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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r 08. 2024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 마주해야 하는 '부족함'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영화 <인턴>

약점은 '모자라서 남에게 뒤떨어지거나 떳떳하지 못한 점', 단점은 '잘못되고 모자라는 점', 결점은 '잘못되거나 부족하여 완전하지 못한 점'을 의미합니다. 전부 ‘부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입니다. 이번 글에 등장하는 약점, 단점, 결점은 모두 직장인의 ‘부족함’ 정도의 의미로 표현하였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쉽게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남몰래 품고 살아가는 약점은 질병일 수도 있고, 학력이나 스펙, 부족한 업무 능력, 성격이나 무대공포증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특히 일정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과 일하는 직장인은 더더욱 자신의 부족함을 꼭꼭 숨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요.


"장애물과 도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성공은 멀어진다. 반대로 장애물과 도전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장애물과 도전 때문에 성공하게 된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리처드 폴 에반스는 장애물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끈다고 말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기꺼이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 현명한 직장인의 모습 아닐까요?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 마주해야 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간호사 실습생인 지승재(유인수)는 공황장애 환자입니다. 이를 숨기기 위해 수시로 자리를 비우고 사라지는 등 겉도는 모습을 보입니다. 당연히 선배들은 자꾸 신경 쓰이는 민폐 실습생을 못마땅해합니다. 어느 날 지승재는 공황장애 실습 체험을 하다 자신이 공황장애 환자임을 정다은 간호사(박보영)에게 들킵니다.

▲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한 장면. 정다은 간호사와 지승재 실습생 ⓒ 넷플릭스


"이제부터는 그냥 간호사가 아니라 공황장애 걸린 간호사가 되어야 해요. 공황장애는 단칼에 없앨 수 없다고 해요. 대신 발작이 일어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갈 수는 있어요. 처음에는 일주일 그다음에는 한 달, 이렇게요."

"그게 될까요?"

"승재 씨, 약 먹어요. 이긴다고 이겨지는 병도 아니고 버틴다고 낫는 병도 아니에요."


정다은 간호사의 말을 들은 지승재는 놀랍니다. 결코 들키고 싶지 않은 약점을 선배가 아무렇지 않게 대해서죠.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치명적인 결점을 들켰다고 여기면 곱씹고 곱씹으며 좌절하고 또 좌절합니다. 그렇지만 정다은 간호사처럼 많은 이가 타인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약점은 자신에게도 숨겨서는 안 되는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냉정한 평가는 바로 팀원들이 하는 상사 평가가 아닐까요. 리더가 되기 전에는 별생각 없이 상사를 평가했습니다. 리더가 되니 상사 역할도 내 맘 같지 않고 팀원들 평가도 냉정했습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의 약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분석력, 실행력, 변화와 혁신 마인드, 도전 의식 등의 평가에서 조금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부족함이었습니다. 잘 숨기고 있고, 계속 숨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들켜버리니 허무했습니다.


사실 이 결과는 저밖에 모릅니다. 외면하고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공황장애를 숨길 수 없듯 직장생활 하는 동안 부족함을 숨기고 싶어 전전긍긍할 것입니다.


불편했지만 당당하게 마주해야 했습니다. 리더 평가 결과에서 부족한 부분이 체크된 페이지를 출력해 저만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두었습니다. 책도 읽고, 외부 강의도 들으면서 지속해서 보완하고 있습니다.


또, 저에게는 심각한 발표 공포증이 있습니다. 남 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려 PT나 발표할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단점입니다. 매 순간 조마조마하며 살아왔습니다.


"평소에는 말을 잘하는데, PT할 때는 많이 긴장하는 거 같더라. 정말 안타깝다."


신입 시절 선배의 '안타깝네'라는 말은 발표를 잘 못했다는 의미였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이리 빼고 저리 빼며 피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도망치기 힘들었습니다. 남들보다 부족한 직장인이었죠. 불치병으로 여겨 점점 더 마음이 위축되었는데, 조금은 극복하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직장생활을 주제로 운영하던 블로그를 통해 공무원 대상 강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소중한 기회였지만 처음에는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강의 경력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남 앞에 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승낙해도 거절해도 후회가 남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죠.


