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팀장'이 아닌 '필요한 팀장'이 되어야

팀장이란, 상황에 맞게 부족한 역할을 채워주는 사람

by 이드id


타고난 기질과 자라온 환경이 다르니 사람마다 성격도 각기 다릅니다. MBTI로는 사람 성격을 16가지로 나눌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이 존재합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요구되는 역할과 태도가 다릅니다. 어느 단계까지는 자기만의 색깔을 인정받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유독 팀장에게만은 천편일률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은 알아서 척척, 윗사람에게 충성하면서 인정받고, 팀원들까지 문제없게 챙기는 역할. 결국 만능이 되어야만 한다는 압박, 칭찬은 줄어들고, 조직을 위한 희생은 당연시되며, 팀원들 불만까지 잠재워야 한다는 기대. 많은 사람이 이런 모습을 '이상적인 팀장'이라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만능형 리더가 얼마나 존재할까요.


"애들도 좀 갈구고 그래야 말을 잘 듣지. 꼭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야."


상사에게 이런 충고를 듣곤 합니다. 군대에서 어떤 고참은 호통이 특기고, 또 다른 고참은 부드럽게 후임들을 이끕니다. 회사에서 팀장의 모습도 성격 따라 다릅니다. 팀장도 각양각색의 사람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을 수밖에 없죠. 팀장의 역할을 섣불리 정의하고,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이 되고 알게 된 것들


직장생활 초기 시절에는 '일만 열심히 하면 인정받겠지'라고 여겼습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실력보다 회식 자리의 존재감, 적당한 정치력, 눈도장이 중요할 때가 많았죠. 사원 시절에는 아부 못 한다고 구박을 받았고, 차장 시절에는 팀장에게 '쓸데없이 후배들이랑 어울리지 말고 부장, 임원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눈도장 찍어라'라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불현듯 예전 팀장이 떠올라 연락을 했습니다.

"팀장님, 예전에 제가 많이 잘못한 거 같아요."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예전 팀장님 마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대화는 훈훈한 웃음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제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습니다. 지금 제가 바로 팀장이기 때문입니다. 팀장이 된 후 가장 큰 산은 '사람'이었습니다.


"꼬우면 니가 팀장해!"


윽박지르는 팀장과 일한 적 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더니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때 그 팀장님도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와 어려움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을 테니까요.


지방 발령을 앞둔 한 팀장이 팀원들에게 진심을 담아 자필 편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떠나면서 왜 지적을 해. 완전 꼰대야" 상사의 진심 어린 소통도 통하지 않는 시대, 씁쓸했습니다. 리더의 말은 의도와 상관없이 언제든 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승진을 거부하는 요즘 세대


<"승진하면 퇴사할래요"⋯2030세대의 '승진 거부'> 기사 제목이 말해주듯, 젊은 세대 상당수가 승진이나 팀의 리더가 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리직을 맡으면 조직의 성공과 성과에 대한 책임, 리더십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워라밸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1997∼2012년 출생자)의 절반 이상(52%)이 중간관리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72%는 팀을 이끄는 것보다 개인적인 성장과 기술 축적에 시간 쓰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30 직장인의 리더 인식 기획조사 2025'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47.6%가 리더를 맡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저는 관리자 되는 건 관심 없어요. 우리 팀장님만 봐도 너무 힘들어 보여요."


30대 후배가 대놓고 말했습니다. 리더 직급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점점 두드러지는 이유,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옆에서 지켜볼 때와 직접 맡았을 때의 무게는 천지 차이입니다. 나름대로 노동의 무게를 열심히 견뎌 팀장이 되었는데, 그 부담은 주어진 보상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더욱 버거웠습니다.


'감정 관리'도 팀장의 실력


노동의 무게뿐만 아니라 감당해야 할 감정의 무게 또한 버겁습니다. 상사의 감정, 팀원 한 명의 감정 기복도 결국은 팀장의 몫이 됩니다. 성과, 팀 분위기, 평가, 퇴사, 심지어 개인적 고민까지도 모두 감정 노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동료 팀장이 하소연했습니다.

"위아래에서 아주 난리야. 팀원들은 대놓고 내가 못마땅하고, 임원은 애들 못 잡는다고 갈구고. 내가 무슨 감정 쓰레기통이야?."


"잘해보려는 마음이 앞서 화도 내고 재촉하다가, 팀원들한테 직장 내 괴롭힘 신고까지 당했어. 정말 서럽고, 열받고, 괴롭다."


한 친구가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겪은 일입니다. 초기에는 상사에게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상사에게 '도대체 애들한테 어떻게 했길래…'라는 질책을 받았다며 괴로워했습니다.


리더 교육을 받을 때 강사가 말했습니다. "팀장은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늘 말을 아끼고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라고. 결국 팀장은 성과 관리뿐만이 아니라 '감정 관리'를 통해 팀을 지켜내야 합니다.


'이상적인 팀장'이 아니라 '필요한 팀장'


"팀장님은 감정 기복이 없으신 것 같아요."


한 팀원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평소의 저는 감정 기복이 널을 뜁니다. 그저 회사에서 상사를 대할 때와 팀원을 대할 때, 그에 맞는 페르소나를 쓰고 있을 뿐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혼자서 화를 삭이고, 한숨으로 마음을 달래는 순간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상사에게도, 팀원들에게도 인정받는 팀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의 기준이 다르고,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저 머무는 동안 상사에게, 팀에, 팀원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더는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라는 피터드러커의 말을 되새기며, 최소한, '적절한 감정 관리 능력', '빠른 상황 판단력(의사 결정)', '팀원에게 손 내밀 용기' 정도는 갖추자 다짐했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팀장은 드라마에나 존재하지 않을까요. 상사에게는 엄격함이, 팀원에게는 따뜻함이, 조직에는 성과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그때 요구되는 역할은 달라지고, 팀장은 그 변화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팀장이란, 완벽한 리더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부족한 역할을 채워주는 사람입니다. 다른 팀장보다 조금 모자랄 수 있고, 상처받을 수 있고, 때로는 흔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만큼은 조직과 팀원 곁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 그것이 팀장의 진짜 실력이고 책임입니다.


'이상적인 팀장'이라는 모호함보다, 지금 이 자리에 당장 '필요한 팀장'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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