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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Nov 26. 2019

나는 누구인가?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 평생 학습하는 인간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평생 학습해야 한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피터 드러커


내가 피터 드러커를 롤모델로 삼는 이유는 96세 임종의 순간까지 학습을 멈추지 않고 사람들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는 미래 모습을 실제 삶에서 행동으로 보여준 석학이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나를 재탐색했다. 내가 행복한 순간, 삶의 의미, 내가 원하는 삶, 장점, 단점, 재능, 의미 있는 경험의 글을 작성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마인드맵을 정리하니 배움과 공유, 성장이 핵심 키워드로 나왔다. 나의 모든 욕구와 동기는 학습에서 출발했다. 나는 "학습에 최적화된 인간"이다. 


교육 당당이라는 직무를 선택한 이유는 예전 직장에서 신규 입사자 교육을 진행하던 교육 담당이 "있어 보였다"라는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했다. 왜 하고많은 직무 중 그녀가 멋있어 보였을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든,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든 나는 지적인 사람이 좋았다. 지적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발한 직무는 내 적성에 딱 맞다. 항상 새로운 것을 먼저 받아들이고 이해해서 다른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강의나 코칭, 자료를 제공한다. 다양한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눈에 쏙쏙 들어오는 슬라이드를 만들 때 희열을 느낀다. 금요일 퇴근 1시간 전 매니저로부터 다음 주 월요일 간단한 발표를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연히 만들어진 슬라이드는 없고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1시간 만에 만들 수도 없다. 내면에서 치밀어 오르는 "주말에라도 준비해서 발표하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강의와 글쓰기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강의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료도 중요하지만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논리적인 흐름과 감성적인 추임새, 핵심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글쓰기 역시 구조로 논리를 제공하고 내용으로 감성을 터치하며 도입부 혹은 결론 부분에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준비한 슬라이드로 현장에서 강의하는 순간은 독자가 발행된 글을 읽는 순간과 동일하다. 


글쓰기가 은근슬쩍 다가와서 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은 독서와 글쓰기가 점령했다. 주말에 책상에서 글 쓰는 시간이 평일 일하는 시간보다 많다. 주 52시간 근무 위반이다. 주말에 잠을 못 이루고 눈이 번쩍 떠지니 어쩌란 말인가? 이 욕구는 어디서 출발하는 것인가? "내가 아는 것을 혼자 가지지 않고 세상에 알리고 마음"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던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강의로, 글로 사람들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일도 좋아하지만 사실은 사람을 더 좋아한다. 바쁜 일이 있어도 우선순위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일 중심이냐 사람 중심이냐로 봤을 때 내가 사람 중심형 인간이어서 만남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내면의 욕구를 살펴봤을 때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에게서 배운다는 마음" 때문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대화하며 생각지도 못했던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을 배우기도 한다. 때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며 반면교사로 삼는다. 


동료와 가진 점심 식사 자리에서 그녀의 인생을 배웠다. 주말에는 개인적인 약속을 잡지 않고 아픈 엄마의 친구가 되어준다는 말에 나를 돌아봤다. 저녁 식사 모임에서 지인이 유명 대학의 겸임교수가 되었다고 말했다. 준비만 하면 기회는 언제든 온다는 말에 동의하며 인생의 지혜를 되새겼다. 가을을 느끼려고 간 산행에서 코칭자격을 준비하는 동료의 끈기와 열정을 배웠다. 사람만큼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학습 자원이 또 있을까?


일과 삶, 관계 이 모든 동기가 학습에서 비롯된다. 일이 즐거운 이유도, 글쓰기에 꽂힌 이유도, 사람을 만나는 이유도 모두 학습이 원인이다. 세 가지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뭉쳐져서 학습으로 굴러온다. 미소를 머금고 두 팔 벌려 껴안는다. 아니 버선발로 달려가 맞이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한다. 에너지의 원천 역시 학습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바로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 평생 학습하는 인간이라고 주장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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