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과삶 Aug 08. 2019

다음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올까?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2기 수업후기

7월 27일 자로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나찾글) 2기 모임이 끝났다. 8월 2일까지 모집한 3기에도 최대 인원 7명을 채워 이번 주 토요일에 첫 수업을 시작한다. 이번 3기에는 사실 합평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 1명이 더 있어서 총 8명과 함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난다. 


3기 모집 초반에는 신청이 저조해서 조바심이 났다. 머릿속에선 이런 질문이 맴돌았다.


'나는 왜 나찾글을 계속하려 하는가?'

'나는 왜 글쓰기 모임을 하는가?'

'나찾글을 통해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가?'


가장 솔직하게는 한 번 해봤으니 계속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끝을 보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사람들을 글로 사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 글은 부족해도 남의 글은 잘 봐줄 수 있다. 글을 깊이 들여다보면 한 인간에 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내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 문우들은 내가 격려하고 응원해주길 바란다. 조금이라도 내가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 내 인생의 경험이, 나라는 존재 그 자체가 그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런 만남과 공헌으로 나만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글쓰기 모임에서 나는 에너지 발산과 더불어 충전을 한다. 마치 자동차 배터리가 충전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듯.


언제 걱정이 있었냐는 듯, 3기 신청자 7명 중 3명은 2기 회원 추천으로 모임에 참여한다. 고객의 추천이라니 감사할 따름이다. 육일약국갑시다》의 김성오사장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 다음 세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나를 통해 만족했을까?

둘째, 다음에 다시 올까?

셋째, 다음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올까?


나도 같은 마음이다. 그런 면에서 나찾글은 대성공이다. 2기 참가자들의 후기를 조금씩 인용해본다.


A님

전 저에 대한 애증이 크고 평소부터 자기 자신에 관심이 많아서, 자아 찾기 비슷한 활동들도 몇 번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족했던 적은 없었죠. 그런데 제가 좋아하고, 또 잘하고 싶은 글쓰기와 합쳐진 자아 찾기라서. 애정을 쏟을 수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 저 자신에게 다가간 기분입니다. 절대로 후기라서 좋은 말을 남기는게 아닙니다. 그동안의 글쓰기로 저를 좀 더 알게 되었고 제가 싫어하는 제 모습까지도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이것만으로도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는 저에게 큰 의미입니다.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쓰고 있다는 사실은 주위에 아무도 모릅니다. 그만큼 저를 지우고 익명으로만 해왔던 저였는데. 같은 주제의 다른 글들을 보며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우들마다 바라보는 방향성의 차이를 통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었고, 따스한 응원도 너무 좋았습니다. 


P님

분명히 평이한 내용이라고 쓴 문장이 타인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거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여러 번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예상했던 충격이라고나 할까요? 객관적인 글쓰기의 첫발을 내딛는, 몸에 좋지만 불편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문우들의 잘 다듬어진 글들을 가슴으로 읽고 따뜻한 합평을 주고받으면서 제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간 칼같이 지키고 꼼꼼하기 이를 데 없으며, growth mindset의 살아있는 모델이신 '일과 삶'님의 지혜로운 퍼실리테이션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 과정을 강력하게 추천했고 다음 기수에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Will you recommend 나찿글?”


