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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Oct 24. 2019

아이들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부모가 되는 연습

나를 초라하게 만들지 마세요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엄마는 유명한 외국어고등학교 입학 시험장에 나를 데리고 갔다. 내가 동의를 했었는지 어떻게 우리가 그 곳에 갔는지 전혀 기억이 없지만, 나는 교실 가득 빽빽히 들어앉은 동년배 여중생들과 함께 영어 듣기평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위해 잘하고 싶었다. 내 옆에 앉아있는 생전 처음보는 친구들보다 잘하고 싶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때의 속 쓰린 실패의 기억은 20년도 넘게 지난 이제서야 나를 흔들고 있다.

엄마는 왜 준비 되지 않은 나를 그 곳에 데리고 갔을까? 16살 내 인생, 영어공부라곤 고작 2년 남짓의 윤선생 파닉스 뿐이었는데. 그것만으로 나는 그 시험을 통과할 만한 영어 실력을 가졌어야 하는 줄만 알았다. 잘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은 영문도 모를 실망감으로 가득채워졌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줄로만 알았던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할 수 있었는지, 나는 내가 지독히 부족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엄마가 되어서야 나는 깨달았다. 어찌보면 내 인생에 첫 공식적인 도전에, 나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벌거벗겨진 상태로 내세워졌었구나. 나는 골리앗이 골리앗인 줄도 모른채, 골리앗 앞에 세워진 믿음 없는 다윗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은 사랑하는 엄마가 진심으로 원망스러운 유일한 순간이 되었다.


나를 왜이렇게 초라하게 만든거야, 엄마?




우리 아이들은 모두 잘하고 싶어 한다. 특히,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어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만큼 준비되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도전이 긍정적인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실패할지라도 지금까지의 준비와 도전 그 자체를 칭찬해주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남겨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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