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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어스 Nov 17. 2020

Microsoft와 IDEO 출신 디자이너, 정기원님

[인터뷰] 언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정기원님 인터뷰 #1

오늘은 일하는 우리에서 과거 Microsoft와 IDEO에서 디자이너로 일하시다가, MIT를 마치고 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하시고, 현재는 그로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계신 정기원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1편에서는 기원님의 일에 대해 집중해서 이야기해 봤어요. 궁금하시죠? 지금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기소개하기 싫어요.


Q1. 자기소개하는 게 왜 싫으신가요?(웃음)


정기원(이하 기원): 요즘 세상에서는 자기소개하는 게 정말 너무 큰 스트레스인 거 같아요.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자기소개하라면 어디서 무엇하는 누구입니다라고 말을 하잖아요. 프리랜서나 자기 일을 찾아서 단계 단계를 밟아 나가는 분들에게는 그게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제가 프리 에이전트가 된 이후로는 자기소개를 하라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자기소개하라고 하시니까 일단, 싫어! 이런 생각부터 들었어요. 


일하는 우리(이하 우리): 그렇긴 하지만 저희가 알기로 굉장히 많은 유구한 역사를 갖고 계신 걸고 알고 있는데.


기원: 아니에요. 나이가 많다는 걸 이렇게 돌려서 말씀을 하시다니. (웃음) 예, 요약을 하자면, 디자인 쪽 일을 하다가. 제 스타트업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스타트업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백그라운드에서 좀 더 그로스라던가 제품 전략 쪽으로 넘어간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이 옆에 계신 분(반려견 로또를 가리키며)은 저의 주인님이시고. 네. 얼마 전에 유기견 입양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저랑 아직 잘 떨어져 있기가 힘들어해서 같이 모시게 되었습니다.


우리: 영광입니다. 저희가 모시게 되어서.



Q2. 팬픽 때문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시고, 마이크로소프트와 IDEO에 입사하시고, MIT를 가게 되셨다는 소문(?)이 있어요. 사실인가요?(웃음)


기원: 제가 디자인 계열의 일을 30대 초반까지 했는데, 이게 이력서 상으로 보면 좀 그냥 건조하게 보이잖아요. 이 학교를 나와서 이 회사를 갔고, 제삼자가 밖에서 봤을 때는 그게 부러우실 수도 있고 멋있다고 가끔 말씀해주시는 분도 있으실 수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냥 되게 황당한 얘기인 거죠. 왜냐하면 그냥 빠순이 질을 하다가 그게 좋은 영향을 (웃음) 준 케이스인 거 같아요. 요즘처럼 아이돌 문화나 K-POP 문화가 이 정도로까지 성장해 있지 않고, 저는 90년대에 그 뉴키즈 온 더 블록이나 서태지와 아이들 처음 나왔을 때 그때 콘서트도 갔었고 아이돌 덕질의 원형이 되는 세대라 할 수가 있어요. 지금으로서는 좀 다르게 들리겠지만, 당시에는 좀 그게 되게 앞서 나가는 거였어요. 예.


우리: 트렌드 세터. (웃음)


기원: 그니까 당시에 팬질을 한다는 거 자체가 일단 외국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어 정보력을 가지게 됐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남들보다 영어 공부를 더 하게 되고, 남들은 당시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열심히 사용해서 영어로 검색을 해서 뭔가를 찾아낸다던가 그런 정보력을 가지게 된 거죠. 저는 미국 학교들 왜 대학교 웹사이트를 가봤고, 입학하려면 어떻게 지원해야 되는지 알려주고, 그래 가지고 그걸 해가지고 간 거죠. 사실 이렇게만 말하는 것도 점잖은 버전이고 좀 더 사실을 말하자면. (웃음) 저 중학교 때 뉴키즈를 빠는데 팬픽을 썼던 거죠. 중학교 때인데, 정말 그냥 각자 최애랑 맺어지는 스토리를 친구들 중에 얘기를 잘 쓰는 글을 잘 쓰는 (웃음) 좀 쓴다는 약간 친구한테 커미션을 하는 거죠. 그래서 거기서 저는 서울대를 자퇴하고 (웃음)


우리: 소설에서요?


