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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Feb 07. 2022

[책리뷰] 보통의 언어들 : 나를 숨 쉬게 하는

by 김이나

 언어를 배우면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배우는 것이 허무한지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마음을 배우는 언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있다.

 언어의 질감이 다르다고 해야할까?

 그런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을 작가라고 한다. 작가는 글을 그저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분해하고 해독하고 완성해낸다.


 소위 잘 나간다는 작사가 김이나가 쓴 <보통의 언어들>.

 제목이 너무 아름답다.

 내가 너무 '보통'이라 몸서리 처질 때가 있었는데, 그 보통이 감사한 요즘.

 '보통'의 희소성과 디테일함에 집중하는 요즘 내게 설레는 단어다.



<좋은 글귀>


 사랑하는 게 좋아하는 것의 상위감정이라고 믿어왔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이 두 감정이 각기 다르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더 솔직히 말하며 '좋아한다'는 감정이 더 반갑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사람은 위험하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렇게 설명을 한다. 물론 내가 그리 여기는 상대들은 이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고, 동의해준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연애는, 두 우주가 만나서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우주다. 당연히 완전히 다른 생태계의 법칙이 존재한다.


 공감은 오히려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감정의 서랍은 냉장고와 달라서 열고 닫을수록 풍성해진다. 비록 나의 경험치가 아닌 일임에도, 진심으로 내 마음속의 서랍을 열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의 관점을 의심하면 또 다른 관점으로 어떤 것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확실히 나의 세계를 확장하거나 견고히 해주었다 때로는 관용적으로 쓰는 말들은 잘못 쓰인 채로 굳어진 근육 같다.


 '미안하다'라는 말은 말꼬리가 길수록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말은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심어두는 거라는 깨달음을 준 누군가에게 다시 한 번 고개 숙이며.


 저는 외로움보다는 고독의 감정이 더 무거웠던 것 같아요. 외로움은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지만 고독은 좀 받아들이게 되고 내 안에 침전하게 되는 기회를 주는 감정인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개인으로의 매력을 유지하는 남녀의 공통점으로 '부끄러움을 잃지 않는 점'을 꼽는 편이다. (중략) 다음에 만나는 '부끄러움'은, 느닷없이 품었다 내팽개치지 말고 잠깐이라도 바라보다 보내줘야겠다.


 '결혼도 했는데 왜 외롭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나를 정말이지 한없이 외롭게 만든다. 나에게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중략)

 수많은 역할로 존재하던 내가 아무 장치 없이 혼자임을 느낄 때 만나는 감정. 오랫동안 감당할 수 없는 감정임에 틀림없지만, 우리는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대부분의 싫증에는 죄책감이 따른다.


 그러니 유난스러운 자들이여, 온 힘을 다해 스스로의 특별함을 지키자.


 우리는 각자 고유한 '나'임에 틀림없지만, 세포분열을 하듯 수많은 상황 속에 각기 다른 '역할'로도 존재한다. (중략) 심지어 꼭 집단에서뿐만 아니라 누구의 앞이냐에 따라 우리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에게 온전히 이해받기 힘들다.


 겁이 많은 자들은 지켜야 하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자들이다. 또 자신과 얽힌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일에 대한 신중함이 있는 자들이다.


 나를 살아남게 해준 순간들이 있다. 좋은 가사를 써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고뇌하는 순간 같은 걸 말하는게 아니다. 그보다는 가사가 잘 나오지 않을 때, 슬럼프가 찾아올 때, 밀려 나가지 않으려 버틸 때 등의 초라한 시간들이 내가 살아남을지 아닐지를 결정해주었다.


 "영감은 체력에서 옵니다."


 나는 정작 쳇바퀴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유형의 인간임을 고백한다.

 

 중력이라는 작용이 반드시 지구가 아니어도 '어떠한 사람이 나의 발을 땅에 붙이고 살게 하는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설렘은 내게 불안이라서

 늘 겁이 났어

 가장 편한 숨으로 사랑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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