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달리던 직장인이 어느 날 갑자기 전원이 꺼진 로봇처럼 멈춰 설 때가 있다. 모니터는 켜져 있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상태가 찾아온다. 머리로는 일을 해야 한다고 수없이 외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캐릭터의 마나가 모두 바닥나서 어떤 스킬 버튼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과 같다. 화려한 마법을 쓰고 싶어서 단축키를 연타해보지만 화면 중앙에는 마나가 부족합니다라는 시스템 메시지만 깜빡인다.
이미 방전된 상태에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붙잡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스킬은 발동되지 않고 캐릭터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적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게 된다.
게이머들은 마나가 바닥나서 스킬을 쓸 수 없을 때 멍하니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스킬 사용을 멈추고 마나 소모가 전혀 없는 기본 공격인 평타로 활동한다. 데미지는 약하지만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적을 견제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전투의 리듬을 끊지 않게 도와준다. 평타를 치며 버티다 보면 어느새 마나가 다시 차오르고 그때 다시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무기력증이 찾아왔을 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업무의 평타를 치는 것이다. 컴퓨터에 필요없는 파일을 휴지통에 버리는 일이나, 책상의 불필요한 인쇄물들을 세절기에 넣는 일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단순한 퀘스트들이 찾아보자. 이메일을 삭제하거나 마우스와 키보드를 물티슈로 한 번 닦는 것도 좋다. 평타의 목적은 적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멈춰있는 캐릭터를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데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감이 커지지만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반복하면 우리의 뇌는 다시 전투 모드로 예열되기 시작한다. 평타를 툭툭 치다 보면 신기하게도 조금씩 활력이 돌아오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메일 하나를 지우는 평타, 물 한 잔을 떠 마시는 평타, 그렇게 가볍게 쨉을 툭툭 던지며 버텨 보자. 어느새 마나를 회복하고 다시 화려한 스킬을 쏟아부을 준비가 되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