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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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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17. 2018

[주간 성찰] 적절한 좌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조건

2006년에 <30년 만의 휴식>의 저자인 이무석 정신과 박사님의 세미나에 참여했었어요. 그분의 책도 흥미롭게 읽었었는데 그 세미나에서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어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아이들에게 적절한 좌절(Optimal Frustration)을 느끼게 하라는 것이었죠. 아이들을 과잉보호하지 말고 힘든 후에 느끼는 인격적 성장, 성취감을 스스로 느끼게 하라는 내용이었어요. 전 적절한 좌절이라는 용어가 참 공감되었어요. 지금까지도 종종 그 용어를 떠올리며 강한 아이들로 키우려 노력했어요.


하지만 이번 수능을 치른 아이들을 위로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 이건 적절한 좌절이 아니라 엄청난 좌절이었거든요. 삼수의 시간을 하루에 평가한다는 건 참 가혹하고 잘못된 제도 같아요. 우리 딸은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문제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대요. 그러니 좋은 결과를 바랄 수는 없겠죠. 딸은 수능 후 울었고, 그다음 날은 한 끼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시를 보고 왔어요.


지금은 아주 힘들겠지만 지나고 나면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거야. 일단 논술에 집중하고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자. 그동안 고생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만 그 과정 동안 후회 없이 공부했으니, 그것으로 의미를 두자. 그런 노력과 투자가 미래에 또 어떤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 말자.


이렇게 메시지도 보냈지만 당사자의 아픔을 제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 논술시험을 치르고 오면서 딸의 기분이 조금 풀렸어요. 제가 5년의 시간을 약속했거든요. 대학을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5년 동안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보고 배워보고 시도해 보라고요. 그동안은 어떻게든 제가 도와주겠다고. 부모의 마음은 그런 것 같아요. 언제든 자녀에게 포근한 보금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것.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 이야기처럼 어떤 잘못을 하고 와도 늘 관대하게 받아주는 마음이죠. 너무 과하게 베푸는 것은 문제지만 지금은 이런 위로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제 조금 밝아졌어요. 저도 마음이 놓입니다.


솔직히 대학이 중요하긴 하지만, 공부가 적성이 아니라면 지금 방황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해 방황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으니까요. 다만 이 탐색의 과정이 너무 느슨하지 않고 게으르지 말아야겠죠. 그런 점에서 또 믿어주고 응원하려고요. 지인들 자녀들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을 보면 부럽지만 이를 저의 적절한 좌절로 받아들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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