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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Feb 22. 2022

직장인의 꿈

아이가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니며 이야기를 한다.

"엄마, 난 커서 치타가 될거야!"

젖내 폴폴 나는 꿈을 꾸는 아이에게 말해준다.

"그래, 커서 치타가 될 수 있어!"

아이의 순수한 꿈을 꺽고 싶은 엄마는 없으니까.

30개월 아이가 공무원이 되고 싶다거나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면 골치아픈 일이다.


조금 더 크면 아이는 이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간혹 속을 썩이면 나도 흔하디 흔한 잔소리도 하게 될 것이다.

"커서 뭐가 될래?"

아이의 꿈은 치타에서 진화하지 못하고 그저 밥벌이로 전락할 것이다. 의사가 된다거나, 요리사가 된다거나, 경찰관이 된다거나,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하겠지.


그리고 또 커서 어른이 되면 꿈은 점점 더 축소되고 물질적인 것으로 변화한다.

특히나 직장인의 꿈이라는 것은 "집을 갖는 것" 또는 "부자가 되는 것" 같은 한낱 세속적인 소망 정도로 변질된다.

 5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이는 10억짜리 집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10억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50억 빌딩 건물주님을 동경한다.

 50억짜리 빌딩 건물주님은 100억 소유의 주주님을 꿈꾼다.

 딱 이만큼만 가지면 이 놈의 더러운 회사 때려치운다 생각하며, 오늘도 가슴 한켠 사직서를 품고 출근하는 이 시대의 직장인들이 많다. 나도 남들과 다를바 없이 매일 사직서를 품고 출근한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날고 싶다고 말하던 가수가 기억이 난다. 최근에 물의를 일으켜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실수는 실수이고, 그의 꿈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꿈이라는 것을 직업 또는 경제적인 것으로 한정시키는 순간 너무 늙어버리고 철들어 재미가 없어진 사람이 된 것 같으니까. 물론 발벌이의 고됨을 모른 것은 아니다. 고되기에 꿈이라도 꿔야 하는 것 아닌가. 나에게도 이 가수만큼 엉뚱한 꿈이 있다. 포근한 구름위에는 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학교를 다니며 구름이 그저 한낱 물방울 입자라는 것을 배웠음에도, 비행기를 타고 구름을 뚫고 지나가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님에도 나는 아직 구름 위에 눕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나의 밥벌이도 고된 것일까?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될거야?"

 "그러게. 엄마는 늙어서 뭐가 될까?"


 순수하게 말하는 아이에게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했다.

 '엄마도 일그러진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다. 

 한 때는 FIRE족이 되고 싶어 주식 차트만 들여다보던 때가 있었어. 

 지금도 내 집 없이 전셋집에 살고 있으니 집 한 채만 있었으면 싶어.'


 그래도 나름 순수한 꿈도 있다.

 '근데 그것보다도 조용히 스스로를 들여다보다가 깨달았는데, 글을 쓰고 싶더라.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계속 쓰고 싶어. 

 글이 밥이 되지 않더라도 작가가 되는 꿈을 꿀 수는 있으니까. 

 엄마도 꿈꿔도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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