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직장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토요일 아침에 기분 좋게 눈을 떴는데, 오전 9시 정각에 날아온 이사님 카톡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일요일 오전 9시에 OOO 건에 대한 회의를 하자는 내용이었죠. 긴급한 사항이 아니었기에, 월요일에 논의해도 되는 회의였습니다. 부사장님 지시라니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소중한 주말을 망쳐버렸습니다. 보통 많은 직장인이 일요일 오후가 되면 우울해지는데, 토요일 아침부터 우울함을 안고 주말을 보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월요일이 아니더라도 출근 앞에서는 언제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월요일 아침이면 딱히 어디 아픈 것도 아닌데 눈도 잘 안 떠지고 머리도 몸도 묵직합니다. 저는 월요일에는 온종일 몽롱함을 느끼는 이상한 병에 걸렸습니다. 우울함, 피곤함, 지겨움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른바 ‘월요병(출근병)’이죠.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8%가 월요병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사직서’가 가장 많이 검색되고, 직장인이 두통약을 가장 많이 사는 요일이 월요일이라고 합니다. 한 방송사에서 ‘월요병’ 해결책으로 ‘일요일에 출근해 잠깐 일하면 도움 돼’라는 뉴스 보도 후 직장인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죠. 제 경험상으로도 일요일 근무는 더더욱 최악의 월요일을 만들뿐입니다.
영국의 한 의학저널에서 내놓은 ‘월요병의 10가지 진실’이라는 연구 결과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월요일 오전 11시 16분 전까진 대부분의 사람이 웃지 않는다. 월요일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약 12분 정도 불평을 한다. 월요일에는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3시간 30분밖에 안 된다. 월요일이 가장 자살률이 높고, 심장병 발생 빈도도 높은 날이다.
월요일은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날입니다. 어쩌면 ‘희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직장인에게는 장애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매주 나타나는 장애물, 심지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뻔히 아는 장애물에 당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이 있을까요.
"산사는 평화로운가? 난 천근만근인 몸을 끌고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니 몸은 기껏해야 백이십근. 천근만근인 것은 니 마음."
최근 정주행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신세 한탄하는 대기업 직장인 박동훈(이선균)과 겸덕 스님(박해준)이 문자로 나눈 대화입니다. 두 문장 모두 깊게 공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인간의 마음을 지옥으로 이끄는 것은 바로 어리석음이다”라고 말씀하신 것도 같은 맥락이죠.
"아침이면 도살장 끌려 나가는 것처럼 죽지 못해 일어나 나가고. 당신 보면 짠하다가도 울화통 터져."
"다 이래. 나처럼."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 아내(이지아)가 남편에게 한 말입니다. ‘다 이래. 나처럼’이라는 말에 십분 공감하지만,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지울 수는 없습니다. 겸덕 스님과 부처님 말씀처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월요일을 이기기 위해, 한 번쯤은 노력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직장인들이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이끄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선재 보는 맛에 살아요", "여태껏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 선재야", "월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인기리에 방영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영상 클립에 '월요병'이 완치됐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월화 드라마 덕분에 월요일이 기다려진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연구소(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OTT 플랫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목적 1위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가 57.1%로 가장 높았습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드라마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몰아서 완주하는 트렌드이지만, 그렇게 되면 시간을 한꺼번에 많이 소비하고 피로도도 높아집니다. 저는 매주 수요일 방송하는 <나는 솔로>를 아껴두었다가 월요일 출근길에 시청하곤 합니다.
나만의 특별한 요일별 드라마를 정해 놓고 출근병 극복을 위해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선재 보는 맛’에 산다는 직장인들처럼 나만의 설렘으로 월요일 출근길 기분을 업그레이드해 줄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지겨운 출근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앞서 언급한 OTT 시청뿐만 아니라 독서와 음악감상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 타기 전 책을 꺼내고 출근 시간의 반은 책을 읽고, 나머지 시간에는 저만의 음악 폴더를 활용해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우리 뇌는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을 스스로 습관화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금연을 위해 지독하게 노력하던 사람들이 식후와 술자리에서 무너지고, 군것질과 야식을 끊겠다던 다짐이 한순간에 망연자실해지는 이유가 바로 뇌의 강한 명령 때문입니다.
"인간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풍부한 지식이나 피나는 노력이 아니라 바로 습관이다. 인간은 습관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지켜야 할 첫 번째 법칙은 좋은 습관을 만들고 스스로 그 습관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작가 오그 만디노(Og Mandino)의 말입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사례와 반대로 긍정적인 행동도 얼마든지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의식적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어 생활 리듬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영국 서섹스대학교 인지심경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박사팀이 발표한 효과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 1위는 독서였습니다. 한국에서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합니다. 직장인이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습관이 바로 독서 아닐까요. 뇌에 독서라는 습관을 한 번 입히면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자기계발도 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 2위는 음악 감상이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음악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춘다고 합니다. 무조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멜론을 켜라는 것이 아닙니다. 괴로운 출근길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출근병이 도질 때마다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출근길에만 책을 읽습니다. 어려운 서적보다는 소설과 에세이 등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스트레스가 사라집니다. 또 출근길 음악은 캐논의 변주곡 모음과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CCM을 주로 듣고 있습니다. 마음을 평온하게 다지고 회사에 출근하기 위한 저만의 루틴이자 노력입니다.
뇌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것이 습관화되려면 평균 21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습관이 완전히 몸에 배 익숙해지는 데는 약 63일에서 100일이 소요된다고 하니, 두세 달 정도 꾸준히 노력하면 월요병 극복을 위한 새로운 습관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월요일입니다. 그런데 직장인들은 왜? 당연한 일로 굳이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요? 그렇다고 화요일부터 갑자기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람은 사소한 생각의 전환,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떠다니는 엄마와 딸이 싸우는 영상을 봤습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딸은 잔뜩 화가 나 있는데, 엄마는 딸의 그런 모습도 귀여운지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딸은 분해서 울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립니다. 저 또한 웃음이 터졌습니다. 웃음이 이렇게 중독성이 있습니다.
웃을수록 행복해진다는 것은 생리학에서도 증명한 사실입니다. 웃는 표정만 지어도 뇌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해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웃음은 우리의 뇌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몸속 근육 약 600개 중 250개 정도를 수축과 이완시켜 신진대사를 촉진합니다.
사람의 뇌는 의외로 단순해서 의도적인 연습만 해도 행복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출근 준비를 할 때 세면대 앞에서 방긋방긋 웃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하루, 나 자신을 지키고 위로 하는 시작이 될 테니까요.
"사랑하는 동생아, 난 이세상에서 니가 제일 부럽다. 대기업 부장. 아침에 일어나 갈 데가 있는 놈. 난 다시 태어나면 꼭 너로 태어나고 싶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출근하는 박동훈에게 큰 형이 보낸 문자입니다. 누군가는 도살장에 끌려가듯 다니는 회사지만, 떠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 지독히도 싫어했던 직장생활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직장생활을 택한 사람은 바로 자신입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출근길이 매일 힘들다면 이는 회사의 책임도, 사회의 책임도 아닌 바로 자신의 책임입니다. 드라마 속 대사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다니는 지옥 같은 회사를 천국으로 바꾸는 것도 바로 자신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