욕먹는 거는 다 월급에 포함되어 있는 거야!”라는 말씀을 하셨다. 욕 한 번 먹으면 ‘월급 값 했다’라고 생각하는 대범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현실이다.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내는 우리 자신의 생각이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라."
라는 에이브러험 링컨의 말이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난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주문을 걸어보자. 그러면 지금 보다는 조금, 아주 쪼끔이라도 행복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