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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Feb 27. 2020

행복은 과정이고 타인과 나누는 것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5기] 다시 시작하는 행복의 루틴

약 두 달간의 방학이 끝났다. 다시 토요일의 루틴을 시작했다. 문우들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주말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모순같지만 부담스러우면서도 행복하다. 이들의 글을 찬찬히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문우와 대화를 나눈다. 새로운 문우의 인생을 글로 배운다. 감사한 순간이다.


주말에 친구와 양양을 다녀왔다. 푸르른 바다가 우리를 껴안고, 파도 소리로 상처받은 영혼을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는 맛깔난 음식을 먹고, 쾌적한 호텔에서 과거와 미래를 오갔다. 테라피로 몸을 이완시키고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향에 빠졌다. 함께 경험을 나누며 "행복이 별건가? 맛난 음식 먹고 여유를 즐기는 것, 그게 행복이지."라며 공감했다. 그렇다. 행복은 외부에 있지 않고, 결과로 생기는 게 아니다.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며 특히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타인과 나누는 것이다.


난 여태껏 최선보다 차선에 머무른 적이 많았다. 차선으로도 행복하다고 설득했다. 앞으로 남은 삶의 기회에서도 차선으로 만족하고, 행복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포기하고, 적당히 타협하겠지. 그런데 행복의 조건부터가 문제였을 수 있단 걸 왜 몰랐을까? 결국 내가 세운 행복의 조건은 모두 결과론적이었다고 인정했다. 어리석게도 이것을 이루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누던 행복론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그래서 과정을 위한 행복 조건을 새롭게 만들었다.

-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5기 D님


D님은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정을 즐기기 위한 행복 조건을 만들었다. 그 전에 언제 행복한지를 찾기를 권했다. 내가 언제 행복한지 알면 행복 조건을 더 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 


'소유보다 존재다' 사실 오늘도 나는 흔들렸다. 선택한 일 가운데 단 하나가 틀어졌을 뿐인데 속이 쓰렸다. 좋은 조건들을 모조리 다 가지고 싶었다. 꽃밭을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꽃이 피었다가 시들고 다시 열매 맺는 과정을 놓치고 만개한 순간만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었다. 종일 마음 앓이를 하다가 겨우 고개를 저으며 홀로 피어있는 작은 들꽃 한 송이를 떠올렸다. 너른 들판 다 가져야 행복하다는 생각을 살짝 내려놓고, 산책길에서 만난 들꽃 한 송이의 행복에 마음을 포개보았다.

-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5기 S님


'소유보다 존재다'라는 표현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욕심 때문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만개의 순간보다는 피고, 지고, 버티고,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행복은 과정에 있지만, 내 안에 있을 때 보다 타인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느끼고 나눌 때 더 행복하다.

소소하지만 다양한 행복의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냐는 내 막연한 첫 기대와는 다르게, 사나흘 남짓한 시간 동안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 한 번. 휴대폰에서 우연히 발견한 추억 동영상이란 기능으로 우리 집 어린이의 지난 1-2년간 커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았을 때였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는데 부모가 자기 애 사진들을 보고 기분이 좋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은 단순히 내 새끼가 예뻐서 기분 좋은 것 이상의 가슴이 벅차오르는 행복감이었다. 

-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5기 M님


기분 좋은 것 이상의 가슴이 벅차오르는 행복감은 뭘까? 내 안에서 느껴지는 행복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 행복감으로 표출되는 것이리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행복한 순간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넌 최근에 언제 행복했어?" 질문을 받은 친구는 지금 당장 눈앞에 행복한 순간이 펼쳐진 듯 얼굴에 연분홍빛 화색이 돌았다. 기자 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본가에 내려가 부모님 농사일을 돕던 친구였다. 그 친구의 환한 웃음이 오랜만이기도 하고 내게 없는 그 웃음이 부러웠다. "강아지 밥 줄 때."라고 말하는 친구의 얼굴은 참 맑았다. "하루 3번 슬리퍼 신고 할머니 댁까지 5분밖에 안 걸리는데 그 수고를 하고 나면 세상에서 제일 밥을 행복하게 먹는 한 생명체를 볼 수 있지. 밥 주는 주인이 세상의 전부인 그 아이가 나의 조그마한 노력으로 행복해하는 걸 보면 뭐랄까. 참 신기해. 행복하고" 

-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5기 H님


꼭 자녀가 아니라도 가능하다. 하루종일 주인이 밥 주는 시간을 기다리고, 그 순간이 왔을 때 오롯이 집중해서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나만 믿고 의지하는 생명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 그 순간만큼은 진실한 사랑을 나눈다,


남들이 보기에 나의 평일이 벅차 보일지 몰라도 사실 도시락을 싸면서 난 꽤나 행복하다. 점심에 사람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 나눌 남편의 모습도 상상해보고, 내 정성이 남편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본다. 난 다툴 때도 도시락을 싸준다. 그럼 그 어떤 다툼도 그날 점심을 넘기지 못한다. 기분이 나빴을 텐데도 도시락을 준비한 내게 남편은 고마움을 느끼고, 나는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기분 나빴던 감정이 없어진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면, 내 도시락을 보고 화가 풀릴 상대를 그려본다. 그렇게 점심에 우린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섭섭함을 풀게 되고, 퇴근 후 행복한 저녁 밥상을 맞이하게 된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그 시간은 온전히 상대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더 행복한 시간이 된다. 

-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5기 C님


온전히 상대를 위한 일이기에 도시락 싸는 일이 행복하다는 C님. 나만 생각하고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기에 더 행복할 것이다.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나누고 다시 그 마음을 주고받기에 행복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피드백을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고 부담스럽지만 내 정성을 나누고 감사한 마음을 받기에 행복하다. 때로는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우리는 행복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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