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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kingmom B Mar 23. 2022

책을 읽지 않는 자의 변명

게으른 엄마의 독서

 한동안 아무 일도 잡히지 않았다. 책을 한 자 읽는 것도, 글을 한 자 쓰는 것도 어려웠다. 특별히 일이 바빴던 것도, 아이가 아팠던 것도 아닌데 경황이 없었다. 이럴 때 책을 읽지 않으면 묘한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이번에는 그 죄책감을 철저히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책을 읽지 않고 있다. 읽고 싶으면 몇 자 읽다가 싫으면 다시 덮어버리는 시간의 반복이다.


 올 연말까지 책을 100권 읽어보겠다는 호기로움 또한 버리기로 했다. 새해 목표가 벌써 일그러진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지만 100권을 꾸역꾸역 채우기보다는 10권을 읽더라도 달고 맛있게 읽고 싶어졌다. 읽지 않는 것보다는 목표라도 채우기 위해 읽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제대로 읽어낸 책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차분히 나의 독서 타이밍을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다시 독서를 시작한 이유는 사는게 단조로워서였다. 회사 - 집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코로나 시국에 멀리 있어서 만날 수 없는 친구들과 수다가 그리웠다. 거기다가 제대로 된 취미 하나 없는 나는 그나마 좀 친하게 지냈던 책이라도 곁에 두고자 책읽기를 시작했다. 책을 펼치면 책 속의 여행이 시작된다. 나는 책을 통해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과장,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서가 아닌 그냥 B로서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내게 독서는 몽상이다.


 이런 재미도 잠시랄까. 책과 멀어졌다. 활자가 지루하게 느껴진다. 코로나 확진자가 60만명을 넘어서고 생활의 제약은 더 심해지고 누군가를 만나자고 하기도 조심스럽다. 생활이 재미가 없으니 책도 더 재미가 없다. 생활이 재미가 없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의 변덕이 참 우습다.


 그래도 책을 열었다 덮었다가 한다. E-book APP을 껐다 켰다 한다. 책을 읽지 않지만 그래도 책 언저리에서 나는 머물고 있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책 읽고 싶어 마음이 동할 때가 오겠지.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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