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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Jan 10. 2022

[책리뷰] 일의 기쁨과 슬픔 by 장류진

책을 이것저것 산발적으로 읽기 시작하니 동시에 읽는 책이 8권이나 되었다. 한권씩 뽀개기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책이 좀 안 읽히는 요즘. 새해인데도 마음의 다짐이 쉽지 않다. 회사 과제면 얼마나 좋을까. 강제로라도 읽게 말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잘 읽히던 이 소설집이 있어 다행이다.


 소설집 자체가 오늘을 사는 젊음이다. 소설에 내가 있고 친구를 만나고 직장동료를 발견한다. 요즘의 일과 세대가 있다. 가장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다. 특별히 자극적이지도 슬프지도 비극적이지도 않은 산뜻한 이야기다.



<잘 살겠습니다>

P. 32

십년 뒤에 우리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만나요. 나는 혼자 십년 뒤. 그때까지 언니가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는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



<일의 기쁨과 슬픔>

p. 51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웠고, 이미 나라는 사람은 없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그런데도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여전히 자신이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억지로 출근해서 하루를 보낸 그날 저녁, 이상하게도 거북이알은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p.56

사무실 나서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은 머릿속에서 딱 코드 뽑아두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고 아름다운 것만 봐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내가 가지긴 싫고 남주기 싫은 지유씨



<다소 낮음>

p. 126

냉장고의 진동이 장우의 뒤통수와 등을 타고 전해졌다. 낮게 웅웅거리는 냉장고 소리가 장우의 심장박동과 만나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냈다. 장우는 그제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장우는 냉장고의 문짝을 가만 올려다보았다. 부채꼴 모양의 에너지 소비 효울 등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장우의 냉장고는 4등급, 다소 낮음이었다.

 


<도움의 손길>

p.130

이사 오고 나서는 한동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집도 내것이고, 집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내가 고른 내 것인데, 그런 집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만 내 것 같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이상한 불안감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잠들었다가 쉽게 깼다.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일어나 침실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그러고는 마치 처음 와보는 것처럼, 손님의 시선으로 집을 둘러봤다.


p. 142~3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중략)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중략) 이십평대 아파트에는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지 않는다. 그것이 현명한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p. 161~2

 앞서 세번의 회사를 절대 허투루 다닌 게 아니었다. 처음 한달이 중요했다. 이때 일찍 출근해두면 그 이후부터는 아무리 늦게 와도 '원래 일찍 출근하는 앤데 오늘은 좀 늦네'가 되고, 초반 한달을 늦게 출근해버리면 그 다음에는 아무리 일찍 와도 '원래 늦는 앤데 어쩐 일로 일찍 왔대?' 소리를 듣는다.



<새벽의 방문자들>

p. 167

 입력창이 뚫려 있는 곳이면 어디든 누구든 배설하듯 글을 토해낼 수 있었다. 깜빡이는 커서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 그것에 되는대로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르면 그대로 활자가, 단가, 문장이 되었고 일초에도 수만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아무렇게나 나뒹굴며 노출되었다.


p. 171

 여자는 이 '무난하다'는 평균의 가치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희소한 것인지를 해가 지날수록 체감하고 있었다.



<탐페레 공항>

잠깐의 만남 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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