기원: 네… 에…. 그러고 이제 보스턴으로 건너가서 네… (웃음) 하버드를 졸업하고 하버드 앞에서 길 건너다가 제 최애 멤버한테 치일 뻔해서 차에 치일 뻔해서 어 네 그렇게 저렇게. 되는 거였어요.


우리: 거의 예지 록 수준인데요? 약간?(웃음)


기원: 그니까 서울대를 가고 서울대를 관두고 미국에 가고 보스턴에서 학교를 다닌 거는 일치해요.

그 친구 어딨는지 모르겠어. 덕분에 아주 훌륭한 이력서를 가지게 되었어요.



Q3. (현실에서는) 어떻게 서울대를 그만두고 유학을 가게 되셨어요?


기원: 제가 어떤 분들께 어떻게 말씀을 드리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계획을 가지고 나는 이렇게 약간 탑 다운적인 사고를 해서 움직였다고 말씀을 드릴 때도 있고요. 네네. 사실은 그렇지는 않아요. 별로.


우리: 사실을 (웃음) 얘기해주시면. (웃음) 좋지 않을까.


기원: 제가 90년대 학번이다 보니까 다들 가는 유럽 배낭여행, 어학연수 여름방학에 그런 게 막 생겨날 때에 그런 거를 해보고 나니까 나는 외국에 나가도 죽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은 거죠. 외국 가수 팬을 하다가 보니까. 영어나 미국 매체 화면으로 만이라도 그런 사람들을 되게 많이 접하잖아요. 화면에서 보다가 실제에서 봤을 때도 그렇게 까지 좀 덜 이상했던 거죠.


우리: 그러면서 이제 내가 이제 해외에서도 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서. 유학을 가게 되신 거예요?


기원: 네, 뭐. 이런 얘기 다 해도 되는 거죠? 지금은 좀 우리나라가 이제 잘 발전된 분야도 많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인 분야도 많긴 한데 제가 90년대 학번이잖아요? 그때는 그다지 그런 게 많지 않았어요. 아직은 아무리 서울대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배우는 대학 교육은 해외의 학문을 해외의 유학한 사람이 그냥 가져와서 약간 어떻게 보면 중고처럼 (웃음) 한번 자기가 배운걸 한번 그냥 다시 이렇게 걸러서 가르쳐준다 그래서 오리지널을 배우고 있지 않고 진짜는 저기에 있고 진짜 경쟁무대는 저기에 있다 라는 약간 중심부와 주변부 뭐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외국에서 나가도 죽을 거 같지 않다. 그리고 내가 특히 내가 특히 배우고 있는 이 학문은 해외가 진짜다. 그리고 네… 오빠들이 있는.



Q4. 졸업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을 시작하셨죠?


