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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Feb 02. 2021

자영업자는 울고, 기업은 웃는 이유

거래비용, 분업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둘러 싸여있다. 핸드폰, 자동차, 컴퓨터, 의류, 커피, 감기약 등의 제품부터 무선 통신, 여객 항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기업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공기처럼 평소에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에서 기업은 이처럼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기업이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라고 불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우리 마음속에 언뜻 생각해도 기업은 ‘돈을 꽤나 잘 버는’ 주체라는 통념을 갖는다. 실제로 잘 나가는 기업들이 발표하는 이익을 보면 수백억에서 조 단위가 넘어가기도 한다. 그럼 기업이 만들어지고, 또 돈을 벌어들이는 근본적인 비결을 경제학적 개념으로 설명해볼 수 있을까? 이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과 분업(Division of labor), 이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거래비용이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교환될 때는 금전적 비용과 시간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거래비용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올리버 윌리엄슨은 거래비용을 교섭비용, 갈등 조정비용, 정보수집비용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ㆍ 정보수집비용(Information collection costs): 좋은 물건을 싸게 사려면 탐색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ㆍ 교섭비용(Bargaining costs): 거래 상대와 ‘네고’를 하면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ㆍ 갈등 조정비용 (Coordination costs): 거래가 이뤄진 이후에도 계약서에 대한 해석이 불일치하거나,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 등의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쉽다. 




    만약 개인이 옷을 만들어 판다고 생각해보자. 옷의 디자인을 구상하여 이에 맞는 원단을 찾아다니며 구매해야 한다. 이외에 단추와 실 등 다양한 재료들도 별도로 조달해야 한다. 재료들을 모아 어렵게 재봉을 하고 나면, 또다시 이 옷을 사줄 소비자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여러 과정 속에서 다량의 정보를 찾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소요 (①정보수집비용)는 엄청나다. 매번 원단 판매업자를 찾아가고 가격과 수량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 (②교섭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정기적으로 원단과 재료를 조달받는 계약을 했다고 치자. 만약 납기가 늦어지거나, 불량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조정하는 과정 (③갈등 조정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원재료 구매부터 제품 생산, 그리고 나아가 판매까지 모든 거래 과정을 분업화하고 내부적인 기능으로 통합시킬 수 있다.


    우선 기업은 시장에 대한 정보력과 장기간 형성된 거래 관계를 활용하여 매번 탐색과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축소할 수 있다. 또한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계약과 거래는 외부인과의 그것보다 쉽고 빠르기 때문에 교섭 비용이 줄어든다. 조직의 위계(Hierarchy)는 계약 협의 과정 속에서 낭비되는 불필요한 시간 끌기나 억지 주장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갈등 조정비용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 제 3자와 거래하는 경우 품질, 납기 등 계약 이행에 대한 갈등이 심해질 땐 법정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갈등 조정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상급자나 조직 차원에서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다.


    가령, 의류 기업에서는 구매 전담 부서가 여러 개의 공급처를 비교해서 대량으로 ‘가성비’ 있게 구입한 원재료가 작업조가 있는 공장으로 옮겨진다. 봉재 작업조는 전후 과정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양질의 옷 만들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마침내 만들어진 의류 제품에 대해 세일즈 마케팅 부서는 가격을 책정하는 등 판매 전략을 수립하여 도매, 소매 유통에 납품한다. 회계팀은 직원들의 급여를 계산하여 제공하고 회사의 손익을 집계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서 간의 갈등이나 문제들은 경영진의 판단으로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


    여러 기능을 내부적으로 통합한 분업 체계를 갖춘 기업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물건을 양산해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본적인 기업 이윤 구조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애초에 거래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기업이 만들어진다고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 기업에 구직자가 몰리는 이유는?


    주위를 둘러보면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취업 시장에 뛰어든다. 물론 최근 들어 창업에 도전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체에 취직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실 앞서 언급한 기업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 간단히 말해, 분업화된 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막상 취직을 하게 되더라도 출근하기 전날 밤 내가 회사에 가서 제대로 역할을 해 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 근심으로 가득했는데 부담이 낮다니 대체 무슨 말일까? 


    사실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구직자 입장에서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제품 또는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모든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구직자들은 분업화된 조직에서 특정 업무를 담당하고,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업체에 소속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선호하기 마련인 것이다.


    한편, 아직 기업의 형태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조직의 모든 기능을 몇몇 개인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므로 일의 난이도가 높다. 조직 입장에서도 거래비용이 크므로 이윤을 내기 어렵다. 가령, 작은 식당을 창업한다면 식재료를 싼값에 구매하기 위해 거래처를 탐색하고 네고를 하는 거래비용이 다른 대형 체인 식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일을 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물론, 초기에는 사장이라 할지라도 직접 서빙도 하고 주방에도 신경 써야 하는 등 분업 체계가 갖춰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이나 개인 사업도 매출 규모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직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분업 체계가 확실해져 간다. 점차 사장은 전반적인 경영에만 집중하게 되고, 직원들도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역할을 해내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엔 스타트업 조직 역시 궁극적인 지향점은 체계적인 분업으로 효율을 높이고, 낮은 거래비용을 확보해 마진을 높이는 '기업화'인 것이다.


    다방면의 업무를 책임져야 하는 스타트업은 초기에 인력을 구하기 어렵지만, 마침내 기업화를 이룬 스타트업 조직에는 구직자가 몰려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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