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피드백 거절하는 용기
나의 성공을 돕고 싶다며 피드백을 주던 인사부의 A 님.
그녀도 나도 동일한 직급의 엄밀히 말하자면 Peer 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한참 인생 후배이니,
다음 커리어 트랙을 위한 조언을 해도 되는지 물었다.
why not? please do.
그녀의 피드백은, 이러하다.
평소 virtual 회의 시 내 내 머리스타일, 옷차림, 화장 등등
좀더 executive 답게 차려 입으라는 것.
내가 그렇게 츄레(?)해보였나?
그래, 가끔 아이 유치원을 보내고 급하게 회의에 뛰어들다 보니 세수도 안하고 온 적 있다. 인정.
머리도 못 감고 티셔츠를 입고 나온 적도 있지. 인정.
그래서 굵은 뿔테 안경도 쓰고, 카메라에서 가급적 머~얼리 앉기도 했는데..
커버링이 제대로 안됬나보네.
중요한 회의나 고객/파트너와의 미팅에서는 적절한 attire를 갖추었었는데...
여하튼 기분은 인절미 10개를 한번에 먹은 듯 안 좋았지만,
그래, 프로페셔날한 여성 리더 보이는 능력은 중요하니까... 일리있다.
모든 피드백은 소중하니까. (정말?)
우리가 그렇게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함께 조직 내의 많은 의사결정을 함께 해왔고
그녀는 내 리더쉽과 능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완벽한 나에게 부족한 한가지가 나의 외모/차림새라는 것인가?
그렇다고 치자..
매일 아침 아무리 바빠도 머리 빗고 풀 메이크업을 하고
원색 티셔츠, 러블리한 스탈, 줄무늬 티셔츠 ? 모두 금지다.
나의 리더쉽도 능력도 모두 그대로지만,
여하튼 여자의 풀메이크업은 자신감을 상승시키고 기분은 좋다(고 치자.)
최근 또 다른 인사부의 여성리더 B님과의 딥톡.
내 leadership journey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우연치 않게 위의 이야기가 나왔다.
Executive하게 보이려고 매일 화장도 열심히 하고
화상회의 카메라엔 잘 안나오겠지만 옷도 잘 차려입고
머리 스타일도 바꾸고 했는데 말이야,
도무지 뭘 더 해야지 이 앳띤 얼굴이 VP나 Executive leader로 보일지 모르겠단 말이지.
나에게 한계가 온 것 같아.
B님은 화들짝 놀랐다.
Global corporate world에서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피드백을 주었는지,
여성리더로서 매우 불쾌한 피드백이라고
그 피드백에 대해서 나의 voice를 내고 불쾌감을 표시했었어야 했다고 열변을 토했다.
무엇보다도 어려보이는 것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장점이라고!
이 쯤에서 나는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리는 중 ㅠ.ㅠ
우리가 남성리더들에게 그러한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그 사람의 리더쉽과 영향력, 팀에 가져오는 가치와 능력 등으로 평가받을 뿐.
우리가 그들에게 리더로서 능력있게 보여야 한다며
수염을 깎으라고, 머리를 자르라고, 양복을 입고 나오라는 피드백/코칭을 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콕 집어서 분노를 표출했다.
왜 여자는 여자에게 이런 피드백을 스스럼 없이 줄 수 있는지, 개탄했다.
맞다..기억을 더듬어보니..
며칠전 전사 글로벌 포럼에 스피치를 했던 President 레벨의 미국인은
PJ(파자마)아닌지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 검정 바탕에 빨강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었고
또 어떤 여성 VP도 러블리한 파스텔톤 하트가 가득 담긴 니트를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아무도 그들의 차림새와 외모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들의 스피치 내용과 그 메시지에서 전달된 emotion만을 기억할 뿐.
띵 하고 한대 얻어맞은 듯 했다.
나는 내 능력, value that I bring to the table으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잘못된 방향의 피드백에 대해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어야 했다.
능력 이외의 나머지는 부수적인 내 취향의 문제일 뿐.
스티브잡스도, 주커버그도,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입는다고
그들의 아우라와 리더쉽이 흔들리지 않는 듯이.
그 이후 나는 자유함을 얻었다.
나는 매일매일 리더로서 의미있게 성장하고 있고
나의 executive leadership voice를 찾아가는 중이며
조직 내 여성리더들이 정당한 기준으로 평가받고 성장해가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오늘도 또 하나를 배웠다.
우리를 잘못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불쾌감을 표현하고
우리의 능력과 본질로 평가되도록 목소리를 내는 용기를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