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끝나고 사회는 이전의 일상을 되찾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직장생활의 판도가 꽤 많이 변했죠. 재택근무라는 특별한 업무 방식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더불어 칼퇴근은 늘고 회식이나 주말 워크숍 등 퇴근 후의 사회생활은 대폭 감소했죠. MZ세대를 주축으로 직장인들은 저마다 저녁 있는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때부터 원했던 삶이었거든요. 저녁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직장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속감은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으로 '나'보다 '우리'가 익숙했던 시대에 자주 쓰던 말입니다. 요즘은 '우리'보다 '나'를 앞세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함께 나누던 외로움과 괴로움도 홀로 오롯이 움켜쥐고 가야 할 때가 많아졌어요.
이왕 직장인을 할 거라면 소속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장생활에서 활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동료와 함께 누리는 직장생활의 활력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 염미정이 동아리를 제안하는 모습>
"직장생활이라는 게 뭐 별거 없잖아요. 무슨 일이든 6개월만 지나면 그 일이 그 일이고. 그래도 인간관계만 좋으면 다닐 만하니까. 일의 능률도 오르고."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행복 지원센터 상담사가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주인공 염미정(김지원)에게 한 말입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회사는 직장인들에게 동아리 가입을 적극 권장합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동아리 추천도 하죠. 직장에서 동아리 활동은 동료 간 유대감을 바탕으로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입니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말이 잘 통하는 동료를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동질감은 직장생활의 또 다른 활력이 되기도 하죠.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병상련의 동료를 만날 수도 있고요.
요즘 직장에서의 동아리는 적당히 즐기고 술 한잔하는 친목 도모의 장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문화 동아리, 볼링 동아리, 사진 동아리, 와인 동아리, 댄스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거움을 찾기 위한 활동이었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동아리 활동이 대부분 폐지되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살아나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최근 사내 게시판에서 학습 동아리, 독서 토론과 글쓰기 모임, DT(Dgital Transformation) 스터디 멤버를 모집하는 글을 발견했어요.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진 성격의 모임들입니다.
"우리 진짜로 하는 건 어때요? 해방클럽. 전 해방이 하고 싶어요. 해방되고 싶어요. 어디에 갇혔는지 모르겠는데 꼭 갇힌 거 같아요. 속시원한 게 하나도 없어요. 깝깝하고 답답하고 뚫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 염미정은 사내 상담사의 강요에 못이겨 스스로 동아리를 개설합니다. 이를 통해 동병상련의 동료들과 속마음을 나누며 직장생활에서 안정과 만족을 느낍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직장인들의 생각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선배 등쌀에 못이겨 가입하던 동우회와는 다른 건설적인 모임이 많습니다. 시간을 밀도 있게 활용하기 위함이죠. 관심 분야나 외국어를 공부할 수도 있고, 독서나 글쓰기 활동, 특별한 취미 공유를 위한 모임도 많습니다.
현대판 직장인 동아리는 소속감이나 공동체 의식을 운운하는 강제 모임이 아닌 개인의 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모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원하는 모임이나 동아리가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도 직장생활의 활력을 위한 방법입니다. 모임의 리더를 맡으면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스스로 더욱 발전하는 기회일 테니까요.
동아리는 특별한 목적 없이 공통 관심사에 대한 마음을 나누는 모임이죠. 편견이나 차별 없이 동료를 대하면서 인연을 맺고, 인간관계도 확장하는 기회입니다. 공동체 의식을 느끼면서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죠. 수평적인 관계가 이뤄져 넉넉한 마음으로 동료를 알아갈 수 있고 업무에서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혼자서 만끽하는 성취감과 소속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고졸 사원들이 토익 공부하는 모습>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회의 중 반은경(배혜선) 부장이 아이디어를 낸 대리에게 한 말이자, 직장인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의 명대사로 꼽히는 대사입니다. 직장에서 가장 무서운 게 바로 정체 아닐까요. 직장인을 계속할 생각이면 꾸준히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을 위해 동호회뿐만 아니라 회사의 교육 제도, 학습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인재 육성 시스템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어학 과정이나 사내 교육(선택 교육), 학위 취득 등의 제도나 혜택 활용을 통해서도 직장생활에서 활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회사 교육 사이트에서 책을 신청하면 무료로 보내줍니다. 매달 세 권의 책을 공짜로 받아 읽고 있습니다. 다 읽은 후 시험(70점 이상)을 통과해야 교육비가 월급에서 공제되지 않기 때문에 재미 반 강제 반 독서를 합니다. 책 내용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좋은 기회죠. 일종의 게임처럼 책을 읽고 시험에 임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회사의 무료 온라인 강의도 수강해요. 재무회계, 주식 공부, 소설 쓰기, 뇌과학으로 알아보는 자기계발 등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일상에 활력을 주는 강의를 주로 듣습니다. 한 편당 10~15분 정도로 구성돼 있어 점심시간이나 출퇴근 길에 학습하기 안성맞춤입니다. 회사의 교육제도를 십분 활용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어요.
이전 회사에 다닐 때는 MBA 지원 제도가 있었어요. 회사 지원을 받아 해외 MBA를 마친 선후배도 있고, 무급휴직을 내고 대학원이나 국내 MBA에 도전한 후배도 있었어요. 저는 MBA 과정은 아니었지만, 어학 강좌를 수강하고 6개월 동안 무료로 동료들과 영어 수업을 들었어요. 덕분에 시험 성적이 많이 올라 승진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돼요?"
"좋은 걸 못 찾겠으면 아무거나 해."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돼요?"
"그럼 재미없잖아."
아무것도 안 하고 주어진 일만 하기에는 직장생활이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요. 위 대사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회계부 봉현철 부장(김종수)과 고졸 여사원의 대화입니다. 여사원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해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부장의 진심 어린 조언 덕분에 도전하고 한 단계 성장합니다.
직장에서는 희미한 가능성이라도 잡아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여상 출신 사원들은 토익 600점이 넘으면 대리로 진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움켜쥐었어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모여 단순 서무가 아닌 진짜 일을 하기 위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이어가거나 학습을 꾸준히 하는 일은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조금은 수월하게 자기계발을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도움(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일종의 소속감과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앞으로의 직장생활의 동기부여도 되지 않을까요.
계속 직장인을 할 생각이라면
요즘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운운하는 직장인은 없습니다. 저 또한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경력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회사생활에 임하고 있어요. 내가 주인이 아닌 회사에서 하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목가적인 환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환상은 비현실적이다. 모두가 알지 않는가. 세상 온갖 곳 중 하필 직장이라는 곳은, 특히 큰 조직에서는, 자유를 펼치고 개인이 품은 생각을 스스럼없이 실현하는 것과 가장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도서 <오늘 일은 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요즘 직장인의 마인드를 대변하는 말 아닐까요. 시대가 바뀌고 또 바뀌고 있어요. 회사는 직장인들에게 입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언제든 퇴장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이 되어 있다면 직전의 직장생활이 보람찼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세대의 직장인이 원하는 직장생활은 한 회사에서의 꾸준한 성장이 아닙니다. 직장이 아닌 인생에서의 성장에 더 큰 관심이 있습니다. 지속적인 배움과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를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는 삶을 선호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직장생활을 할 심산이라면 현재 몸담은 회사를 십분 활용해 활력을 찾고 능력을 키워내는 것이 개인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직장인일 가능성이 크다면 '그 안'에서 이용 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남보다 조금은 앞서 나가는 현명한 직장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