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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n 24. 2024

이제는 인사 씹혀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알아요'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출근길  마을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 매번 기사분께 반갑게 인사하는 분이 있습니다. 보기 드문 모습에 제가 받는 인사가 아님에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아르바이트생 시절에 한 선배가 저에게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라고 말해줬어요. 저는 신입 사원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큰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회사 문화를 잘 몰랐습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했죠.


대부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니까 기분이 좋아서 더 열심히 했어요. 인사하는 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퇴근할 때 버스를 타면서 '안녕하십니까'를 나지막하게 내뱉은 적도 있어요. 동방예의지국 후손답게 인사를 열심히 한 덕분에 아르바이트생인데도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은 거 같습니다. 먼저 다가서면 사람들은 관대해지잖아요.


저는 학창 시절에도 유독 인사를 잘했어요.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늘 칭찬을 받았는데, 반면에 공부 잘하고 모범생이던 누나는 인사 안 한다는 이유로 괜한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의외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예의범절 부재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한 배 탄 동료들과 인사는 소통의 시작이에요. 신입이라서, 경력이라서 사람들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인사를 참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기 쑥스러워하는 사람도 제법 있죠. 하지만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너를 알아요'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상사나 선배들이 요즘 신입 사원들이 인사를 잘 안 한다며 좀 챙기라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것 같아도 다 지켜보고 있다는 말입니다.


요즘은 회사에서 인사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이조차도 강압적으로 여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알아서 기본기를 지키는 게 좋습니다. 엄마처럼 따라다니면서 친절하게 잔소리해 주는 선배가 줄어드는 시대니 까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면서도 자신을 가장 긍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게 바로 인사라고 생각해요. 처음 직장이라는 무대에 올랐을 때 대단한 실력을 짠 하고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집안으로도, 학력으로도, 자격증으로도, 어학 성적으로도 자신을 완전히 보여줄 수 없어요. 이러한 요건은 이력서에서나 빛나는 거니까요.


책 <센스 있는 직장인의 대화법은 1%가 다르다>에서는 '인사만 잘해도 인생이 바뀐다'며 인사하는 법 3가지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표정이다. 인사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나오는 밝은 미소는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한다. 어두운 표정과 힘없는 말투는 억지로 혹은 겉치레로 인사하는 느낌을 준다. 두 번째는 눈 맞춤이다. 눈을 마주치며 인사해야 '나에게 인사하는구나', '나를 맞이해 주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은 상황 파악이다. 상황에 맞게 인사해야 한다. 친구에게 인사할 때와 직장에서 만난 사람에게 인사할 때는 달라야 한다. 또한 장소에 따라서도 달라야 한다."


직장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친분이 별로 없는 상사나 동료, 선후배와 마주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여기 있어요' 하고 가장 쉽게 알리는 방법이 바로 인사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런데 눈 맞추며 먼저 건넨 인사를 외면하는 사람이 꽤 있어요. 기분 참 별로입니다. 후배에게 받는 상처는 더 큽니다. '누구지?'라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며 지나치는 후배도 있고요. 같은 층에서 같은 카드 키를 목에 걸고 만나는 사람들 모두 같은 회사 직원인데 말이죠.


팀장이 된 지금도 그때 벤 습관으로 여전히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여전히 인사를 씹히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저를 모르는 사람일 겁니다. 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습니다. 습관일 뿐 반드시 인사를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참 별로인 후배구나'하는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별거 아닌 듯하면서도 상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기본예절이니까요. 상사나 선배와 마주쳤는데 고개 빳빳이 들고 외면하면 속마음이 어찌 되었든 오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해했던 후배들과 간혹 마주할 기회가 생겨 대화를 나눠보면 의외로 예의 갑, 반전 갑인 경우도 많아요. 얼굴을 잘 몰라서, 쑥스러워서 인사를 잘 못 한다는 거죠. 그런데 말을 안 하면 누구도 속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괜한 오해받지 않도록 직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무대인사'를 언제나 잊지 말고 실천하기 바랍니다. 인사라는 기본기는 상대가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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