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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09. 2024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세 번은 마주하는 사춘기 극복하기

영화 <인사이드 아웃2> 어른에게 전하는 커다란 울림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십대가 된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겪는 감정 변화를 2편에 걸쳐 다룹니다. 최근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했습니다. 신작을 감상하기 전 <인사이드 아웃1>을 다시 한번 감상했어요.


이 영화는 비단 청소년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사춘기는 청소년에게만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죠. 직장인이 되어서도 사춘기(극심한 감정 변화)를 서너 번은 겪고 있거든요. 


처음 원하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의 기쁨이 부지불식간에 슬픔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어요. 수시로 벌어지는 어이없는 상황에 버럭거리는 마음을 속으로 삼키면서 점점 소심해졌죠. 그러면서도 나를 지키기 위해 까칠해지는 자신과 마주하면서 여태껏 견뎌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될 줄 알았던 막연한 바람은 연차와 직급이 차오르면서 착각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또 다른 사춘기가 찾아온 거죠. 수시로 엄습하는 불안과 당황스러움을 비롯해 잘나가는 동기나 동료에 대한 부러움은 제가 하는 일을 하찮고 따분하게 느끼게 했어요.


앞서 언급한 감정들(9가지)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1>과 <인사이드 아웃2>에 등장하는 감정들이자, 내일모레면 20년 차가 될 낡은 직장인의 감정과도 같았습니다. 영화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 과정을 다루지만, 많은 어른이 공감하고 위안을 받기에도 충분했습니다.


"변화와 새로운 감정들은 사춘기에만 겪는 것이 아니니,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도 변화에 대한 감정들을 잘 풀어서 이야기해준 공감가는 영화였다."


한 직장인이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남긴 댓글 후기입니다. 저와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직장인이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테더링 돼 저 또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꿈에 그리던 직장인이 되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업무, 적성에 맞지 않는 일, 부당한 대우, 만족스럽지 못한 연봉과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 힘들고 괴로운 일상이 반복되면서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나’ 고민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직장생활은 참 괴롭구나'를 절실하게 깨닫는 시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최소 세 번쯤은 겪는다는 직장인의 사춘기 슬럼프라고 할 수 있죠. 첫 슬럼프는 입사 3년차 즈음 찾아옵니다. 3년 정도 되면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이직 등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입사 후 1년차 신입사원 때는 바짝 긴장해 정신없이 일을 배우고, 2년 차에는 업무가 손에 익기 시작합니다. 3년 차에는 조직문화나 웬만한 일과 사람들에 익숙해지면서 신입 시절의 설렘과 열정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되고 좀 더 나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죠.


이런 심리적 변화는 3년 차에 이어 6년, 9년 차에 온다고 해 ‘3·6·9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3·6·9 증후군은 직급 체계와도 연관이 있어요. 기업별로 다르지만 3(4)년 차에 대리 승진, 6(7)년 차에 과장, 9(10)년 차에 차장(부장)으로 승진합니다. 제때 진급하면서 사회생활을 이어 간다면 별문제 없겠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의 변수 속에서 서열이 뒤섞여 버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때문에 직장인들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미래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감정 변화가 급격한 사춘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퇴사나 이직을 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실이 괴롭다는 이유로 다른 회사로 환경만 바꾼다고 사춘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는 ‘어디에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 새롭게 등장한 감정 불안이의 모습>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인사이드 아웃2>에 등장하는 '기쁨이'의 매우 현실적인 말입니다. "직장인이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너무 와닿는 말 아닌가요. 불행을 당연한 듯 여기고 살아가는 직장인의 감정을 심플하게 보여줍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 기쁨에 둔해집니다. 벌어서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기쁨 보다는 불안함과 초조함에 잠식당해 발버둥치면서 소소함에도 기뻐하던 일상이 점점 활력을 잃어갑니다.


영화에서 라일리처럼 '불안이'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버티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주변인들 카톡 상태 메시지에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구를 본 적 있을 것입니다. 남들도 똑같이 겪는 사춘기를 좌절과 불안, 따분함으로 탕진하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아닐까요.


사춘기 극복의 묘약1, 나만의 아군


영화에서 라일리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친구들에게 등을 돌립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곁에 있을 때 훨씬 행복했고 편안했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습니다. 서로의 끈끈한 아군이었던 친구들은 활짝 웃으며 라일리를 다시 받아줍니다.