기원: 21세기에 3번의 크래시가 있었는데 그게 지금 코로나가 세 번째고 2008년에 그 서브 프라임 이때가 두 번째고, 2001년 정도에 닷컴 크래시가 21세기에 첫 크래시였는데, 이거 여러분들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좀 흔한 통계인데, 졸업하는 연도의 경기에 따라서 평생 얼마나 버느냐가 상당히 결정돼요. 제가 편입을 해서 학부를 졸업했을 때, 닷컴 크래시 때 졸업을 했죠. 저는 또 비자로 있는 외국학생이니까, 그러면 그냥 아예 취업이 안 되는 거죠. 이미 취업비자로 회사에 들어가셨던 유학생 분들이 당시에 다 많은 분들이 귀국 러시가 있었어요. 사실은 저는 당시에 대기업을 가고 싶지 않았었어요. 비자나 그런 환경이 받쳐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친구들하고 그 미국에서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하고 스튜디오를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려가지고. 조금 성과를 내고 있었어요. 근데 저희가 저희 비자를 직접 스폰서를 할 능력까지는 당시는 안되었고. 결국 저희는 이제 흩어지고 나서. 스튜디오들은 너를 쓰고 싶지만 우리가 지금 일이 없어 그러니까 너를 받아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남아있는 곳들이 대기업이었어요. LG전자랑 마이크로소프트를 인터뷰를 보고 와서, 나는 귀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을 했지만 물론 붙여줘야 말이지만. (웃음) 마이크로소프트에 붙은 거는 제가 알기로는 미국에서 같은 학교를 다녔던 분들이 이미 채용이 되신 상태였기 때문에 그분들이 말씀을 잘해주셔서 제가 그분들 동아줄을 잡고 들어간 거 같아요. 또 좋은 점은 그렇게 마이크로소프트에 가게 됨으로써 저는 당시에 외국인 핸디캡이 좀 있지만, 미국 대학교 동기들 중에 가장 높은 연봉을 찍었죠. 네, 그리고 학부 졸업생이었지만, 석사 졸업생들과 비슷하거나 더 많게 받게 되었습니다. 호호.



Q5.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기원: 그때는 되게 불만이 많았어요. 일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자체가 내 분야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주요 분야가 아닌 거죠. 마이크로소프트도 성숙한 회사가 되면서 디자인을 어떻게 바꾸고 뭐 사용자 경험이 어떻게 바뀌고 비주얼이 어떻게 좋아지고 브랜딩이 어떻게 바뀌는 걸 가지고 사실은 매출이라거나 사업적인 부분이 크게 바뀌지 않는 거죠. 큰 회사니까 되게 많은 인력이 쓰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여러분도 아마 아실 오피스 제품군에 있었는데. 전 세계에 몇 십억 명이 쓴단 말이에요. 그런데 거기 워드에 디자이너 단 한 명도 풀로 배치되지 않아요. 영점 몇 명 이런 식이거든요. 밖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되게 타이트하게 돌아가죠. 디자인이 너무 중요한 취급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내가 디자이너로서 성장... 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라는 지금 생각하면 참 용기 있는 생각을 했었죠. (웃음)



Q6. 그래서 IDEO로 이직을 하게 되신 거예요? IDEO 입사 이야기 좀 자세히 들려주세요. 


기원: 그때 애플하고 IDEO를 인터뷰를 했어요. 그니까 디자인이 되게 중요시되는 회사들로 주로. 일단은 저는 소설을 쓴 게 있었어요. 소설이라고 까지 말하기는 뭐하지만 미국 대학교에서 디자인과 친구들하고 일할 때, 그 동료가 책을 하나 줬었어요. The Disney Way라는 책인데, 제품 개발에 방법론들 중에 Fiction을 쓰는 게 있었어요. 가상의 소설처럼 써서 그거를 사람들한테 평가를 받는 거예요. 시간이나 에너지를 들이기 이전에 글 몇 줄 씀으로써 콘셉트를 밸류 프로포지션 이런 거를 빨리 볼 수 있는 거죠. 뭐 예를 들어서 아마존 같은 데서 가상의 보도자료를 써서 마치 이게 론칭된 것처럼 쓰는 것과 되게 다 비슷한 기법들이에요. 시나리오 기법들이죠. 일종의. 회사 웹사이트에 각각의 사람들의 프로필 한 문단 정도 씩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거를 근미래 것을 써보는 거예요


