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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Sep 13. 2024

잘못된 습관, 직장에서 호구 잡히는 지름길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블랙독>이 전하는 화끈한 충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이가 ‘호구 잡히다’, ‘호구 잡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호구 잡히다’는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이 되어 남에게 속거나 이용당하다’는 의미입니다. 당사자에게 좋은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취급을 받는 사람이 조직에는 분명 존재합니다. 저 역시 주니어 시절에는 호구를 많이 잡혔거든요.


"야 육가. 너 일부러 그랬어? 이거 어디 곱게 철회해 줄라 그랬더니 어디서 엿을 먹여!"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잡아뗐다며. 감사팀에서 내일 재조사 나오겠대. 너랑 나랑 불러 앉혀놓고 대질시키겠다고. 아, 나 이게 어이가 없어가지고 진짜. 야! 이 개만도 못한 호구 새끼야?"

"호구..."

"그래 이 호구 새끼야. 야이 개만도 못한 호구새끼야."(그런 건가. 역시 그렇구나. 난 호구였어)

"니가 다 걸고넘어지면 우리 팀 전체가 날라가는 건데. 니가 얘네 평생 책임질 거야? 이 새끼 이거 이제 보니까 아주 이기적인 새끼네 이거.”

"죄송합니다."

"죄송해?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내가 더이상 듣고 싶지도 않아."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갑질을 일삼던 공찬석 팀장(최대철)이 자신의 과실을 제일 만만한 육동식(윤시윤)에게 뒤집어씌웠는데, 동식이 태도를 바꾸자 쏟아낸 막말입니다. 육동식은 조직에서 이미 호구로 자리매김했기에 모두가 이 상황을 바라만 볼 뿐 누구 하나 도움을 주거나 말리지 않았습니다.


'죄송하다'는 말,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회사 다닐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죄송합니다’였습니다. 내가 잘못을 했든 안 했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생활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습니다. 처음에 패기 있게 ‘아니요, 제가 한 것이 아닌데요’라는 말은 3개월도 채 가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라는 말을 입에 담았습니다."


한 직장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입니다.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습관적 표현'이었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방법이 과연 자신을 위한 일이었을까요?


조직에서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 아니라면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아끼는 게 좋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상황에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죄송하다'는 말로 매듭지으려는 태도는 회피형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고 만만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파트장이 되었을 때 유독 '죄송합니다'를 남발하는 직원에게 '죄송하다고 좀 하지 마'라고 충고한 적 있습니다. 주변 동료들조차 그를 쉽게 여기는 게 보였거든요. 사회생활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팀장이 되어 보니 무조건 ‘죄송합니다’를 남발하는 직원들을 상사들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만만하게 보거든요.     


주위를 보면 유독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를 반사적으로 내뱉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하는 말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영혼 없이 튀어나오는 말이라는 걸 알기에 반복되는 그 말이 불편했습니다.

A 과장은 꿈에 그리던 부사수를 받았지만, 그리 탐탁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진급한 B대리는 꼼꼼하지 못해 실수가 잦았습니다. B 대리는 매번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상황을 넘겼지만, 같은 실수와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A 과장은 "잘못한 걸 알면 고쳐야지. 맨날 죄송하다고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진지하게 충고했습니다. B 대리는 눈물까지 흘리며 참회하는 듯했지만, A 과장은 여전히 B 대리가 비슷한 실수를 남발하며 ‘죄송합니다’만 외치고 있다며 속이 터진다고 했습니다.


조직에서 이러한 언행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면 실수가 잦은 사람, 신중하지 못한 사람, 잘못을 고치지 않는 무능하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걸 피할 수 없습니다. 습관적인 사과는 의도와 다르게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드라마 ‘블랙독’에서 고하늘 선생이 진학부장에게 조언을 듣는 모습_출처: tvN>

"학교 들어온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출석 체크, 프린트도 제대로 못하고 내가 어떻게 믿고 부서 일을 더 맡기겠어요. 안 그래요?"

"죄송합니다."

"그 죄송하다는 소리 말고 직접 보여달라고요. 능력만 있어봐. 낙하산이든 헬리콥터든 누가 뭐라 그러나."


기간제 교사의 우여곡절을 다룬 드라마 <블랙독>에서 진학부장(라미란)이 기간제 교사인 고하늘(서현진)에게 한 말입니다. 단순히 사과에서 그치지 말고 개선된 결과를 보여줘야 사과를 인정하겠다는 메시지였죠. 고하늘 선생은 '죄송하다'에 그치지 않고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계를 개선해 나갑니다.


사과는 자신이 잘못한 일을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지만, 궁극적 가치는 상대에게 오해를 풀어주는 시작입니다.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 방안 없이 무조건 상대에게 용서받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도, 일방적으로 본인의 감정만 전달해서도 안 됩니다. 고하늘 선생처럼 실천과 개선이 중요한 거죠.


사과도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한마디의 진실된 사과가 케케묵은 오해를 풀어주는 열쇠가 될 수도 있고, 어설픈 사과 한마디가 불난 데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양한 상황이 있겠지만, 벌어진 일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 잘못된 원인을 찾아 바로잡는 것이 순서입니다. 요즘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은 가치가 없습니다. 열심히는 당연! 잘하는 게 중요한 시대니까요. ‘죄송합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죄송한 다음 스텝이 더 중요합니다.


상사가 윽박지르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황해서 ‘죄송합니다’만 연발하지 말고 ‘확인해 보겠습니다’를 먼저 외치고 과오가 밝혀졌을 때 사죄해도 늦지 않습니다. 팀원들 앞에서 ‘뭘 잘못했는데?’부터 ‘그러니까 니가 안 되는 거야!’라는 온갖 수치스러운 소리를 다 듣고 난 후 상사의 오해나 착각이 불러일으킨 비극이라는 게 밝혀지면 너무 억울합니다. 상사도 무의미하고 애매모호한 ‘죄송합니다’보다는 명확하고 계획적인 해결 방안에 더 목마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과는 발생한 사건에 대한 종결이 아닌 올바른 관계의 시작입니다. 이는 업무와의 관계부터 사람과의 관계까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의미 없이 무한 반복되는 ‘사랑해’라는 말에서 아무 감흥도 느낄 수 없듯, 알맹이 없는 ‘죄송합니다’도 상대방에게는 무의미한 방언(放言)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조금' 냉정해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너는 맨날 뭐가 그리 죄송해? 그렇게 허구한 날 빌빌거리고 사람 좋은척하니까. 당하고 사는 거야. 으이그 못난 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회사에서 잘릴 위기에 놓인 아들(육동식)을 보면서 아버지가 쏟아낸 말입니다. 육동식은 마음이 약하고 소심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며 휘둘렸고, 본인이 잘못한 일이 아님에도 ‘죄송합니다’를 남발했습니다. 동식의 아버지가 홧김에 한 말이지만,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품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는 주인공 육동식의 모습_출처: tvN>

'저라고 당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사람 좋은 척 버티다 보면 누군가 한 명쯤은 말해줄 줄 알았습니다. 니가 잘못 산 게 아니라고. 그런데 그런 일은 역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육동식의 독백입니다. 일부러 사람 좋은 척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타고난 성격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이용당하면서도 자신을 쉽게 바꿀 수 없을 뿐이죠.


하지만 누구나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가는 조직에서만큼은 나를 지키기 위해 조금은 냉정하게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호구 잡힐 수도 있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야 직장생활에서의 괴로움이 한움큼이라도 줄어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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