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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04. 2024

딸에 이어 아들도 선생님께 찍히다니

"오늘도 아빠와 아들은 한 뺨만큼 훌쩍 자랐습니다"


아이들 생활과 교육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아내가 아이들을 정성스레 돌봤고, 아이들이 중학교에 오르면서 제가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 학업 등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공부하라고 닦달하거나 일상생활에 시시콜콜 관여하지는 않고 그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아이들 얘기를 잘 들어주고 있지요.


야무진 딸내미와 다르게 조금은 덤벙거리고 활발한 둘째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걱정이 많았습니다. 지각도 종종 하고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끼면 선생님께 할 말도 다 하는 편이라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죠.


"담임 선생님 이상해요."

(아빠 마음: 네가 이상한 건 아니고?)


아들은 툭하면 이 말을 했죠. 이때부터 담임과 아들이 안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선생님을 바꿀 수 없으니 학생이 선생님께 맞춰야 한다고 타일렀지만 반응은 시원찮았습니다.


1학년 2학기에 아들이 회장 출마를 할 때도 담임대놓고 반대를 했어요. 아들이 후보 등록 신청서를 냈는 지원서 분량이 적다고 다시 써오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아들이 다시 써놓은 걸 다음날 깜빡하고 안 가져갔어요. 선생님은 기본도 안 됐다며 아들의 출마 신청을 거부했어요.


"선생님은 말 잘 듣는 모범생 여자애를 회장 시키고 싶어 해요. 여자애도 신청서 조금 썼는데 저한테만 다시 써오라고 했어요."


아들은 다른 선생님과 친구들 도움으로 선거에 나갔고, 담임의 반대에도 당선이 되었습니다.


"저 당선되었을 때 선생님 실망하는 표정을 보니까 통쾌했어요."


(저였다면 굉장히 의기소침했을 일인데) 물론 아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선생님께 최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습니다. 그래도 다른 과목 선생님, 친구들과는 잘 지냈어요. 담임과의 관계도 학기말 즈음부터 조금씩 회복했습니다. 학교에서 따로 연락온 적 없이 무사히 일 년이 지나갔습니다.


큰 탈 없이 2학년에 올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들은 2학년 때도 회장이 되었고 학생회에도 들어가 활동했어요. 회장이한 살 더 먹었으니 좀 더 바른생활을 하겠거니 싶었죠. 그런데 학기 시작하고 한 달 만에 아들 담임 선생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2학년 O반 OOO 학생 담임입니다. OO이가 체육 시간에 자주 늦게 들어와서 체육 선생님께서 몇 번 주의를 주시고 다음에 또 늦으면 결과처리라고 미리 주의를 주었으나, 수업에 다시 늦게 되어 O월 OO일 O교시 체육 시간이 미인정 결과처리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회사에서 회의시간에 아들 담임 문자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들에게 체육 시간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선생님이 시켜서 자는 애들 깨워서 체육관으로 데려가느라 늦은 건데  벌점을 주었다고 억울해했습니다. 두 번째는 학생회 활동 때문에 2분 늦어서 벌점을 받았다고. 여기까지는 제가 아는 상황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벌점을 준 이유는 아마 아들이 잘못을 쉬이 인정하지  않고 억울해했 때문일 것입니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수업에 늦어 찍혔구나라고 생각했죠.


일단 선생님께 아들과 이야기 나누고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문자를 보내고, 아내가 따로 선생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아내도 역시 '죄송하다', '잘 지도하겠다'라고 말했죠.


그런데 선생님께서 의외의 답변주셨습니다.


체육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자주 늦어 체육 선생님이 신신당부를 했는데, 그 타이밍에 아들이 늦은 거라고. 앞으로 잘하면 되니까 크게 의미두지 마시고 앞으로 수업 시간에 늦지 않게만 지도 부탁한다고.


아들이 다소 장난기가 있지만 지각도 안 하고 노력하는 모습 많이 보이고, 2학년 회장이 되면서 1학년때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선생님들도 말씀하신다고 해 주셨습니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려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수업에 늦은 건 두 번이었는데, 처음에는 벌점을 받고 두 번째는 수업 미인정 처리가 되었다더군요.


아들에게 억울한 일이 있어도 선생님께는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진심이 통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사소한 실수가 장점을 가리지 않게 주의하자고 전하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아들도 미소 지으며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들이 수업에 늦어 벌점을 받고 수업도 결과처리가 돼 속상했지만, 오히려 아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두루두루 알게 된 좋은 사건이었습니다. 아들이 이렇게 조금씩 배우고 깨달으면서 성장하는 과정일 테니까요.


아이들을 키우며 불쑥불쑥 화가 치미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학창 시절을 소환합니다. 아이들에게 제 학창 시절을 대입하면 차분한 말투가 나옵니다. 선생님께, 부모님께 듣기 싫었던 말투가 어떤 건지 잘 아니까요.


섣부른 추궁이나 분노 표출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또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성인을 대하듯 (물론 꾹 참고)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합니다. 놀랍게도 차근차근 말하면 아이들은 잘못을 인정하기도 하고, 변명이나 설명도 하고, 반성도 합니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거죠.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처럼 상대를 대하면 싸울 일도 화낼 일도 없다는 것을 고1, 중2 딸 아들과 함께 살며 오늘도 배우며 깨닫고 있네요. 오늘도 아빠와 아들은 한 뺨만큼 훌쩍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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