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체력) MP(정신력)의 총량은 허벅지가 결정한다

by LifeRpg

오후 2시만 되면 방전된 배터리처럼 축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은 아직 한창 일할 시간인데 이미 눈은 반쯤 감겨있고 머리는 멍하다. 물약 같은 커피를 세 잔씩 마셔도 잠깐 정신이 들 뿐 금세 다시 무기력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력이 약하다고 자책한다. 남들은 야근을 하고도 멀쩡한데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할까 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캐릭터가 가진 기본 스탯 즉 HP와 MP의 총량이 너무 작아서 생기는 문제다.


게임에서 레벨 1짜리 초보 캐릭터는 HP가 50밖에 안 된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물약을 마셔도 최대 50까지만 채울 수 있다. 적에게 한 대만 맞아도 빈사 상태가 된다. 반면 만렙 캐릭터는 기본 HP가 5000이 넘는다. 웬만한 공격을 받아도 끄떡없고 잠시만 쉬어도 회복되는 속도가 다르다.


직장 생활이라는 긴 레이드를 버티려면 물약을 마시며 버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내 몸이라는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일이다.


많은 직장인이 사무직은 머리로 일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뇌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기관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는 엄청난 고강도 체력소모 노동이다. 이 노동을 감당할 기초 체력, 즉 피지컬이 받쳐주지 않으면 뇌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중요한 사실은 체력이 정신력의 최대치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멘탈이 나갔다고 말하는 상황을 복기해 보자. 멘탈이 깨지는 순간은 대부분 몸이 지쳐있을 때 찾아온다. 야근으로 몸이 녹초가 되었을 때 상사의 잔소리는 평소보다 열 배 더 짜증 나게 들린다. 수면 부족으로 눈이 뻑뻑할 때 동료의 실수는 용서가 안 된다.


드라마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하루 8시간을 앉아서 버티기 위해서는 코어 근육이라는 내구성을 올려야 한다. 클라이언트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하체 근육이라는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 지구력이라는 스태미나 회복 속도를 높여야 한다.


당신의 캐릭터가 자꾸만 쉽게 지치고 예민해진다면 자신의 인내심을 탓하지 말고 허벅지를 만져보자. 허벅지가 물렁하다면 당신의 멘탈도 흐믈흐믈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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