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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r 25. 2018

그녀를 대처하는 법

어색함은 잠시 하지만 내 마음이 편해야

아주 단짝은 아니었지만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회사와의 제휴 스터디 모임도 자주 같이 다녔다. 다른 친구 포함 3명이 함께 1박 2일 여행도 다녀온 적도 있었고, 연휴에는 미술관도 같이 갔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싱글이다 보니 같이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친구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나 포함 4명이 같은 관심사로 엮인 그룹이 되어 같이 식사도 하고 가끔 저녁에 술도 마시곤 했다.


그러던 중 나는 이직을 하게 되었고 옮긴 회사에서 어느 정도 정착을 한 후 4명이 저녁에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대화 중 늦게 결혼하면 출산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는데 유일하게 싱글이었던 그녀는 그런 대화가 불편했던 것 같다. 이후 전 직장에 행사가 있어 그녀가 있는 회사에 갈 일이 있었다.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전화했는데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무심히 넘어갔다. 그녀가 부재중 전화 메시지를 보고 나에게 전화하지 않았다는 게 좀 이상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4명의 모임에서 그녀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했고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그날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고요. 전화가 올 줄 알았는데 안 와서요..."
"네 그날 제가 일이 있어서요."
"그때 우리 모임에서 제가 한 말에 기분이 나쁘셨나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네 좀 그랬어요.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아 이번 한 번으로 화가 난 게 아니고, 내가 한 말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구나!' 


하지만 나 역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럼 그때 풀었어야 하고,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먼저 이야기를 하고 오해를 풀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후 그녀는 단체톡에서 답도 없었고 나갔고 초대하면 또 나갔다. 어차피 이제 난 회사도 옮겨 더 이상 같은 동료도 아니고 더는 만날 일도 없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다른 전 직장 동료의 초대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예전 상황을 잊고 난 반갑게 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고 그제야 우리 사이의 어색함과 이제는 멀어진 관계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 굳이 둘 간의 대화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친했던 두 사람이 서로 어색하고 눈도 마주치기 싫은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다. 약 5분의 고민의 순간이 있었다.


'어차피 더 이상 만날 일도 없을 텐데 그냥 모른 척,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넘어갈 것인가?'
'그래도 옛정이 있는데 조금 더 개인적인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내가 먼저 말 걸지 않으면 그녀는 나와 대화도 하지 않을 기세였고 그 상황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집에 가면 계속 내 마음이 불편하고 아플 것 같았다. 순간 두 가지가 생각났다.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 명은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누구에게 주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인생의 숨겨진 비밀 세 가지 
비밀 1. 통제할 수 있는 시간 "지금" 
비밀 2. 통제할 수 있는 사람 "나"
비밀 3. 선택할 수 있는 감정 "긍정"
- WIN 특강에서


'그녀는 나를 비판하는 한 사람일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닌 일곱 명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런데 왜 내가 불편해야 하는가? 내 마음이 편한 게 더 좋을 수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고, 사람은 나이고, 감정은 긍정이다. 그러니 내가 먼저 다가가 편한 척, 친한 척하는 게 결국은 나를 위해서 좋은 것이다.'


"잘 지냈었어요? 예뻐지셨네요. 피부도 엄청 좋아졌어요."
"어, 제가요? 예전에는 피부가 안 좋았나 보죠?"
"아, 그게 아니고...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거죠~ 어려 보여요"


여전히 까칠한 그녀! 칭찬하면 그냥 기분 좋게 받아주면 좋으련만... 아무튼 내가 먼저 아는 척하고 칭찬까지 했으므로 거기까지면 됐다. 정말 마음에 우연히 그녀를 만날 일이 있더라도 나는 더 이상 어색할 필요도 없다. 내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갔고 안부를 전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발걸음은 가벼웠다. 

'잘했어. 그래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맞는 거야. 내 마음 편하려고 그렇게 한 거야.' 


물론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좋으련만 그게 어렵다면 내 마음을 편하게 정리하는 게 좋은 것이다. 그 순간 긍정적으로 통제한 나에게 칭찬을 보낸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제 그녀를 기억에서 편하게 떠나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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