기원: 제가 썼던 게 저는 애플이나 IDEO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인데, 그 나무 목조 마룻바닥이 있는 그런 집에 살고 있고. 이런 것들을 제가 적었었었어요. 그냥 친한 사람들 한 테만이라도 보여주면 이 사람들이 아 얘가 이걸 원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 (웃음) 그럼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거나 커넥션이 있잖아요. 그래서 소개가 되거나, 저번에 일하는 우리 영상에서 맘에 드는 스타트업에 대해 조사하는 법에 보시면 링크드인도 찾아보고 이런 게 있었잖아요. 비슷한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이걸 역설계하는 거예요. Reverse engineering 하는 거 있잖아요. 제가 IDEO에서 interaction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그러면 현재 링크드인에서 IDEO에서 interaction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분들을 긁어서 그분들의 웹사이트 어떤 학교를 나와서 어떤 프로젝트를 해서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생겼는지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찾아보고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공통의 지인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그래서 이제 소개를 부탁하고 해서. IDEO 같은 경우는 서류가 엄청나게 쏠려요. 그 서류의 무덤에 갇히면 일단 끝이 나기 때문에,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분들이나 그 회사랑 일을 하고 있는 복수의 분들이 거의 동시에 제 거를 forward 하게 되면 이제 몇백 개의 이력서를 매주 받으면서 정신이 없으시더라도 기억을 하시게 되고 이제 뽑아서 보시게 되는 거죠. 제가 되게 오랫동안 최근까지 저의 이런 전략이 되게 주효해서 그 서류 스테이지를 잘 통과하고 뿅 하고 인터뷰를 받은 줄 알았어요. 저는 다른 분들하고도 좀 다른 특이 당시에 특이 케이스였는데, 출근하는 날이 그 회사에 처음 가본 날이었어요. 인터뷰도 그냥 전화로 통과했어요. 저는. 되게 쉽게 됐어. 최근에 그 IDEO에 계셨던 선배 분들하고 밥 먹다가 들었는데. (웃음) 당시에... 특별히 이제 한국어랑 영어가 되는 디자이너가 되게 필요했대요.


우리: 하필 딱 그때?


기원: 네, 물론 그때 그 서류를 넘어서 바이 패스했을 건 맞아요. IDEO에 다니고 있는 디자이너 두 분 플러스 IDEO랑 일하고 있는 클라이언트인 분이 제 레쥬메를 이제 forwarding을 해주신 거예요. 거의 동시에.


우리: 여러 조건이 동시에 잘 맞물렸군요.


기원: 네, 근데 저는 이게 다 제 전략 덕분일 줄 알았을 때가 더 좋았어요. (웃음) 그때 제가 그런 식으로 남들에게 상담을 해드렸는지 몰라요. 죄송해요. 여러분. (웃음)



Q7. IDEO에서의 생활은 어떠셨어요? 마이크로소프트와 많이 달랐나요?


기원: 회사에서 되게 가치 있는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가치 있는 사람 처렁 행동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 언제나 애를 쓰는 상황이었다면, IDEO에서는 이미  네가 IDEO에서 일하는 것으로서 너는 약간 디자인 띵킹과 그런 거를 체화한 존재이기 때문에 스마트함과 사고력과 긍정적인 모습을 클라이언트한테 보여줘야 된다 라는 저는 전혀 몰랐던 문화적인 요구사항이 있었어요. 물론 그거를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IDEO 쪽은 약간 스탠퍼드 계열이 그래요. 원래. 겉으로 드러내고 싸우지 않고, 밤새고 와서 완전히 깔끔한 상태로 다들 이렇게 웃고 있는 곳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밤샜으면 다들 나 밤새서 힘드니까 너 나 건드리지 마 약간 그런 쪽이라면 이쪽은 밤을 새도 나는 아침에 조깅하고 (웃음) 끝나면 끝나면 가서 우리 밴드 연습하고. '나를 알아줘'하고 막 싸우다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만한 사람으로 행동해야 돼!'라는 건 또 되게 다른 스트레스였어요. 미국으로 건너간 다음에는 언어와 문화의 문제로 인해서 확실히 내향적인 사람이 되었거든요? 그 MBTI로 치면 확실한 확신의 I 과가 되었는데, IDEO에 가서는 되게 밝고 (웃음) 대체로 IDEO에 있는 분들은 원만하고 똑똑하고 그런 사람들인데 저는 되게 뾰족하고 내향적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서 (웃음) 좀 그런 게 힘들었어요. 디자인 자체는 재밌었어요. (웃음) 


