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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10. 2018

[주간 성찰] 인생에서 독특한 경험

배우고, 반성하고, 성장하는 워킹맘 이야기

한 주가 금세 지나갔습니다. 월요일에는 1년간 지속하였던 마스터풀 코칭 주니어(MCJ) 스터디 모임의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멘토 코치와 함께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주니어 리더들이 <마스터풀 코칭> 책으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동기들의 불가능한 미래 발표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의 열정을 느낀 시간이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같이 공부하는 과정 중에 한 동기분이 리더십 책을 냈더군요. 하루에 A4 3장 쓰는 것을 목표로 한 달 만에 100장을 완성하여 책을 썼습니다. 책을 내는 것은 저의 평생 과제인데 이분은 한 달로 끝내셔서 깜짝 놀라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교육을 들었는데요. 저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사님이 정말 열정적이었고 진심으로 강의하셨어요.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강사로서 저는 얼마나 성심성의껏 수강생에게 정성스러운 강의를 했는지 부끄러웠습니다. 저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반성했습니다. 이번 강의 수강 때 배운 내용을 잘 정리하여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교육장 옆에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있었는데요. 같이 수업을 듣던 동료는 외벌이에 두 아이의 아빠인데 가끔 1년에 한두 번 이곳 교육장에 오면 치르는 의식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스타벅스 리저브 커피를 마시는 거라고 합니다. 6,000원 이상의 커피 가격이 부담스럽고, 리저브 매장이 별로 없어서 1년에 한두 잔만 마신다고 말했는데 마음이 짠했어요. 물론 저도 리저브 커피를 한 번도 마셔보진 못했지만, '아빠든 엄마든 참 힘들게 일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는구나. 그게 부모의 마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은 수능입니다. 오늘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요. 전 인생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두 삼수생의 엄마 경험인데요. 그것도 이 두 삼수생이 동시에 수능을 본다는 사실이지요.

삼수생 자녀를 하나만 두기도 쉽지 않을 텐데. 동시 두 명이라니요.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라고 물을 수 있겠지요. 삼수생이 두 명이라고 하면 여러 반응을 보여주십니다.


학원비 장난 아니겠어요. 어떻게 감당하세요?
긴 인생에서 2-3년 돌아간다 해도 늦지 않으니 원하는 곳에 가면 좋겠네요.
대학이 뭐 그렇게 중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대학 나와도 취업도 어려운데.
자녀분도 고생이 많지만 부모님도 3년씩이나 참 고생이 많네요.
자녀들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나 봐요. 적당히 대학 가는 게 아니라 꿈이 있으니까 삼수씩이나 하는 아닌가요?


다 맞는 말씀입니다. 마지막 것만 빼고요. 우리 아이들의 경우 학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다면 굳이 삼수씩이나 필요했을까 싶어요. 그래서 제가 빌빌거려서 그렇다고 했더니 유머 감각이 있다고 해서 빵 터졌습니다.


사실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공부는 강요하지 않았거든요.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본적인 예의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어요. 공부는 제가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억지도 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가족 해외여행도 다녀왔고요. 제대로 하지 않을 바에는 대학도 가지 말라고 했었어요. 공부 적성이 있는 사람만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삼수도 제가 원해서라기보다 자기들이 원해서 하고, 삼수까지 안 시켜 주면 평생 부모를 원망할까 봐 어쩔 수 없이 허락했어요.


아무튼 정상적인 삼수생 딸과 군대를 다녀온 삼수생 아들이 이번에 세 번째 수능에 도전합니다. 수능시험을 볼 때는 도시락을 싸가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매 수능일마다 맹추위가 몰려옵니다. 그래서 보온도시락에 싸주는 데요. 하나의 보온도시락으로 교대로 사용했었는데 올 해는 두 개가 필요하여 하나 더 장만했어요. 평생 쓸 일도 없는 보온도시락을 두 개나 가지게 되었네요. 평생 경험하지 못할 두 삼수생의 엄마처럼 말이죠.


전 이런 경험을 고맙게 생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행복은 제가 정하기 나름이니까요.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두 아이가 새벽에 학원 나가고 저녁 늦게 집에 올 때마다 강아지처럼 달려나가서 반갑게 인사하는 것뿐입니다. 불안과 초조로 긴장한 아이들을 안아주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이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대안을 모색해야겠지요. 그것 또한 그들이 감내해야 할 인생의 과제라는 것을 스스로 알길 바랄 뿐입니다. 인생에서 이러한 경험이 아이들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어요. 어떤 경험도 쓸모없는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두 아이에게 원하는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응원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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