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내어 읽고, 다른 매체로 보고, 묵히자
글쓰기에서 퇴고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구체적으로 퇴고하라는 말인가? 무작정 읽고 또 읽고, 고민만 하면 되는 것일까? 물론 자꾸 읽으면서 고치고, 다른 표현은 없을지 고민할수록 완성도 높은 글로 마무리된다. 보다 효과적으로 퇴고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내가 찾은 퇴고 팁 세 가지를 소개한다.
눈으로 읽을 때와 소리 내어 읽을 때 글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본인이 쓴 글은 어떻게 전개될지 알기에 눈으로 읽으면 어색한 부분도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머리가 눈보다 빠르다. 하지만 독자는 다르다. 독자는 작가의 글을 처음 보기에 눈으로 읽을 때 주춤하는 부분을 느낀다. 이런 어색한 부분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낭독이다. 본인의 글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분명 고치고 싶은 문장을 발견할 것이다.
예전에 글쓰기 모임에서 과제를 낭독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각자 글을 녹음해서 올렸다. 녹음 파일을 확인하면서 깜짝 놀랐다. 분명히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쓴 글과 읽은 말이 달랐다. 녹음한 파일을 들으며 내가 말하는 것과 글로 쓴 것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고치는 게 좋을지 판단해서 수정했다. 여러 차례 녹음하고 들으며 수정하다 보면 어느덧 깔끔한 글로 새롭게 태어났다. 물론 모든 글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퇴고할 순 없을 것이다. 다른 퇴고 팁을 더 알아보자.
같은 글도 어떤 매체로 보는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노트북 화면에서 보던 글을 핸드폰으로 보면 새로운 글로 다가온다. 한 줄에 들어가는 글자 수에 차이가 있다 보니 단락의 느낌도 새롭다. 글을 읽는 호흡도 달라진다. 그 차이로 모호한 부분을 찾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더 좋은 표현을 떠올리기도 한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 작가도 많으니 반대로도 적용해보자.
나는 글을 소리 내어 읽고 고친 후, 핸드폰을 들고 침대로 간다. 느긋한 마음으로 누워서 글을 감상한다. 핸드폰으로 읽다 보면 글이 고쳐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여유를 즐길 시간도 없다. 휴식은 잠시, 벌떡 일어나 노트북으로 향한다.
글을 쓰는 날의 감정과 시간이 지나 읽는 날의 감정은 다르다. 글을 쓴 당일에 발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적어도 하루 밤은 지나서 발행한다. 다음날 읽으면 보다 독자에 가까운 마음으로 다가선다.
작품을 써내고 난 뒤에는 일단 눈앞에서 치우고 일주일이나 열흘쯤 묵힌 째 흥분을 가라앉힌 다음 다시 꺼내보라는 것이다. 즉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길 때까지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슴으로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중에서
나는 이러한 나만의 퇴고 원칙에 따라 최소 한 번 소리 내어 읽고, 노트북으로 쓴 글을 핸드폰으로 보고 고친다. 그리고 발행일까지 묵힌다. 발행일 전에 다시 한 번 보면서 최종 퇴고를 거친다. 이 글 역시 최소 이 세가지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여러분 만의 퇴고팁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