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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Jan 14. 2022

[책리뷰]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

이책을 고른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현실을 잊기 위해 여행을 해본 사람이면 안다.

여행을 하고 돌아온다고 달라진 현실은 없다는 사실.

다만 그래도 조금은 달라진 내가 있을 뿐.

내가 달라지면 상황도 조금은 바뀐다. 












<좋은 글귀>


구를 새로 채우는 만큼 원래의 친구들을 흘렸다. 나는 그냥 그렇게 사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살기만 할 줄 알았다.


나는 프랑스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제대로 여행을 하지도 제대로 살지도 못했다. 그냥 있었다.


영어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영어를 잘하면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학교에서 가르쳐줬다면 어땠을까.


나는 늘 무언가를 하느라 바쁘지만 정작 가장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못한다.


아는 게 없는 곳에서 느끼게 되는 무력함과 외로움을 나도 공감한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막막했다. 아는 장소도, 아는 친구도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기분이 들었다.


밤 12시부터 새벽 6시. 해가 뜨기전까지의 그 시간대를 나는 가장 안전하다고 느낀다. 낮엔 갑자기 누군가 찾아올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 전화가 올 수도 있다. 낮은 그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중략) 세상이 멈춰있는 시간이다.


작가는 머리와 감정을 쓰는 일이다. 몸을 쓰진 않지만, 전력으로 몸을 쓰는 일을 했을 때와 마찬가리고 머리와 감정을 쓰고 나면 완전하게 소진된다.


작가는 스트레스와 싸워야 한다. (중략) 예민한 사람이 작가가 되는 거긴 하지만, 예민함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직군이기도 하다. (중략)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쓴 글이 어떻게 슬픈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겠는가.


보통의 에세이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통해 사람의 삶에 대한 통찰을 남긴다. 나는 나에게 끝난다. 나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벅차다.


사람은 날씨처럼 산다. 매 순간 아주 미세하게 다른 점을 찍는다.


그러나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엔 깊은 절벽이 있다. 아주 깊은 절벽이 있다. 절벽을 내려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어떤 글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술술 나오는데 어떤 글은 아무리 꾹꾹 밀어내도 쏟아지지 않는다.


바닷물 온도가 마치 누가 일부러 나 신경 써서 맞춰 놓은 것처럼 딱 알맞게 시원했다. 아, 이게 여행이구나. 이게 노는 거구나.


따뜻한 글을 쓰고 싶은데 별로 따뜻하지 않아서 글이 자꾸 언저리를 빙빙 돈다.


지금은 막연하다. 5명 이상 모일 수 없다는 것, 내가 중요 순위 5위 밖이라는 것, 1년 넘게 마스크를 썼다는 것, 배달로 모든 걸 시킬 수 있다는 것, 한달 넘게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 대면 포비아가 공공해질거라는 것. 지금은 그냥 막연하게 생각만 한다.


쉽게 산 게 죄가 아닌데, 축복인데. 난 왜 이렇게 죄책감이 느껴질까. 가진 것도 없으면서 쉽게 살아서 그런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으면 당장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어야 하는데 난 왜 아무것도 못해본 거 같을까.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해본 것 같은 억울함이 들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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