T님

글이 치유의 힘을 갖는다는 것을 어느 때보다 깊게 체험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부담 없이 접근했어요. 삶의 즐거운 순간이나, 돈 시간의 제약이 없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같은 주제를 만났을 때는 마냥 행복하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어요. 그런데 제 글을 읽고, 저도 몰랐던 제 마음을 발견해 주고, 있는 그대로의 제 글을 수용해 주는 문우분들 덕분인지 저도 모르게, 힘들었던 때의 기억, 다시 꺼내 보고 싶지 않았던 순간의 기억도 꺼내 보고 글로 써볼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글을 쓰는 행위가 치유의 힘을 갖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걸 몸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어요.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던 막연한 가치관을 글로 써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늘 혼자 할 때는 어려웠던 소명 찾기였는데, 함께 하니까 좀 더 쉽게 접근하게 되더라고요. 일과삶님이 적절하게 글 주제와 가이드라인을 주신 덕분이 아닐까요. 또 다른 문우님들이 올려주신 글을 보고 참고하며 배울 수 있었던 부분도 컸던 것 같고요. 이번 차수에도 지인과 함께했고, 다음 차수에도 지인을 꼭 추천할 생각이에요. 저와 같은 행복감을 제 주변 사람들도 느낄 수 있길, 스스로를 찾아나가는 여정에 도움을 받길 바라면서요!


OO님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은 나의 정체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나의 역할과 직업에 있어서 주저 없이 나아가고 싶었다. 솔직히 처음에 글쓰기에 대한 욕심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얻은 것은 기대 이상, 상상 이상! 합평 시간의 힐링. 내가 나를 들여다보며 쓴 글을, 문우들이 보고 나를 들여다본다. 같은 대상에 대한 같은 글임에도 글쓴이이자 글의 대상인 나의 시선과 그분들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그리고 참 따뜻하다. 나 또한 문우들의 글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보면서 나의 삶도 반추한다.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서 나의 존재가 치유되고 채워지는 충만감을 얻는다. '일과삶'님의 피드백도 빠질 수 없다. 글의 내용, 형식, 표현, 그리고 나란 사람에 대해 이렇게나 성의껏 들여다 봐주시다니.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객관적이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핵심을 쿡 찔러주신 덕분에 나를 찾아가는 길이 참 든든했다.


U님

이제라도 그만두자는 생각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행복했던 순간을 끄집어내느라 마감 시간에 겨우 맞춰 글을 썼던 게 불과 두 달 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감정의 희로애락, 아리랑 고개를 넘으며 글을 쓰고 읽고 피드백 받아 고치고, 바로 다음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떨림과 긴장의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도 모르는 문우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2,000자 채우기가 어려워 한 글자 한 글자 세면서 쓰다가, 어느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양이 늘어갔고 무의식 깊은 곳에 남아 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하나씩 정리되어 갔다. 지난 2개월간 MBTI, 다중지능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해 탐구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후 여기저기 부딪히고 이리저리 헤매며 나라는 존재에 조금씩 알아갔다면, 이번 글쓰기 과정은 그동안 하나씩 모은 구슬을 한 줄로 꿰는 시간이었다.


M님

지금까지는 태어나 한 번도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보듬고 사랑해 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이번 글쓰기 과정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고, 이제는 어떻게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깊이 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막상 8주 글쓰기가 끝난다니 너무너무 아쉽다. 글쓰기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루틴을 갖기 어려워하는 나를 위해 글쓰기 습관을 갖자고 시작한 일주일에 한 번 글쓰기가, 8주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 빨랐던 8주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긴 인생에서 8주는 어쩌면 눈 깜짝할 새일지도 모르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때로 어떤 순간들은 아주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뒤에 남겨져 앞으로 계속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나를 위한 나침반이자, 북극성이 되어 '나'라는 '누구'를 생성해 나갈 것임에 너무 감사드린다. 


O님

나찾글을 통해 나에 관한 글을 쓰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차근차근 정리하게 되었다. 문우들의 수준에 비해 나는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험하지만 그런 글을 따뜻하게 읽어주고 전해주셨던 감상평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이이지만 진솔하게 고백해 주셨던 그들의 어린 시절, 현재의 고민, 미래의 꿈… 자녀의 첫 출근을 걱정했던 부모의 글에서 내 부모의 모습이 보여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도 있었고 넘치는 호기심으로 대학생 때부터 세상을 신나게 탐험하는 문우님의 글에서 내 대학 생활이 어리석어 보여 반성한 적도 있었다. 타인의 이야기가 내 사고에 환기가 되고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