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Jul 29. 2024

상처 주던 선배와 절친이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내 편 찾아내는 손쉬운 방법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지금 회사에서 내 편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몇 명이나 되는지. 내 편인 것 같기는 한데, 속마음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판단하기 주저되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구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업무적으로 통화할 때 편한 사람, 업무 협조를 구하거나 함께 일할 때 불편하지 않은 사람, 또는 퇴근 후 술 한잔하자고 편하게 메신저 날릴 수 있는 사람. 어떤가요,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아르바이트생으로 홍보 팀에 합류했을 때 옆자리 동료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 팀에는 또래도 많고 다들 착하니까 팀원들하고 친하게 지내요. 그런데 한이 씨가 OO 선배에게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분을 주시하게 되더군요. 개성 넘치는 분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선배와 친한 사이가 되었죠. (선배가 먼저 퇴사했지만,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불편하고, 업무로 부딪치면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말을 직설적으로 툭툭 내뱉는 성격이라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고요. 그런데 야근할 때, 주말 출근할 때 자주 마주쳤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죠.


결정적인 건 취미 공유였습니다. 우연찮게 그 선배가 저처럼 일본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침마다 함께 일본어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전날 숙제를 정하고 아침에 시험을 보고 바꿔서 채점하는 간단한 방식이었죠. 더 많이 틀린 사람이 커피나 점심을 사는 내기도 하면서요. 또 한국어가 서툰 일본인 임원 사무실에 함께 들어가 일본어와 한국어 교환 학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업무 외적인 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었죠. 이렇게 맺어진 관계 덕분에 시간이 흘러 서로 다른 팀에 근무할 때도 함께 일하기 편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는 업무를 편하게 요청할 수 있는 동료가 바로 아군 아닐까요.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 한 회사의 이익 추구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피를 나눈 가족 같은, 학교 절친 같은 내 편을 찾는 것은 무리입니다. 성인이 된 후 이익집단에서 만났기 때문에 너나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거든요. 회사는 내 일과 내 안위가 우선인 곳이니까요.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의 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사내교육에 열심히 참여하고 동우회 같은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알아가다 보면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생깁니다.


회사에는 다양한 동우회가 있었지만, 아르바이트생 신분일 때에는 정식으로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업무를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은 동료들 덕분에 문화 동우회에 참석해 영화나 뮤지컬도 함께 보고, 볼링 동우회에 게스트로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죠. 왠지 모를 소속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식원이 된 후에는 당당하게 가입해 활동했어요.


동우회 활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가 회사에 정직원으로 입사했을 때 인맥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업무를 진행할 때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어요. 친분으로 일을 편하게 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안면이 있어 다가가기 쉬운 만큼 심적으로 도움이 되었지요. 또 개인적으로 아는 만큼 서로 업무를 신경 써서 처리하니까 시너지를 발휘해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쌓으며 '내 편'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밟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은 법무 팀에 경력직 변호사가 입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인지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보였습니다. 옆 팀이던 제가 권유해서 저희 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어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운동과 춤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침 그날이 제가 활동하는 사내 댄스 동우회 모임이 있는 날이었어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초대했는데, 얼떨결에 첫날부터 강습에 참석하고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여러 팀에서 근무하는 동료 열다섯 명을 한 번에 사귈 수 있었다며, 새 회사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마워했습니다.



직장 내 동우회를 비롯해 이런저런 공식적인 모임들은 그저 친목과 화합만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업무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회사 측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친목 모임 제도를 운영하고 지원하는 것이죠.


동우회 모임은 업무 외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임원을 만나도 편하게 지낼 수 있고, 팀장을 비롯한 선배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요. 당연히 직장생활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대리 시절에 활동한 볼링 동우회 회장이던 차장이 제 직속 상사로 발령 난 적이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탐색전 없이 바로 적응했고, 내 편이라는 생각에 더더욱 열심히 일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렇게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공동체의식을 통해 친한 동료가 생기면 직장생활이 힘들 때 위안도 받을 수 있고, 업무에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적 관리 컨설팅 회사의 론 프리드먼(Ron Friedman)은 한 국내 언론사 인터뷰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의 조건 중 하나는 "구성원이 회사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우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직장 내 인간관계가 끈끈한 곳에선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더 올라가고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직장에 친한 사람들이 많다면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집중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더불어 "직장 내에서 좋은 인간관계는 이직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의지할 동료나 선후배가 많은 곳이라면 더 많은 월급을 주는 직장에서 이직 제안을 해도 직원들이 잘 안 옮기려 할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요즘에는 거창한 집단의 동우회보다는 소규모로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도 많습니다. 근무시간 외에 개인 시간, 개인 활동을 중시하는 시대이지만, 직장에 취미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토대로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 아닐까요.


하지만 모든 건 절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진심이 전해져야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당신을 마주할 것입니다. 동료를 자신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도구가 아닌, 직장이라는 한 배 위 '내 편'이라는 생각으로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가기 바랍니다.

 


이전 14화 이제는 인사 씹혀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