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와인을 고르듯 좋은 OO를 고르는 법
눈이 번쩍 뜨이는 자기만의 기준을 찾는 법
"좋은 와인은 어떻게 고르나요? 저는 와인을 잘 몰라서 보통 라벨을 보고 고르거든요. 라벨이 이쁜 와인을 고르면 대충 맛도 괜찮더라고요. 아무래도 라벨에 신경을 쓴 와인이 맛도 좋겠죠?"
회식 자리에서 동료가 한 질문입니다. 순간 전 책이 생각났어요. 우리가 책을 고를 때 표지 보고 끌려서 사기도 하잖아요? 표지만 보고 샀다가 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슷하죠. 아무래도 표지에 신경을 쓴 책이 내용이나 편집에 신경을 더 쓴 책이라고 볼 수는 있죠. 와인을 잘 고르는 분의 대답은 이랬어요.
"저도 와인을 잘 모르지만, 이렇게 해봤어요. 정말 싼 와인을 종류에 상관없이 많이 마셨어요. 요즘 마트에 가면 만 원대 저렴한 와인이 많거든요. 그걸 종류별로 다 마셔보는 거죠. 그렇게 저렴한 와인의 다양한 맛에 익숙해진 상태를 일단 만들어 뒀어요. 그러다 정말 맛있는 와인을 마시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라벨을 보면 제 머릿속에 각인이 되죠. 그런 와인 몇 개를 기억하고 있다가 식당에서 고르면 모두 만족해하죠."
그렇습니다. 저에겐 커피가 그랬어요. 커피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브랜드에 상관없이 많이 마셨죠. 어느 순간 어떤 브랜드의 커피가 맛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책도 그래요. 일단 여러 종류의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어떤 책이 소장의 가치가 있는지 혜안이 생기더군요.
딸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남자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봐야 해. 그래야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어. 한 사람만 처음부터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빠져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치게 돼."
하지만 염려한 대로 딸은 일 년 이상 첫사랑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어요.
얼마 전 동료가 저에게 묻더군요.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데 어디가 좋은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그런 걸 알려주는 곳이 있나요?"
"아무리 어떤 사람이 좋은 독서 모임이라 해도 본인이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으니 저는 일단 어디든 참여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곳저곳 참여하다 보면 어디가 좋은지, 어느 모임이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좋은 곳의 기준은 결국 본인에게 맞느냐 아니냐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와인이든, 커피든, 책이든, 사람이든, 모임이든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겠죠. 그렇게 속아도 보고,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눈이 번쩍 뜨이는 자기만의 기준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어 답답했는데 오랜만에 회식하며 즐거운 상상에 빠졌습니다. 와인을 마시지 않는데 와인 고르는 법을 열심히 듣는 제 자신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여러분만의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