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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23. 2024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해피엔딩으로 만드는 비법

영화 <엘리멘탈>은 직장인에게 자아성찰의 지혜를 선사합니다


직장인에게 경험은 스승입니다. 부딪히고 깨지고 깨우치고 다시 좌절하고 깨닫고 받아들이며 직장인은 단단해지죠. 이러한 과정을 차근차근 거쳐 직장인은 관리자 단계에 도달합니다. 관리자가 되면 놀라운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지만, 결코 평탄한 삶이 기다리지 않는다는 씁쓸한 현실을 말이죠.


회사에서 리더 교육을 받으며 팀원과의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동병상련의 동지를 여럿 만났습니다. 제가 부족해 겪는 고난의 가시밭길이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많은 리더가 비슷한 문제로 괴로워하더라고요.


관리자가 겪는 고충은 일반 직장인들이 매일 떠올리는 '팀장 왜 저래?', '저 선배 진짜 짜증 나네!'라는 일방적인 마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해결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기 때문에 부담이 크죠.


교육에 참석한 리더들과 함께 팀원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팀장보다 나이 많은 팀원, 원활한 소통이 어려운 어린 팀원, 불평불만만 가득한 팀원, 이기적인 팀원, 말 한마디에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팀원, 연차에 맞는 역할을 못 하는 팀원 등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의 갈등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해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초보 리더들의 눈물겨운 노력이었습니다.


리더 교육을 받고 얼마 뒤, 영화 <엘리멘탈>을 보았습니다. 큰 위안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가 상극이라 여기는 '물'(웨이드)과 '불'(엠버)입니다. 직장에서 물과 불같은 상대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물불 안 가리는 무지갯빛 인간들에게 시달렸습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 재수 없는 말을 평온하게 내뱉는 선후배, 성격 이상한 상사들 때문에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관리자가 되기 전에는 불편 유발자들을 적당히 피하고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나를 지키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법, 버티기 위해 터득한 기술이자 직장인의 보이지 않는 발버둥이었죠.


관리자가 된 후 상황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자신과 안 맞는 팀원들도 끌고 가야 하는 책임이 생겼어요. 관리자 역할은 직장인에게 큰 관문이자 어려운 숙제와도 같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팀원에 대한 마음속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더라도 대놓고 티를 내면 안 됩니다. 모두를 공평하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죠. 왜 그렇게 이전 상사들이 힘겨워했는지를 관리자가 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관리자와 부하 직원들 시선은 대부분 다른 곳을 향합니다. 상사는 야근을 팀원은 칼퇴를, 상사는 10분 일찍 출근을 팀원은 칼출근을, 상사는 회식을 팀원은 칼퇴를 원하죠. 작은 차이지만 물과 불같은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바라보는 곳, 바라는 바가 모두 다르니 불협화음이 생기고 서로 벽을 칠 수밖에 없겠죠.


노력하고 부딪혀도 리더 성격에 모두가 맞출 수 없고, 팀원들 모두에게 리더가 무조건 맞출 수도 없습니다. 개개인을 뭉뚱그려 한 사람 대하듯 할 수도 없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상사의 무게 아닐까요.


"관리자에게는 감정 조절 능력도 실력입니다"


리더 교육을 받을 때 강사가 전한 조언입니다. 감정 조절 못 하는 상사를 많이 만났기에 강사의 말이 무척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다른 세대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극도의 감정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배우며 깨우치고 있습니다.