"친구들은 우릴 일으켜주지. 우리가 넘어져 있을 때 그리고 만약 일으켜주지 못한다면 그들은 같이 누워. 그리곤 잠시 이야기를 들어주지."


<인사이드 아웃1>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청소년기에는 친구가 가족보다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사회에 나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에서도 든든한 친구(아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대리 시절 같은 파트에 선후배 4명의 업무 파트너가 있었어요. 하지만 휴가나 출장 시 업무 대행은 2년 선배인 A 과장에게만 부탁했습니다. 선배지만 동갑이고, 결혼생활에 대한 공감대, 취미가 비슷해 친해졌기 때문입니다. A 과장도 거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조했습니다. 업무 관련해서 과감한 조언도 마다하지 않아 마찰도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훌륭한 아군이라는 생각은 늘 확고했습니다.


인적관리 컨설팅회사의 론 프리드먼(Ron Friedman)은 일하기 좋은 직장의 조건 중 하나는 ‘구성원이 회사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친한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높아지고 적극적인 피드백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더 올라가고, 심지어 이직률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전합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었을 때 혼자 버티는 것보다 마음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위안이 됩니다. 직장이란 곳은 독불장군으로 살아가기 힘든 곳입니다. 직장인인 내 마음을 가족보다 깊이 헤아려 줄 수 있는 소울메이트가 곁에 있다면 직장인 사춘기를 조금은 덜 힘들게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사춘기 극복의 묘약2, 나를 대하는 태도


친구들과 도서관에 출근 도장 찍으며 취업을 위해 애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운 좋게 셋 다 큰 기업에 입사했어요. 한 친구와 저는 첫 회사에 15년 이상 다녔습니다. 나머지 친구는 회사를 5번 이상 옮겼습니다. 


'우리 회사는 만년 업계 2위야', '회사 사람들이 이상해', ‘'일이 슬슬 지겨워', '복리후생이 너무 빈약해'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부정적인 태도로 처한 환경만 탓하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신입사원 시절 갓 구워낸 카드 키를 목에 걸고 마냥 기뻐했던 모습이 떠올라 씁쓸했습니다.


<2월 대학 졸업자 5명 중 3명 '아직 취업 준비 중'>, <청년 일자리 20개월 연속 줄었다> 등의 제목이 달린 기사가 흔한 시대입니다. 반면 매일 출근할 곳이 있는 직장인 중 불평불만이 없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죠. ‘회사 너무 짜증난다’, ‘팀장 왜 저래?’, ‘내가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을까 봐!’ 주변에서 흔하게 들리는 메아리 같은 말입니다.


"태도는 사소한 것이지만, 그것이 만드는 차이는 엄청나다. 즉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의 말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직장생활에 임하면 모든 일은 삐딱하게 보일 것이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삶 속에서 인생은 점점 더 불행해질 뿐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 등장하는 기쁨이와 슬픔이의 모습_출처: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모션 픽처스>


"기쁨아, 라일리가 널 부르고 있어."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에 휘둘리던 주인공 라일리는 어린시절 겪었던 기쁨의 감정을 기억해 냅니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감정을 되새기며 새로운 자아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분명 행복했던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회사에 합격했던 순간, 승진했던 그때, 회사에서 인정받았던 시절 등을 밑거름 삼아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하는 일은 긍정의 결과를 낳고, 반복되는 부정적인 생각은 성격조차 그렇게 바꿀 수 있습니다.


"행복한 건 좋은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행복할 필요는 없어. 약간의 슬픔이 때론 너의 인생을 훨씬 다채롭게 만들어주거든."


영화 <인사이드 아웃1>이 전하는 인생에 대한 짧은 명언입니다.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도 같이 가야지"라는 영화 속 불안이의 말을 떠올린다면 기쁨과 슬픔은 삶의 양념 같은 감정이라는 사실도 쉽게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기쁜 마음으로 입사했지만, 슬프게도 자신이 원한다고 회사에 남아서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버틸 수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까칠하고 부정적인 생각,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불안한 마음에 지배당하면 직장생활의 질은 한없이 떨어집니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고,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맛집도 가고, 월세 내고 카드값도 갚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직장을 다님으로써 가족이나 애인이 행복할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해야 합니다. 직장에서도 함께 술 한 잔 기울일 동료가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네가 옳아.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정할 순 없어."


영화 속 '불안이'의 말처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하는 사람은 나뿐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내가 나의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내가 탄생한다는 뻔하지만 따듯한 진리를 선사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어른에게 커다란 울림과 위로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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