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는 불편한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의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선택한다.
첫 번째 자동 반응은 융합이다.
가령 아바타가 어떤 업무 퀘스트에서 연이어 실패했다. 시스템은 즉시 무능력하다라는 생각과 수치심이라는 알림을 화면에 띄운다.
아바타 시점의 나는 이 알림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한다. 무능력하다라는건 생각 텍스트가 아니라 확정된 사실이 되어버린다.
아바타는 곧 무능력한 사람이 되어 다음 행동을 포기해버린다.
두 번째 자동 반응은 회피다.
불안이라는 상태 이상을 생각해보자. 아바타에게는 가만히 있어도 지속적으로 체력을 깎아내리는 독 데미지처럼 느껴진다.
아바타 시점의 나는 이 불안이 너무 싫다. 아바타는 이 텍스트를 화면에서 지워버리려고 필사적으로 애쓴다. 속으로 수십번 불안해하지 말자고 외친다. 마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자고 외치는 것과 같다. 그러면 머릿속에는 코끼리라는 단어만 더 선명하게 떠오를 뿐이다.
이것이 회피다. 불편한 감각이나 생각을 억누르거나 없애려고 싸우는 것이다. 이 싸움은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감정과 생각에 대해 격하게 저항하면 할수록 그것들은 그 반응을 먹이 삼아 더욱 거대해지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때로 다른 회피 전략을 쓴다. 늦은 밤 냉장고의 술을 들이켜 잠시 감각을 마비시키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상태 이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불안은 숙취와 무기력이라는 친구들까지 데리고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아바타의 시점에서 불쾌함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적인 자동 반응이다.
플레이어의 시점에서는 이 두 가지 길을 바라보고 알아차린다. 아바타가 지금 무능력하다라는 생각과 하나가 되려 하는구나 아바타가 불안이라는 텍스트를 피하려고 도망치고 있구나 하고 파악한다.
그리고 아바타에게 이 두 가지 길 외에 다른 선택지가 떠오른다. 바로 탈융합이다. (다음 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