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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25. 2018

길들여진다는 것
-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어린왕자 제시문 릴레이 글쓰기

여우: 넌 아직은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난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소년: 길들인다는 게 뭐야? 나는 너를 내가 원하는 대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지시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고 싶지 않아.


여우: 맞아. 그건 길들이는 게 아냐. 길들이는 건 바로 이런 거야.


네가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나와 함께 먹고 싶은 거야. 나와 함께 그곳에 가서 '너와 이 음식을 꼭 함께 먹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것. 내가 한 입 먹을 때 너도 모르게 입이 열듯 맛을 함께 음미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과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특별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와 함께 먹을 음식 목록에 넣고 그게 점점 늘어나는 것. 어디를 가든 나와 함께 먹고 싶은 음식으로 넘쳐나는 거야.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가을 거리를 지나며 내 생각을 하는 것. 그게 길들이는 거야. 나와 함께 그곳에 가서 '너와 함께 이 길을 꼭 걷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것. 내가 가을을 느끼며 즐거워할 때 넌 너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며 함께 경치에 동화되는 거야. 아름다운 풍광을 볼 때마다, 나와 함께 갈 장소 목록에 넣고 그게 점점 늘어나는 것. 언제든 나와 함께 가고 싶은 장소로 넘쳐나는 거야.


마음을 흔드는 음악이나 글을 보면서 내 생각을 하는 것. 나에게 음악과 글을 전해주며 '너와 함께 이 음악을 꼭 듣고 싶었어. 너와 함께 이 글을 꼭 읽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것. 그게 길들이는 거야. 내가 음악과 글로 감동을 받을 때 넌 행복을 느끼는 거야. 그 순간만큼은 우리는 하나니까. 가슴이 터질듯한 음악이나 글을 볼 때마다, 나에게 전해줄 목록에 넣고 그게 점점 늘어나는 것. 길들이는 건 바로 나와 함께 듣고, 보고 싶은 음악과 글로 넘쳐나는 거야.


하지만 말이야. 이렇게 나를 길들여 놓고 네가 사라진다면 나는 너무 슬플 거야. 그러니 차라리 나를 길들이지 말아 줘.


소년: 길들인다는 게 그런 거구나. 그렇다면 난 널 길들이고 싶어. 내가 언젠가 사라진다 해도 추억은 그대로 남는 거니까. 우리가 함께 간 식당, 장소, 음악과 책을 보면서 넌 나를 떠올리겠지. 그리고 내가 길들인 여우가 적어도 한 마리 있었다는 것만으로 내 삶은 아름다울 거야.


세상 끝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는 상태: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나에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이병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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