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라!
우리 사회는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높다 보니 새로운 네트워크 확장에는 다소 소극적이다. 협업에 대해 연설, 저술, 컨설팅을 하는 조직 심리학자 타냐 메논 (Tanya Menon)은 '좋은 기회를 잡는 비밀? 아직 여러분이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The secret to great opportunities? The person you haven't met yet)이라는 TED 강연에서 소셜 세계 확장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의도적인 확장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학생들은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자리에 앉는다는 것을 MBA 학생을 보면서 발견했다. 그런데 이러한 학생들의 행동에서 가장 위험한 점은 자신과 비슷한 몇 명만을 만나고 대학을 졸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학교나 직장 등에서 사회적으로 협소한 삶을 살고 있다.
주변의 친구를 둘러보면 같은 국적, 같은 성별, 같은 인종, 같은 헤어스타일,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면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혹은 새로운 직장이나 새로운 정보가 필요할 때는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지내온 삶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 (Mark Granovetter)는 "약한 연대의 힘 (The 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논문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직장을 구할 때, 강한 유대의 사람보다는 갓 만난 사람과의 약한 연대를 통해 직장을 구했다는 점을 밝혔다. 약한 유대 관계의 사람들이 우리를 새로운 사회로 이끌어 줄 티켓을 가진 사람이지만 우리는 잘 활용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좀 더 계획성 있게 소셜 세계를 여행할 수 있을까?
여기서 소셜 검색엔진은 친구를 찾는 방법과 걸러내는 방법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하루 습관을 따라가 보면 열차 시간표에 있는 정류장을 거치는 것처럼 예측이 가능하다. 이런 네트워크를 더 비효율적으로 만들어 보라. 다른 층의 화장실에 가보고, 전혀 다른 새로운 네트워크의 사람들과 마주해 보라. 우리가 사람들을 걸러내는 방식에 있어서도 첫인상에 따르지 말고 자신의 내면의 분류와 한번 싸워보라. 자신이 느끼기에 가장 흥미가 떨어지는 사람, 보기에 가장 짜증이 날 것 같은 사람과도 이야기 해보라. 스스로를 강제적으로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하여 소셜 세계를 넓혀보라.
연구자들은 소셜 공간을 이야기할 때 그 공간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선택지를 없애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특정 공간에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 예상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주칠 사람을 예상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계획이 필요하다. 강연자가 일했던 어느 대학에서는 각 층마다 우편함이 있었다. 이는 그곳에서 마주치게 될 사람들이 평소에도 계속 부딪치게 되는 같은 층의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우편함이 단 한 곳뿐이었다. 그래서 그 빌딩에 있는 모든 교수진들이 그 소셜 공간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계획 단계에서의 단순한 변화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큰 변화를 만들고 네트워크에서 우연적인 만남을 만든다.
소셜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누구를 만날지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의 공간에 스스로 가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 세계가 무너졌을 때, 소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가장 어렵게 여긴다. 강연자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낮은 사람들을 분류한 후, 두 가지 상황을 관찰했다. 그들이 매우 편안하다고 느끼는 상황의 기본적인 상태를 보면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지위가 높은 사람들보다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에게 실직의 상황과 같은 위협을 가하면 힘든 상황이 만들어 낸 네트워크는 전혀 달랐다.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내부로 향한 반면,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고, 더 넓은 네트워크를 생각했으며, 자신 스스로를 좌절에서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은 네트워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정신적으로 자신의 네트워크를 압박하는 것이다. 괴롭힘이나 소외를 당하거나, 실직에 대한 압박을 받거나, 우울하고 약해질 때, 스스로를 외부와 차단하고 고립시킨다. 이로 인해 자신이 가진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자신을 도와줄 동맹과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친구 리스트를 살펴보고 자동적으로 생각나는 사람들을 넘어서는 다른 사람들을 한번 떠올리는 것과 클로드 스틸 (Claude Steele)의 "자기 가치 확인 (self-affirmation)" 연구를 적용해 보라. 자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강점으로부터 네트워킹을 시작하는 방법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먼저 확인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인간관계를 거래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상대는 당연히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인간관계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더 인간미 넘치는 방법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탁해요.", "고마워요.", "천만에요."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거래라는 느낌을 없애고 사회적 관계를 강조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보라. 예를 들면 "같이 참여하여 기뻐요." 혹은 "이런 게 친구가 할 일이잖아."와 같이 말을 해보라.
조금 은유적인 표현으로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대표적인 말이 있다. 마치 기차 여행과 같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기차에 탑승하여 몇몇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기차에 타서 일부는 계속 함께 있고, 일부는 다른 역에서 내리기도 한다. 때로는 새로운 사람이 타기도 한다. 아름다운 표현이지만 기차의 승객은 수동적이고 다소 직선에 가깝다. 특정한 인생의 목적지를 위해서는 내려야 한다.
대신에 스스로를 원자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다른 원자들과 서로 부딪치면서 에너지를 교환하기도 하고, 다른 원자와 결합하기도 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는 늘 한정되기 마련이다. 늘 비슷한 이야기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고가 확장되기는 쉽지 않다. 약한 연대의 힘, 느슨한 연대의 힘을 나 역시 믿는 편이다. 너무 가깝다 보면 사실을 제대로 이야기해주기 어렵지만, 관계가 조금이라도 느슨하면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야기가 때로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느슨한 연대의 힘의 실례로 내 친구의 남편은 직장을 다니다가 실직도 하고, 개인 사업도 하다가 잘 안되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우연히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건넨 새해인사로 인해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주변에 있는 지인을 통해 구인을 하고 있었으나 마땅한 사람이 없어 애태우고 있었다. 마침 친구가 안부인사를 하자 해당 경력자가 있는지 물었고 친구 남편이 적임자였다.
최근 회사에서 자리배치를 새롭게 했다. 위에서 언급한 소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지만, 기존 같은 층에 있던 사람들이 나뉘어 새로운 층으로 이동하였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직군의 사람들과 지나가다 마주치게 되고 인사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나가며 대화도 하게 되어 점심 약속도 잡게 되었다. 단지 자리배치를 다시 했을 뿐인데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고 있다.
힘든 상황일수록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네트워크를 넓힌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더욱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혼자 고민하게 되면 아무런 아이디어가 생기지 않는다. 그런 때일수록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다. 사실 네트워크를 넓혀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차원도 있지만, 조언을 구하고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고민이 정리가 되고 해법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기차여행으로 비유하기보다 원자로 비유한 점이 좋다. 다른 원자들과 서로 부딪치면서 에너지를 교환한다는 점도 그렇고, 다른 원자와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비유도 적절하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차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원자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교환과 새로운 생성을 위해 주고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자기 가치 확인 이론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먼저 확인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