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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12. 2019

카우치서핑으로 해외여행하기

젊은 동료의 14개월 해외여행 도전기

뜻하지 않은 곳에서 큰 수확을 거둘 때가 있다. 사내 영어 동아리에서는  매주 번갈아 가며 발표하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기대하지 않은 젊은 동료가 발표한 인생 스토리에서 카우치서핑(Couchsurfing)에 관한 정보도 얻고 도전을 꿈꾸게 되었다.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나오면서 카우치서핑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카우치서핑은 잠을 잘 수 있는 소파를 의미하는 카우치(Couch)와 파도타기를 하다는 서핑(Surfing)의 합성어다. 집주인은 여행자에게 집을 공유하고, 여행자는 무료 숙박을 제공받으며 문화를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다. 카우치서핑을 하면 현지인의 집에 무료로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여행할 수 있다. 여행자는 집주인과 생활하며 문화를 배우고 친구도 될 수 있다. 흥미롭지만 위험하겠다는 생각에 관심이 사라졌다.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잠잘 만한 ‘소파(couch)’를 ‘옮겨 다니는 일(surfing)’을 뜻하는 여행자 네트워크로, 2004년 미국 보스턴의 한 대학생이 시작했다. 인터넷(www.couchsurfing.org)과 페이스북을 통해 운영되며, 세계 10만여 도시에 회원이 약 600만 명에 달한다. ‘숙소 교환’이 아니라, A는 B를, B는 C를, C~Z 중 누군가는 다시 A를 재워주는 식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무료 숙소 품앗이’다. 여행을 원하는 ‘서퍼(surfer)가 목적지 회원들에게 ‘호스트(host)’ 요청을 하면, 호스트는 자기소개서를 보고 교류하고 싶은 기술 · 지식 · 경험 등을 가진 서퍼를 선택, 숙박을 제공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왜 일부 지식인들은 ‘카우치 서핑’을 예찬하는가? - couch surfing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2014. 12. 8., 강준만)


이번에 주제 발표한 동료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책상에 세계지도를 깔아주셨단다. 세계지도를 보고 우리나라가 작다는 것을 알게 된 동료는 언제가 세계여행을 가겠다고 꿈을 꿨다. 주변 친구에게 지속해서 세계여행의 목표를 알렸기에,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 대학 졸업 전에 14개월을 계획하고 10개국을 다녀왔다. 학생의 신분이었기에 항공료 절약을 위해 10개국만 여행했고 숙박과 이동은 카우치서핑과 히치하이킹(hitchhiking)을 활용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이 여성 동료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위험하지 않았어요?"

"완전히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 순 없겠죠.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면 안전함이 드러나고, 불안하다고 느끼면 상대도 그 불안함을 알아채죠."


동료의 눈은 빛났고 알 수 없는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상대가 느끼는 안전함이 바로 저런 게 아닐까. 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강력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사람은 함부로 대할 수 없겠다' 라는 느낌이 왔다. 제가 직접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집주인으로 방을 내어주고 문화를 교류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위험하지 않을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완전히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 순 없겠죠. 내가 안전하다고 느껴질 때 시작하세요."


우문현답이었다. 비단 카우치서핑 뿐일까? 모든 일에 확신을 느낄 때 시작하는 게 맞다. 14개월 동안 여행 다니며 얻은 결론은 "어디를 가도 나는 나다."라는 점이어서 그녀는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부모님의 걱정과 스스로 포기하지 않기 위해 그녀가 정한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위험한 국가는 가지 않는다.
둘째, 어떤 결과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감당한다.
셋째, 아무리 힘들어도 중간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 원칙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텼고, 무사히 14개월의 카우치서핑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사전에 위험을 배제하지만, 결과를 받아들이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원칙. 이런 경험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의 인생이야기는 지혜를 주지만, 20대 청년의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 이야기는 가슴을 뛰게 한다. 젊은 동료 덕분에 내 가슴이 쿵쾅거렸다. 


내 버킷리스트에는 은퇴 후 현지인처럼 각 도시에서 한 달 사는 것이다. 이때 카우치서핑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그때는 노인이니 위험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더 중요하게는 그때 정도면 동료처럼 자신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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