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사람을 통해 배운 점
실수를 인정하고 수습하기
WEST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휴학 후 시작한 아르바이트. 전편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내가 식당 일이 잘 맞지 않는걸 알지만 평소 약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어서 식당 아르바이트 위주로 알아봤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상황 판단력을 기르고 싶었고, 휴학 기간 동안 사람 만날 일이 별로 없으니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몇 군데 면접을 보고 이대 앞 파스타집에서 홀서빙으로 풀타임 근무를 하게 됐다.
점심 피크 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지만, 대기가 생기는 점심시간만큼은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바빴다. 그리고 예상대로 여러 번 주문 실수를 하게 되었다. 실수를 할 때마다 손님을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졌고, 사장님과 다른 직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사라지고만 싶었다. 다행히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는 손님들도 계셨지만,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손님들도 있었다. 당연히 매번 이해를 받을 수는 없었다.
실수를 반복하며 알게 된 것은, 그 경험이 싫다면 더 이상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더욱 신중해지고, 요령을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실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부끄럽고 불편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는 맷집을 키울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가르쳐 주신 실수 대처 방법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첫 번째,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한 후 상황을 설명하는 것. 두 번째, 문제 해결 방안제시 (주문 건 다시 준비 / 환불) 그리고 세 번째, 추가 편익 제공 (서비스 / 쿠폰 제공). 불편을 겪은 고객에게 추가 편의를 제공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세 단계는 단순히 실수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방법이다. 이 교훈은 지금까지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들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말은, 단순히 외롭지 않고 싶어서가 아니라 대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앞서 실수하던 나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그 실수를 품어주신 사장님과, 나와는 정반대로 모든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시던 베테랑 에이스 직원 언니가 기억에 남는다.
사장님은 실수한 나를 나무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도와주시는 분이었다. 실수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알려주시고 실수에 대한 뒤끝을 남기지 않으셨다. 이로 인해 감사한 마음이 생겼고,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사장님의 이러한 마인드를 보면서, 오래 일하고 신뢰받는 직원들이 많은 이유를 깨달았다. 신뢰를 쌓고 좋은 팀워크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일했던 직원 언니도 기억에 남는다. 언니는 나와 전혀 다른 삶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식당 일을 시작하여 오랜 시간 근무해온 경력자였다. 주방일과 서빙일 모두에 능숙하며, 언제나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공부에만 몰두했던 나와 달리, 삶의 숙련도를 갖춘 언니는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각각의 개인이 가진 고유한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늘 사람들의 좋은 모습을 배우고 싶다.
휴학 동안 6개월간 자신 없던 일을 하며 요령도 생기고, 손님들이 좋은 후기를 남겨줄 때면 약간의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다시 식당 일을 할 생각은 없다. 분명 내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험은 내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추후 다른 고객 응대 일을 하면서 하게 되는 더 큰 실수들에 멘탈이 쉽게 무너졌을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내가 잘하는 것을 강화하는 것이 맞지만, 내가 약점을 마주하며 평균치로 끌어올리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보고 나서 안하기를 선택하는 것과, 해보지도 않고 안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