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팔지 않습니다

by LifeRpg

월급날은 직장인들에게 한 달 중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나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지난 야근의 피로가 잠시나마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흔히들 이를 금융 치료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치료는 약효가 너무나 짧다. 카드값과 대출 이자가 빠져나가고 나면 통장은 다시 텅 비어버리고 우리는 또다시 다음 달 월급날을 기다리며, 힘들어도 끝까지 버틴다는 '존버 모드'에 돌입한다.


우리가 일을 괴로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무의식중에 나의 시간과 회사의 돈을 등가교환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9시간을 줄 테니 그 대가로 돈을 달라는 무언의 계약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직장인이 맺고 있는 근로 계약의 심리적 본질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시간 판매자로 정의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은 내 것이 아니다. 돈을 받기 위해 저당 잡힌 시간일 뿐이다. 내 것이 아닌 시간 속에서 주도권을 갖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당연히 그 시간은 빨리 지나가버려야 하는 죽은 시간이 되고 우리는 퇴근 시간만 바라보는 활기 없는 직장인이 되어버린다.


게이머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레벨을 올리고 새로운 스킬을 익히고 더 어려운 맵을 탐험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 그 성장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일을 즐기는 첫걸음은 계산법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는 시간을 팔고 있는가 아니면 시간을 쓰고 있는가? 만약 당신이 오늘 작성한 보고서나 힘들게 응대한 고객과의 협상이 단순히 월급값으로만 치부한다면 당신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협상 능력을 키우고 인내심이라는 스탯을 찍고 기획력이라는 아이템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회사는 나에게 월급을 주지만 동시에 나는 회사의 인프라와 자원을 이용해 나라는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터는 단순히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곳이 아니라 돈까지 주면서 나를 훈련시키는 트레이닝 센터가 된다.


이 경험치를 즐기자. 우리는 시간 판매자가 아닌 경험 수집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출근 후 9시부터 6시까지의 시간이 남의 시간이 아닌 온전한 나의 시간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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