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의 시점 - 인지적 탈융합

by LifeRpg

엉망진창이다라는 텍스트가 뜨면 우리는 그것을 사실로 읽는다. 그리고 그 텍스트에 융합되어 '엉망진창인 나'라는 캐릭터가 되어버린다. 또는 집 밖에 나가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 텍스트가 뜨면 곧 그 생각을 따라야 하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한다.

로그인한 플레이어는 융합이나 회피 외의 제3의 스킬을 사용한다. 이 스킬의 이름은 인지적 탈융합이다. 용어는 어렵지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생각에 말려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가령 아바타의 머릿속에 망했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플레이어의 시점은 생각과 떨어져서 그 텍스트를 읽는다.
나는 망했다는 융합의 상태이고 망했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것을 '아는 것'은 탈융합의 상태다.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플레이어는 그 생각이 아니다. 플레이어는 그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는 주체다.

이 탈융합을 반복하면 생각은 더 이상 명령이나 사실이 되지 못한다.

생각을 억지로 없애려 싸울 필요는 없다. 생각을 믿고 따를 필요도 없다. 회피와 융합은 생각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뿐이다. 우리는 그저 그것이 생각일 뿐임을 알아차리고 잠시 거기에 있도록 허용한다. 생각과 감정은 거부할수록 강해지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지켜보면 흘러가듯 사라진다.

그러면 이 생각들을 그저 바라보는 알아차림, 이 변하지 않는 관찰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다음 장에서 이 게임의 가장 핵심인 플레이어의 시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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