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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y 13. 2018

기술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직업적 다양성과 내가 좋아하는 일하기에 관하여

오늘의 TED추천은 Why tech needs the humanities (기술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로 발표자는 Eric Berridge (에릭 베리지)라는 기업가이다. 발표자는 우리 사회가 너무나 STEM에 집착한다고 믿는 기업가적 인문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일단 여기서 STEM이라는 용어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앞글자를 딴 약어로 이공계 전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TED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0년 전 소프트웨어 컨설팅 회사에서 최첨단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할 특정 프로그래밍 기술을 찾을 수 없어서 고객과 어려운 시간을 보내었다. 엔지니어는 많았지만 그 누구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어 잘리기 직전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바에 가서 Jeff라는 바텐더와 시간을 보냈다. Jeff는 좋은 바텐더가 나눠줘야 할 것을 다 했다. 공감해주고, 그들을 기쁘게 하고, 아픔을 나누고, 고객들이 너무 지나치다고 말해주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는 농담조로 진지하게 자기가 고객을 만나 보겠다고 했다. 


Jeff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 철학 전공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중퇴했지만 똑똑했다. 농담조로 시작된 이야기였는데 실제로 Jeff가 고객을 만났다. 긴장의 며칠이 지난 후에도 Jeff는 계속 고객사에 있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고객은 Jeff를 집에 보내지 않았다. Jeff는 고객의 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무장해제해서 대화를 바꾸었다. 바꾼 대화는 고객이 원했던 것과 만들려고 했던 이유였다. 결국 Jeff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했고, 고객사는 가장 큰 레퍼런스 중 하나가 되었다. 


당시 200명의 직원이 있었고 절반은 컴퓨터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Jeff와 고객의 경험은 그들을 궁금하게 했다. 그들의 Jeff의 성공방식을 비즈니스에 다시 적용하고 싶어서 채용과 교육방식을 바꾸었다. 컴퓨터 과학이나 공학 전공자를 계속 찾으면서도 예술가, 음악가, 작가를 간간이 포함시켰다. 그러자 Jeff의 성공 스토리가 회사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 회사에는 1,000명의 직원이 있다. 100명 이하의 컴퓨터 과학이나 공학 전공자가 여전히 있고, 여전히 컴퓨터 컨설팅 회사이다. 시장에서 일등 기업이고 100억 달러에 이르는 연매출을 가지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만든다.


반면 미국에서 STEM기반 교육에 대한 강조는 극심하다. 우리 모두의 모습이자 엄청난 실수다. 2009년 이후 미국의 인문학 전공자는 그대로인데 반해 STEM 전공자는 43% 증가했다. 기술 경제의 부정할 수 없는 성공으로 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10개 기업 중 7개는 기술 회사이다. 우리 미래 인력은 STEM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STEM에 너무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인문학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상으로 과학에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오늘날 기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이 회사가 다양한 전공자를 채용하여, 특정 스킬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코드 작성 없이 다룰 수 있는 최신 기술 때문이다. 학습을 위해 가능한 정보가 다양하다면 레고와 같이 쉽게 조립하고, 배울 수 있고, 프로그램까지 가능하다. 우리 인력은 특별한 스킬이 필요하지만 그 스킬은 과거의 엄격하고 정형화된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둘째, 직관적인 기술의 세계에서 필요하고 차별화되는 스킬은 열심히 일하여 최종 산출물을 상상하고, 인간으로서 함께 일하도록 돕는 스킬과 실제 세계의 경험과 판단, 역사적 맥락이 요구되는 유용함이다. 


과학이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반면 인문학은 '무엇을 그리고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읽과삶 의견] 이러한 주장은 Golden Circle을 연상시킨다. What, How, Why가 아닌 Why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주장과 일치한다. 즉, Why로부터 출발하는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된다.


인문학은 우리에게 세상의 맥락을 제공하고 어떻게 비판적으로 사고할지를 알려준다. 과학이 의도적으로 구조화된 반면 인문학은 의도적으로 구조화되지 않았다. 발표자가 STEM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과대망상에 빠지면 우리의 미래 직업은 STEM에 의해 지배당할 것이다. STEM에 지배당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전공에 집중하라.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 회사에서 채용하는 일자리 중 65%는 비기술직이다. 마케터,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그램 매니저, 제품 매니저, 변호사, HR전문가, 강사, 코치, 영업, 구매 담당자 등이다. 우리가 모두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래 인력이 필요한 한 가지는 바로 다양성이다. 여기서 다양성은 성별이나 인종으로 끝나선 안 된다. 배경과 스킬,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리더와 팔로워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보면 비단 우리나라만의 실정은 아닌 것 같다. 문과를 나와서는 취직이 안 돼서 너도나도 적성과 상관없이 이과를 가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어린 나이부터 코딩을 배운다.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이라는 프로젝트를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대학은 취직에 도움이 안 된다는 핑계로 인문학 전공을 폐지하고 있다. 정말 인문학이 우리 사회에 필요 없는 과목인가?


불과 20여 년 전 소프트웨어 학과나 전산학과 등의 전공이 없던 시절에 IT회사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다양성이 고려된 타전공 출신자(인문학 전공자)들을 채용했다. 전공과 상관없이 성실한 사람을 채용하여 IT기술을 교육시켜 전문가로 양성하였다. 그런데 의외로 이들이 IT전공자보다 더 성과가 좋다고 들었다. 바텐더 Jeff처럼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혹은 고객의 마음을 잘 읽어서 기술을 개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꼭 IT전공자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예전에 김아타(Atta Kim)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그분은 학부 때 사진을 전공하지 않고 인문학을 전공한 후 이후에 사진을 배웠다고 들었다. 스킬을 배우는 전공부터 시작하기보다는 인문학을 통해 상상력을 키운 후 필요한 스킬을 배운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IT 광풍이 몰아치고 너도나도 코딩에 열광하고 있는, 즉 STEM에 빠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가 하니까 유행에 따라가기보다는 무게중심을 잡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삭막한 세상에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람 중심의 소통이 아닐까?


참고 동영상: Simon Sinek의 How great leaders inspire action (어떻게 리더는 행동에 영감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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