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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12. 2019

'최고의 나'가 되기 위한 도구

마라톤과 인생 이야기

파리에 가서 마라톤을 마치고 온 동료가 경험을 공유했다. 동료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작년 10월에 경주 마라톤에서 처음 완주하고 이번에 파리 마라톤에서 두 번째로 완주했다. 파리 풍경 사진과 함께 마라톤 경험을 발표할 거라 기대했는데 마라톤과 인생을 연결하여 발표했다. 도대체 마라톤과 인생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우선 자신이 마라톤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보통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단다.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한지 그리고 정말 마라톤이 재미있는가?"


동료는 4개월 동안 매월 150km를 뛰면서 준비했다고 한다. 재미는 글쎄, 사실 고통스럽단다. 하지만 마라톤 훈련의 목적이 불편한 것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The purpose of marathon training is to be comfortable being uncomfortable.) 모든 훈련이 고통스럽지만, 경주에서 편하기 위해 연습한다는 거다. 비단 마라톤만 그럴까? 우리가 익히고 배우는 인생의 모든 것이 불편한 상황에서 편해지려고 하는 게 아닐까? "불편한 것을 편하게 하기 위함 (to be comfortable being uncomfortable)" 이라는 표현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동료는 마라톤에서 얻는 혜택 세 가지를 공유했다. 


첫째, 마라톤은 건강을 유지해주고 확신을 가지게 한다. 


동료는 아침마다 일과 전에 달리기 훈련을 한다. 특히 중요한 발표가 있는 날은 달리기가 긴장을 해소하고 확신을 심어준다고 한다. 비단 달리기뿐 아니라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 역시 요가와 걷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운동을 한 날은 기분이 훨씬 좋다. 내가 사랑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것처럼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마음이 생긴다.



둘째, 마라톤은 작은 것을 감사하게 한다. 


파리에서 동료는 감사를 느꼈다. 마라톤을 핑계로 파리 여행도 즐기고, 직장을 다닐 수 있어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으로 독립했고, 휴가를 낸 동안 자기 일을 다른 동료가 지원해 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단다. 파리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까지 누렸다고 하니 부럽기가 그지없다. 생각해보면 주변이 모두 감사할 것으로 가득하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순간도 감사하다. 저녁에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감사하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감사하다.



셋째, 마라톤은 겸손을 가르쳐 준다. 


49,000명의 파리 마라톤 도전자 중에서 동료는 8,849등을 했다. 동료는 자기 앞에 있는 8,848명을 생각하며 아직도 갈 길이 멀고 겸손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료는 목표했던 시간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일정한 속도로 달렸어야 했는데, 중간에 욕심을 내어 오버 페이스(over pace) 해서 실패했다고 한다. 빨리 달리다 보니 30km를 지나면서 힘들어졌고 결국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그렇다! 동료 말도 맞다. 욕심내면 안 되고 겸손해야 한다. 하지만 난 이렇게 말했다. 


"앞에 있는 8,848명을 보지 말고 뒤에 있는 40,151명을 보세요. 5만 명 중 9천 등이면 20%에는 해당하는 등수니, 자부심을 가지세요."


동료는 이런 멋진 말도 인용했다. 


달리기를 원하면 1마일을 뛰어라. 만일 다른 인생을 경험하고 싶다면 마라톤을 해라.
If you want to run, run a mile. If you want to experience a different life, run a marathon.

- 에밀 자토페크 (Emile Zatopek)


에밀이 말하는 다른 인생은 '최고의 나'가 아닐까? 여러분에게 '최고의 나'가 되기 위한 도구는 무엇인가?


나에게 '최고의 나'가 되기 위한 도구는 글쓰기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잘 쓰려고 독서를 하고, 글을 쓰려고 모든 상황에 집중한다. 아니 모든 상황이 글감으로 나를 자극한다. 글로 나를 드러내고, 세상과 소통한다. 글을 쓰면서 행복을 느낀다. 글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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