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69세 생신. 가까이 살며 살을 부딪히며 효도 할 기회가 없는 타향살이 맏딸의 마음은 무겁고 분주하다. 칠순... 검색창에 넣어본다. 어떤 이는 칠순잔치를 하였고, 또 다른 이는 칠순 해외여행을 보내드렸고, 어떤 이는 칠순 선물로 안마의자나 건강보조식품을 해드렸다. 친구가 많고 사교적인 우리 아빠, 일가친척 친구들을 모아 잔치를 하면 기뻐하실까?
요즘은 100세 시대라지만, 사람의 한치 앞 일을 누가 알겠는가. 70세라고 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렇게 아직도 건강해 보이고 명랑하신데, 가는 세월은 누가 막을 수 있겠냐는 대중가요의 가사가 바로 이럴 때 나왔나보다 싶다.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타향 사는 딸과 아빠, 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애틋한 마음으로 만나도 늘 투닥투닥 여느 딸처럼 살가워지지 못한다.
아빠가 대기업 임원 승진을 기대하던 어느 겨울이었다. 경제불황과 회사의 합병으로, 아빠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 정리해고를 당했다. 여러 차례 이런 저런 사업 시도를 해보긴 했지만, 평생 공부와 회사 외엔 큰 관심이 없던 아빠에겐 안타깝게도 사업 수완이 없었고, 우리 가족은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를 지나야 했다. 나름 성공적인 엘리트 코스를 지나왔지만, 어느날 갑자기 변변한 사회적 지위 없이, 지난 20여년간 험한 일에 뛰어들어 근근히 지내야 했던 아빠의 상실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 칠순잔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아빠가 살아온 70년 인생, 의미있는 레거시와 감사한 업적들을 돌아보실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아무리 힘든 인생에도 한번쯤은 "내가 왕년에 이래이래 잘나갔다" 한 시기가 있지 않은가. 그때 그 장소로 가보면 어떨까. 아빠가 술이 좀 오르시면 늘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해외파견 시절의 그 곳이 어떨까. 2-30년전 그 곳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모여, 아빠의 왕년에 잘나간 추억 이야기를 밤새도록 들어보면 어떨까.
맏딸의 고민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