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마우스에는 일반 마우스에 없는 특별한 버튼이 하나 달려있다. 바로 DPI 버튼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마우스의 감도를 즉시 바꿀 수 있다.
평소에는 빠르게 화면을 움직이다가도 정교한 사격이 필요할 때는 감도를 낮춰 안정적으로 조준하고 적이 뒤에서 나타나면 다시 감도를 높여 순식간에 뒤를 돌아본다. 상황에 맞춰 최적의 감도로 기어를 변속한다.
직장 생활이 힘든 이유중 하나는 우리의 마음에는 이 조절 버튼이 없거나 고장 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감도가 항상 최고치로 고정되어 있다. 상사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어내고 업무의 디테일을 챙기는 데는 탁월하지만 작은 비판에도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상처받는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감도가 너무 낮다. 멘탈은 튼튼해서 상처는 안 받지만 분위기 파악을 못 해서 눈치 없다는 소리를 듣거나 중요한 디테일을 놓쳐 사고를 친다.
DPI 버튼을 장착한 플레이어는 이 두 가지 모드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사람이다.
업무를 처리하거나 기획안을 쓸 때는 고감도 모드를 켜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말하지 않은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잡아내고 숫자에 숨겨진 오차를 찾아내는 예민함이 필요하다. 회의 시간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를 읽어내고 상사가 기분이 좋을 때 결재를 올리는 타이밍을 잡는 것도 이 고감도 센서가 켜져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예민함은 당신을 탁월한 실력자로 만들어주는 훌륭한 무기다.
하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거나 인간관계의 갈등이 생길 때는 즉시 저감도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업무적인 실수를 지적할 때 고감도 상태로 있으면 그 말이 비수처럼 날아온다. 저감도 모드에서는 상사의 꾸중도 그저 업무를 수정하라는 건조한 정보 값으로 들린다. 동료의 무례한 태도도 저 사람의 컨디션이 오늘 안 좋은가 보다 하고 튕겨낼 수 있는 방어력이 생긴다.
물론 당신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예민한 사람일 수도 있고 무던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무던한 성격이라고 정의하고 상대의 기분을 보려는 노력을 중단하거나, 예민한 성격이라고 정의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상황에 맞게 감도를 조정하려는 '의도'가 필요하다.
마우스 감도를 낮추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말과 행동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저 표정은 무슨 뜻일까 저 한숨은 나 때문일까 하는 과잉 해석이 우리를 괴롭힌다. 사실은 상대방도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인 경우가 태반이다.
반대로 마우스 감도를 높이는 방법은 해석하려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 혹은 업무의 이면을 생각해보고 역지사지하려는 노력을 하면 자연스레 고감도 능력이 올라간다.
보고서는 대충 써서 깨지고 상사가 혼낼 때는 하나하나 의미 부여하며 상처받는 것이 최악의 감도 조절이다. 우리는 보고서는 상사 입장에서 꼼꼼하게 보고 깨질 때는 방탄유리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고수의 감도 조절법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