기원: 제가 채용이 된 이유에 맞춰서 비즈니스 디벨롭먼트를 좀 도와 드렸어요. 한국의 대기업들을 영업을 하셔야 될 때, 가서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하거나 아니면 오셨을 때, 투어 시켜 드리고 IDEO 뿐 아니라 PIXAR 투어 하고 싶다. Google 투어 하고 싶다 그런 거 같이 다니고 영업을 조금이라도 도와봤던 게 제가 되게 큰 도움이 됐어요. 디자인일을 어떻게 파는구나. 물론 IDEO라는 후광을 가지고 있는 가지고 있는 거랑 지금 제가 혼자 프리랜서로 하면서 IDEO의 것을 그대로 할 수는 없어요. 비용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게 아니라,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거를 그때 처음 알았어요. 시간당 얼마 (그니까요) 그런 식으로 나의 노동을 이해했다가 탑다운 방식으로 문제의 가치는 얼마고, 그 문제의 가치를 더 중요하고 크게 만드는 게 중요한 기능이고, 그런 거를 알게 된 게 좋았죠.



Q8. 그러다 MIT로 대학원을 가셨어요. 뉴키즈 온 더 블록 콘서트 보러 MIT 가셨단 소문이 있던데요.(웃음)


기원: 당시에 하하하. 한 4-5년 차 정도 디자이너가 되고 글로벌 네임 밸류가 있는 데서 일을 하다가 보니까. 아, 나는 남의 디자인 problem 어느 정도 풀 줄 알아 라는 생각을 (웃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웃음) 이제 나한테 주어지는 거를 잘 받아서 하는 정도로는 못 크구나 라는 한계를 좀 느끼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내가 제시하고 설루션을 제시하고 그럴 수 있어야 돼. (이건) 제가 실리콘 밸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여기서는 누구든지 좀 엔터프라이지 해야 되고 내가 나의 아이디어를 추구해야지 돼. 그래서 내 어젠다를 만드는 몇 가지 방법들 중에 상당히 일반적인 방법이 대학원에 가는 거였죠. 왜냐면 대학원에 가면, 좀 괴팍한 것일지언정 (웃음) 뭔가 내 거를 들고 나올 수 있게 되잖아요. 


기원: 서울대에서 미국에 있는 카네기 멜론으로 갈 때, 시각 디자인에서 HCI라는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이라는 걸 복수전공으로 갔거든요.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서 당시에 2000년대 초반부터 UX 일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냥 시각디자인을 했으면 편집 디자인이라던가 브랜딩 다른 것들을 했겠죠? 하지만 저는 시각디자인 플러스 컴공과의 복수 전공을 했었기 때문에, 테크 쪽에서 디자인 일을 하게 된 거였고. UX라는 거에 빨리 들어갔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이점이 있었죠. 일단 뭐 연봉도 2배 이상의 차이가 있었고. 디자인 중에서도 UX 디자인은 훨씬 비즈니스에 편입이 된 분야였기 때문에, 비즈니스 연구하는 사람, 테크 하는 사람, 파는 사람 뭐 창업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접하는 게 달랐잖아요. 그래서 그때 IDEO 다니던 당시에는 소프트웨어만 2D만 해서는 안되고 당시에는 약간 하드웨어 디자인을 할 수 있어야 돼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왜냐면 당시에 한창 센서 뭐 이런 아두이노 막 이런 게 처음 막 생겨나면서 디자이너들 중에 얼리어답터들이 그거를 시작하는데, 나도 저거를 해야 된다. (웃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그렇게 되면 뭐 거의 몇 군데 없어요. (웃음) 근데 그때 제가 대학원을 알아볼 때, 그때 뉴키즈가 이제 재결성을 한다고 하셔서. 아, 그러면 9월에 입학하면 보스턴에서 (웃음. 공연도 보고) 공연도 보고. 그렇게 했죠. 어떤 면에서는 어처구니없이 되게 아 이러면 이러면 되겠네, 라는 게 있고. (웃음) (그 안에 많은) 복잡한 노력과 단계들이 있었겠죠.



