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시내관광과 루돌프 테그너 박물관
보통 주말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지만 첫 토요일은 IPC에서 코펜하겐 투어를 제공했습니다. 106명의 학생을 위해 큰 버스 2대를 대절해서 이동했어요. 시내에서 비싼 점심을 사먹지 않아도 되게 샌드위치와 물까지 학교에서 준비해 줬어요.
덴마크 건축가인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의 8 house (8 TALLET)와 코펜힐(CopenHill)을 시작으로 아말리엔보르 궁전(Amalienborg Palace) 앞 광장에서 구경하다가 뉘하운 운하 보트 투어(Nyhavn Canal Tour)를 1시간 동안 즐겼습니다. 이후 1시간 30분 동안 자유시간이어서 스트뢰에 거리(Stormgade)를 구경했습니다. 이렇게 코펜하겐 시내를 하루 만에 관광하고 끝내는 사람도 있겠어요.
8자 모양의 잔디밭 테라스 건물, 도심의 소각장을 스키장으로 활용하여 만든 관광 명소, 운하를 만들어 보트 투어를 즐기는 여유, 높은 하늘, 그림 같은 구름, 이 모든 게 조화롭게 다가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는데요. 운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일요일엔 한국에서 온 다른 친구와 함께 독립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일찍 식사하고 길렐라이(Gilleleje)에 가서 해변 산책을 한 후 루돌프 테그너 박물관(Rudolph Tegners Museum and Statue Park)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어요.
기차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헬싱괴르(Helsingør) 역에 갔더니 기차가 바로 떠나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헬싱괴르(Helsingør)에서 길렐라이(Gilleleje) 역으로 가는 기차가 한 시간 간격으로 있는 걸 면밀히 살펴보지 않았네요.
그럼 어떤가요? 하버 근처를 천천히 둘러보며 놀다가 기차 타면 되고, 길렐라이까지 못 가면 테그너 박물관만 가면 되죠. 무계획의 여행을 즐기는 거죠. 해양박물관(M/S Maritime Museum)에서 한국의 해녀전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어요. 크론보르성을 가리지 않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 배모양의 박물관을 지하로 건립했답니다. 박물관 샵에서 기념품으로 살 만한 것들을 차근차근 살펴봤습니다.
드디어 테그너 박물관으로 이동하는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라기보다는 트램같이 천천히 달렸어요. 박물관은 Kildekrog 역과 Dronningmølle 역 사이에 있는 듯했어요. 우리는 Kildekrog 역에서 내려 25분간 걸어갔습니다. 뚜벅이들만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즐기며 박물관을 향했습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이 자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나가다 만난 소들이 귀와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맞이 했습니다. 소들조차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자라는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박물관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시간이라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역시나 신용카드가 되지 않는 곳이 있다더니 환전하길 잘했어요. 여기는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준비해 온 크로네를 사용했습니다. 다른 건 물가가 비싼데 커피는 한국과 비슷하면서 리필까지 되어 넘 좋더군요. 야외 정원의 테이블에서 여유 있는 점심시간을 보낸 후 테그너 박물관으로 갔습니다.
외진 곳에 박물관이 있어 한산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저는 좋았지만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거창한 곳은 아니고 아주 소박한 실내 공간과 야외 조각공원이 있었습니다. 2시부터 야외에서 음악과 함께 명상할 수 있다고 해서 우선 야외에서 조각상과 함께 음악에 빠졌습니다.
박물관에서는 부부가 아기와 함께 근무했는데 남편이 덴마크어로 도슨트 투어를 하고 있었어요. 혹시 영어로 우리 둘 만을 위해 설명 가능한지 물어보니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에 못이겨 승낙을 했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원하는대로 둘 만을 위한 도슨트 투어를 받다니요. 테그너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쏙쏙 되었습니다. 2주 후에 IPC 그룹 투어로 또 오게 될텐데 우리는 예습을 철저히 한 셈입니다.
루돌프 테그너(Rudolph Tegner, 1873~1950)는 코펜하갠 출신 조작가인데 덴마크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지 않았다고 해요. Danish Royal Academy of Art에서 공부할 때 부터 천재성을 보이며 작품을 했지만 그의 작품은 덴마크의 휘게 정신에 어긋났어요. 행복보다는 불행이나 절망, 괴로움 혹은 여성성이나 페미니즘적인 느낌의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초기 작품이 여성이 하늘을 향하고 남성이 아래에서 지배당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작품들이 제법 있어요. 못난이 삼형제를 연상시키는 우울한 작품도 있지요. 어머니의 죽음이 작품에 영향을 준게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크게 인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1931년 파리 살롱에서 비평받는 예술가의 고뇌를 드러낸 "헤라클레스와 히드라(Heracles and the Hydra)"로 금메달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고향이 그리웠을까요? 1938년에 그는 코펜하겐에 자신의 박물관을 사비로 세웠답니다. 파리에서의 작품을 모두 운송해온 노력이 대단하지요? 코펜하겐에서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다행히 이렇게 외진 덴마크의 북쪽 마을까지 먼 한국에서 찾아왔으니 말이죠.
5시 기차를 위해 아쉽지만 야외 조각상을 둘러보고 다시 전원의 길을 즐기며 Dronningmølle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지만 다행히 기차를 타서 비를 피했네요. 테그너 박물관을 보며 외진 곳에 있어도 찾아올 사람은 온다며 외진 곳에 두모악 미술관을 만든 김영갑 작가가 생각났어요. 언젠가 저도 책과 글을 전시하는 소박한 박물관을 꾸리고 싶네요.
박물관도 좋았고 찾아가는 과정 또한 즐긴 여행이라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무계획의 여행이 준 선물에 날씨와 풍경이 기쁨을 더한 하루였습니다.
매일 독서 습관 쌓기 /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 내 글에서 빛이 나요 / 주간성찰 구독 / 글코칭 /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