성급한 판단이 관계를 훼손합니다

<영화 ‘엘리멘탈’의 주인공 엠버(불)와 웨이드(물)가 서로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트장으로 작은 조직 관리를 시작했을 때, 매 순간 분노를 유발하는 팀원이 있었습니다. 몇 개월 지켜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개인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동안 수시로 치밀었던 분노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팩트만 메모해 두었습니다. 면담 시 객관적인 문제점만을 사족 없이 전달했어요. 여러 번 주의를 줘도 고쳐지지 않는 태도 문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의 매사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은 주변 사람을 힘들게 했고, 근무 태도에도 불량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면담하면서 마음속으로 '분명 난리 치면서 그만둔다고 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도 많이 지쳐 있던 터라 알아서 그만두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팀원은 충격받은 모습으로 주말 동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차주에 다시 만난 후배는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어요. 그동안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없어 잘 몰랐다며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분노, 흥분, 어이없음 등 혼자 감정의 지옥에서 쌓아 올렸던 마음의 벽과 냉랭한 감정이 일순간 무너졌습니다.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해 보지도 않고 영화 속 불처럼 '물과는 절대 함께할 수 없어'라고 결론 내렸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영화 <엘리멘탈>을 보면서 물과 불의 관계에 대해 처음부터 비극적 결말을 예상했습니다. 어느 한쪽이 소멸하며 영화가 끝날 거라는 새드엔딩을 확신했죠.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늘 손해 보는 쪽이 있고, 그 사람이 항상 나라고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한 착각이었습니다.


후배와의 일은 영화 <엘리멘탈>에서 물과 불이 서로의 성질을 변화시킨 것과 같은 희망찬 경험이었습니다. 후배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제가 사람을 바꾼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무언가를 깨닫고 상대를 이해하고 바뀌려 노력했기에 변한 것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현실 속 후배의 모습, 영화에서 예상 못 한 물과 불의 해피엔딩을 맛보면서 '나는 인간관계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았지?' 반성했습니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특히 직장이라는 조직에서는 섣부른 포기 전 이해라는 지혜를 기반으로 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바뀌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영화 ‘엘리멘탈’에서 웨이드(물)와 엠버(불)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지만, 마음의 변화로 서로를 이해한다>

조직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머리 큰 어른의 습관을 한 순간에 고칠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후배처럼 깨닫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은 바뀌지 않아요. 외골수 어른의 단단한 고집은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기 일쑤입니다. 조직에서도 흔한 일이죠.


팀장인 한 선배가 차석인 후배에게 업무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차석 역할을 좀더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관리자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대리, 과장 초년 차 정도 업무만 고집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전한 조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지금보다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배는 몇 번 더 후배에게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설명했습니다. 후배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신은 연봉에 비해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을 더 떠넘기려 한다고 여겨 선배와 관계만 틀어졌습니다.


연차가 쌓이고 연봉이 높아지면 조직에서 원하는 역할이 다르고 해야 할 일도 달라집니다. 경력은 쌓이는데 자신의 가치를 작은 틀에 가두는 후배가 안타깝지만,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선배도 더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 문제 없는 조직은 없습니다. 일보다 사람이 더 힘들다는 말, 겪어본 이는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요. 조직에서는 이처럼 물과 불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엘리멘탈>에서 주인공 엠버(불)는 물을 보며 '당연히 나와 다른! 별로인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생각과 많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기겁하며 배척하고 외면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습니다. 나도 어쩌면 다른 이가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벌어지는 일입니다.


관리자가 된 후 후배나 동료를 대할 때는 전보다 더 이해와 아량을 가미하려 노력합니다. 마음만 조금 바꾸어도 상황이 긍정적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이해'와 ‘아량’이라는 긍정 조미료 한 스푼이면 직장생활에서의 내 마음이 조금은 평온할 수 있습니다.


겁도 없이 직장에 뛰어든 이들에게 전합니다


"우리가 안 되는 이유는 백만 가지지만, 난 널 사랑해."

"겁도 없이 너에게 뛰어들었고 우린 무지개를 만들었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입니다. "직장인에게 안 맞는 사람은 백만 명이지만, 난 널 이해하려고 노력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겁도 없이 직장이라는 세상에 뛰어들었으니 우린 무지 노력해야 한다"고 여기면 직장생활이 조금은 순탄해지지 않을까요.


영화 <엘리멘탈> 속 불과 물이 보여준 차이와 거부, 이해와 화합의 메시지는 작지만 큰 세상인 직장에서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해의 노력과 화합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시련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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