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수업을 시작했다.
전문가에게 객관적으로 맡겨서 제대로 뜯어 고쳐보자며 4회 패키지를 끊어서 시작했다.
한 시간에 6만원 정도 되는 수업이다. 비싸다.... 기대된다.
나름 15년 이상 회사에서 리더로서 먹고 산 사람인지라, 그리 최악은 아닌 듯하다.
선생님도 중저음의 목소리 톤이 좋다고 먼저 칭찬한다. 물론 자신감을 주는 일도 선생님의 목표 중 하나이니 그닥 그런 말에 일희일비 할바는 아니다.
선생님도 실질적이고 현실적여서 좋다. 발성 및 발음 뭐 이런거 주구장창 시키면 어째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다행이 그런 연습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같다. 바로 함께 스토리텔링 연습을 시작했다.
어떤 주제를 주시면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다. 선생님이 내가 고치면 좋을 부분들을 몇가지 지적해주었다. 역시, 전문가는 예리한 부분이 있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원래 말이 빠르다는 스스로의 단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의도적으로 문장 중간 중간을 의도적으로 공백을 두고 천천히 말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오랜 회사 생활 속에서 얻어진 버릇이랄까 습관이 하나 있다. 내 말 아직 안 끝났는데, 어떤 한 문장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치고 나오는 사람들을 막기 (?) 위해서.. 나도 모르게 다음 문장의 시작을 뭐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생각없이 주어만 뱉어내고 그 다음 문장을 어떻게든 꿰어 맞추는 식이 되었다. 앞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이 말을 시작했는지, 주어는 뭐였더라 가끔 까먹는다. 처음에는 영어라서 그런가 싶었다. 한국말 할때도 동일한 증상이 있는 것을 보면, 결국 스토리를 만들고 말을 조리있게 해나가는 내 능력의 문제인 것 같다. (까먹는 것은 나이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선생님은 문장을 나누라고 한다. 우리가 여기 글을 쓸 때 구구절절 쓰듯 육하원칙이 담긴 긴 문장이 아니라, 접속사로 억지로 연결지은 문장의 나열이 아닌 어색할 정도로 문장으로 나누어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다. 드라마의 모든 문장들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쪼개진 문장들이지만, 어색하지 않고 이해도 쉽고 따라가기 쉽다는 것.
말을 하면서 생각이 빠르게 전개되고 하고 싶은 말이 계속 생각나면서 뭔가 붙이고 싶어지고 할 때에, 차라리 계속 문장을 나누고 나누면, 듣는 사람도 복잡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토리 텔링을 한다고 꼭 결론이 뒤에 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처럼 뭔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하고 싶은 말, 결론을 앞에 먼저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을 던져놓고 그 다음에 머릿속에 하고 싶은 관련된 이야기들을 신나게 붙이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따라오기 상대적으로 쉽고 체게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나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겉멋 및 부담감에, 핵심 및 결론을 말하기 전에 인과관계를 줄줄이 설명하는 경향이 있었다. 남편은 나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본론 및 결론은 언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지쳐서 잠들곤 했었다... 나는 남편이 이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배경설명 및 주변인물 관계도 등등을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앞으로는 그를 위해 두괄식으로 말해주겠다.
이렇게 해서 내 말하는 습관이 변화되고, 좀더 프로페셔날 해질 수 있을까?
나는 특히, 내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어려보이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카리스마 있는 스피치를 어떻게 구사할 수 있는지 선생님의 도움을 구했다. 다음주 수업도 기대가 된다.
나는 내 스피치, 말하기 능력이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브랜드 매니저로서 오랜 시간을 일하면서
수많은 프레젠테이션과 회의 진행 등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없었고,
해외에서도 시니어 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더랬다.
해외에서 날고 기는 리더들 틈에서 나는 내 자신이 초라함을 느꼈다.
침묵은 금이며 나대지 않는 겸손함을 중시했던 한국의 교육환경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사적인 모임에서조차 그들은 그냥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스토리와 성공담과 앞으로의 비전 등을 조리있고 자신감 있게 잘 쏟아냈다.
나는 회사의 업무는 어느 정도 기승전결 준비를 해서 말할 수 있지만,
내 스스로의 스토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도 말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어느 날 우리는 한참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다.
한 호주친구가 "우리 다 같이 인생에서 제일 황당하고 창피했던 순간을 이야기 해보자" 주제를 꺼냈다.
오 마이 갓. 나는 할말이 없는데..
진짜 황당하고 챙피한 이야기가 생각 난다 해도 너에게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고,
나는 원래 나쁜 기억은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이라 기억도 안나고..
기억이 나서 그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고 쳐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분위기 깨는 재미없는 한국 사람이 되었다.
내 사색의 능력, 인생에 대한 고찰,
내 경험 및 이야기를 스스로 조리있게 말로 전할 수 있는 능력.. 진심 갖고 싶다.
힘내자 00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