담당 주무관은 계속해서 강의를 부탁했습니다. 사정을 자세히 들어 보니 저는 펑크 낸 강사의 대타였습니다. '그럼 기대치가 좀 낮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수락하고 약 20여 일 간 준비를 했습니다. 강의 관련 책 두 권을 정독한 후, 영화 <킹스 스피치>의 말더듬이 왕처럼 라이오넬 로그(언어 치료사)를 찾는 심정으로 무작정 스피치 학원에 등록했어요. 강의료도 받기 전 반 정도를 투자해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결국 도망치지 않고, 쓰러지지도 않고 60여 명 앞에서 세 번의 강의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심지어는 쉬는 시간에 한 청년이 찾아와 "강사님처럼 남 앞에서 말을 잘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저는 남 앞에서 말을 잘 못해요"라고 했습니다. 선배에게 들었던 ‘안타깝다’는 뼈아팠던 말을 ‘말 잘한다’는 공무원의 말이 지워버렸습니다. 여전히 남 앞에 서는 게 어렵지만,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족함을 친절하게 말하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 영화 '인턴‘에서 CEO 줄스(왼쪽)와 시니어 인턴 벤(오른쪽)이 대화하는 모습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화 <인턴>에 등장하는 70세 벤 휘테커(로버트 드 니로)는 직장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은퇴 후 온라인 쇼핑몰의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해 젊은 여성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을 돕는 역할을 맡습니다.


줄스는 며칠간 벤과 함께 일한 후 그를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유를 묻는 동료에게 그녀는 말합니다.


"관찰력이 너무 깊어."


직장에서 관찰력이 없어서 문제인 경우는 있어도 좋은 관찰력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자신을 능력 있는 CEO로만 여기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자신의 부족한 면을 너무 쉽게 알아채는 그가 줄스는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벤은 대놓고 단점 등을 지적하지도, 타고난 관찰력과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쏟아내지도 않았습니다. 정서적으로 힘든 그녀를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면서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와 용기를 건넵니다. 그러면서 줄스는 자신의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나갑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 회사를 15년 다니고 이직할 때였습니다. 이직 마지막 단계는 레퍼런스 체크입니다. 인사담당자는 레퍼리에게 업무 하면서 느낀 점, 업무 능력, 직장 내 평판, 성격 등을 묻고 장점과 단점을 집중적으로 파악합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팀장과 후배에게 레퍼런스 체크를 부탁했습니다. 저를 가장 잘 아는 동료, 싫은 소리 없이 저를 성장하게 했던 상사였기에 이직하게 된 상황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들이 인사담당자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이직 후 두어 달 만에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 레퍼런스 체크 후기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단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후배는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다'라는 점을 얘기했고, 전 팀장은 '혼자 일을 다 하려고 해서 후배들이 일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평소 후배에게 근심, 걱정, 고민을 많이 털어놓았습니다. 해결책도 없는 마음의 짐 이야기를 후배는 잘 들어주었습니다. 영화 <인턴> 속 줄스처럼 그 자체로 힘이 되었습니다. 걱정하는 습관을 쉽게 고칠 수는 없지만, ‘조금 덜 걱정할 만큼 뭐든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면 조금은 걱정이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불필요한 걱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팀장은 평소에도 제게 무리할 수 있으니 혼자 너무 많은 일을 떠맡으려 하지 말라는 얘기를 자주 하였습니다. 후배들에게도 배울 기회를 주라는 조언이었던 것입니다. 업무의 양이 아닌 질에 더 신경 쓰고, 인재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라는 것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모든 언행을 칭찬하는 자보다 결점을 친절하게 말해주는 친구를 가까이하라."


소크라테스의 말에 비추어 팀장과 후배 모두 좋은 동료임이 틀림없습니다. 직장에서 여러분의 부족함을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동료임을 반드시 기억하시고 가까이하시기 바랍니다.


'약점은 또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영화 <인턴>을 보고, 현실에서의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인간의 부족함에 대해 고찰하면서 저의 부족함과도 반갑게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부족함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시로 돌아보고 당당하게 마주하려고 노력해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약점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존경받는다. 약점은 인간다움의 일부다. 약점을 숨기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약점을 인정하고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 호감을 줄 뿐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의 구성원들로부터 칭찬과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다."


책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의 저자 랜디 로스의 명언입니다. 약점이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 굳이 숨기려 애쓸 필요 없습니다.


입사 지원 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자신의 강점과 약점(장점과 단점)을 모두 써야 합니다. 약점란을 만든 이유는 이를 극복해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 또는 강점을 활용해 약점을 극복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약점은 숨겨야 할 부족함이 아닌, 적극적으로 갈고닦아 개선해야 할 또 하나의 강점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직장생활이 조금은 순탄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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