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봉은사 나들이
전 직장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과삶님, 날씨가 너무 좋네요. 이번 주말에 약속 있어요? 없으면 나들이 갈까요? 이렇게 좋은 날씨에 같이 놀러 갈 사람도 없고... 일과삶님이 일 순위이고 혹시 바빠서 안 된다면 이 순위한테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요."
순간 '언제 나들이를 하러 갔더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여전히 지쳐있고 바쁜 삶을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과연 언제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주말에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동료를 만날 것인가? 밀린 일을 할 것인가?' 순간 갈등의 상황이 나를 감싼다. 하지만 대답은 늘 같다. 난 사람 중심인 사람, 일이 아무리 쌓여도 누군가가 나를 찾으면 만난다. 나를 생각해 준 게 고맙고 만나자고 할 때 만나야지 안 그러면 다음에 연락도 안 올 것이므로. 나를 일 순위로 생각하고 전화하고 그렇게 표현해준 동료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
"네 좋아요. 너무 멀리 가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저도 감사하죠."
그렇게 토요일 봉은사 나들이를 결정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지 않으니 멀지 않은 도심의 절을 선택했다. 이왕 만나는 것 동료 한 명 더 초대해서 셋이서 만났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에 자연은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이했다.
초대된 동료 한 명은 29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자연인이 된 첫날 우리와 함께 만났다. 앞으로 뭘 할지 걱정도 되고 궁금했는데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오십 대의 나이인데도 최근에 토익시험을 봤고, 영작문 개인 수업까지 받고 있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박사과정에 입학한다는 선언이었다.
"인생의 반을 살았으니, 이제는 남은 반을 박사도 하고 공부하면서 후반부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항상 나이는 상관없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다시 한번 내가 편견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적된 경험으로 다른 회사에 이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오십 넘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박사의 과정이 너무 험난해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도 동료의 새로운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단 머무르지 않고 도전을 결심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칭찬해주고 싶었다.
동료는 이제 직장인의 신분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때로는 부담스럽게 도전할 것이다.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다. 격려와 지지로 에너지를 보낸다.
"나이는 더 이상 의미 없어요. 더 좋은 기회가 올지도 몰라요. 열심히 찾아보시고 도전도 해보세요."
덕분에 자연 속에서 힐링했다.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동료 덕분에 나를 다시 돌아보았다.
여러분은 얼마나 도전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가끔 자연 속에서 지인과 나들이하는 여유를 보내는가?
직장인의 신분을 벗어나는 때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