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것은 위험지만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는 것도 기회를 놓치는 위험이 된다.
조금 찾아보면 알겠지만, 해외에 가려고 하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WEST 프로그램은 그나마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약간의 지원금과 장학금 제도가 있었지만 절대적인 비용은 일반 대학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WEST 프로그램에 선정된다면 선정 후 2주에서 1개월 이내에 참가비로 600만 원이라는 대학생에게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했다.
당시 WEST 프로그램은 단기(6개월), 중기(12개월), 장기(18개월)로 나뉘어 있었다.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가장 경제적으로 다녀올 수 있는 6개월 프로그램을 선택하기로 했다. 매 달 필요할 생활비를 대략 200만 원으로 가장했을 때, 6개월 단기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금액은 총 1,800만 원, 여기에 참가비 600만 원이 추가로 든다. 즉, 필요 자금은 안전하게 잡아도 2,400만 원 가량이라는 것이다.
이 정보를 알아본 시점은 WEST 프로그램에서 선정되어 출국하기까지 약 1년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학교를 다니며 2,400만 원을 모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고, 가장 급한 참가비 600만 원 + 여유 자금 500만 원 정도로 계산해서 최소 1,100만 원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급한 불부터 끄면, 입에 풀을 칠하며 사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에서 지원되는 생활비, 장학금, 그 동안 모아뒀던 돈을 통해 유동적으로 생활할 생각이었다.
평소 모은 돈을 잘 안 쓰지 편이다. '모아둔 돈까지 탈탈 털어서까지 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이런 근거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돈은 앞으로 얼마든지 벌 수 있어’
WEST 프로그램은 내 꿈이자 희망,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계산이 끝나고 나는 한 치도 망설임 없이 3학년 1학기를 휴학을 신청했다.
안전한 리스크테이킹을 위해 해야할 일
100% 안전한 선택은 없다.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고시에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다. 대기업을 준비하는 사람아 대기업에 붙는다는 보장은 없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사람의 채널이 대박난다는 보장도 없다. 어떤 길이든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으며 우리는 크고 작은 '리스크테이킹'을 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실패하더라도 바닥을 찍지 않을 안전망을 설치해 '안전한 리스크테이킹'을 해야 한다.
WEST 프로그램에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여유롭지 않아도 길가에 나앉지 않고 살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이 내게는 일종의 안전망이었다. 나머지는 장학금을 타든 대출을 받든 해결 가능하다고 믿었다. WEST를 가려고 졸업을 미루기까지 했는데 선정이 안된다면 유감이겠지만 이렇게 안하면 다녀올 자금이 부족했다. 선정되리라는 보장이 없지만 충분한 조사와 준비를 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는 있다.
여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휴학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았다.
1. 풀타임 아르바이트 구하기
2. 자기소개서 작성
3. 면접 준비
1. 풀타임 아르바이트 구하기
나는 졸업을 빨리 하고 싶었다. 그래서 늘 학교를 다니며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곤 했는데, 나름 전공을 살린다고 학원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사실 이는 핑계였다. 극 내향인(이었던) 사람으로서 서비스직이 잘 맞지 않고 손도 빠르지도 않아서 식당 아르바이트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이미 카페/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적성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슷한 계열의 아르바이트는 가급적 기피했다. 그런데 휴학을 하고 더이상 학업에 쫒기지 않아도 됐을 때, 홀서빙과 같은 서비스직 아르바이트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상황 판단력도 길러주고 사람을 대하는 일은 어떤 직무에 가더라도 결국 해야할텐데, 평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기르고 싶었다.
우려했던 대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수 많은 실수를 했다. 나를 믿고 고용해주신 사장님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몇 번씩이나 되새기며, 믿어주신 만큼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너무나 적성에 맞지 않던 이 홀서빙 아르바이트이지만 필요한 경험이었기에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 휴학기를 맡길 아르바이트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여기서 배운 점, 그리고 자기소개서 및 면접 준비 과정은 다음편에서 :)
조금 더 미래의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WEST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후기를 작성한 다음 블로그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exp-log.tistory.com/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