Q9. 그런데 MIT 졸업 후에는 핀테크 회사를 차리셨어요.


기원: 당시 MIT에서는 저는 웨어러블이나 제스처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디자이너로서 일을 한 사람으로서 디자인 스튜디오나 에이전시 외에는 사업하는 방법을 잘 몰랐어요. 대학원에서 내 논문을 써보고 내 어젠다를 만들어보고 이게 문제고 이런 설루션이 있는데, 이 설루션은 이래서 좋아요. 아, 그러면 난 이제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어. (웃음) 그렇게 됐죠. 이제 그다음부터 흑역사가…

우리: 그러고 나서 파이낸스 하는 회사를 만드신 거잖아요. 어떻게 웨어러블 하시다가


기원: 웨어러블과 실제로 닿아있지는 못하고. 제가 대학원을 다닐 때 본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 미국에 있는 대기업 중에 많은 씨앗 종자들에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관리하거나 남의 것들을 사는 몬산토라는 회사에 관한 것이 있어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아… 이렇게 안 좋은 회사가 있구나… 이런 대기업에 맞서서 자기 씨앗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농부 분들이 있구나 그분들한테 막 도네이션도 하고 막 그랬어요. 근데 그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까 아, 내가 혹시 몬산토 주식을 가지고 있나? (웃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마이크로소프트 때, 회사에서 들어준 연금 안에 펀드가 있고 펀드는 몇백 개의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 몬산토 주식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되게 충격을 받았죠. 아, 나는 이쪽 한 손으로는 몬산토와 싸우는 분들에게 도네이션 기부를 했는데 다른 손으로는 몬산토에 돈을 넣고 있었구나 라는걸 느꼈을 때, 너무 좀 충격이었어요. 당시에 남편은 컴퓨터 사이언티스트고,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었어요. 사회적인 문제야 라는 차원에서 저는 말을 했지만, 그 사람은 이걸 기술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인가라고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어느 정도 우리가 기술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문제인 거 같고. 이게 시장성이 있느냐를 좀 더 파악을 했어야 하는데 (웃음) 당시에 조금 너무 일렀다고 볼 수 있죠. 여하튼. 핀테크를 시작하게 된 거는 사실은 이런 문제의식이 있어서였고, 거의 분노 베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분노 기반으로 이게 말이 되냐라는 생각을 한 거죠.



Q10. 학생이나 직원이 아니라 직접 회사를 운영하니 어떠셨어요?


기원: 일단은 회사는 실패를 했고. (웃음) 그게 저에게 이제 큰 트라우마가 되어… 또 그다음 단계의 저를 만들어주고 있는데 저는 주로 만드는 거를 개발과 디자인과 이런 쪽에 주로 맞물려서 일을 하던 사람이다 보니까 잘 만드는 거에 에너지를 많이 썼던 거 같고. 경영이나 사업을 하는 거에 대해서는 정말 부족한 점이 많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좀 더 빨리 해봤었으면 좋았겠다? 그리고 좀 더 짧게 해 봤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부족한 점을 되게 많이 느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이런 거를 더 해봐야 되겠구나 라는 그냥 과제가 되게 많았었습니다. 사실은 그게 어느 정도는 좀 충격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잠수를 탔죠. 뭐 지금도 잠수가 끝났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정도라고 생각이 듭니다. 네. 그렇게 일을 했다간! (웃음) 좋은 반면교사를 제공해드린 것 같아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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