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도교수님은 과를 통틀어 가장 오랜 시간 연구하시고 책도 많이 읽는다. 영어뿐 아니라 글쓰기 또한 실력이 남다르다. 전공인 교육학 분야에서 가르침을 주었지만 글쓰기 멘토이기도 하다. 어느 날 나에게 《테드 토크》를 추천했다.
"아니 교수님, 영어로 스피치하는 테드(TED), 그 테드 토크(TED TALKS) 맞아요?"
"음, 그 책 꼭 읽어야 해. 주옥같아."
테드 토크라면 내가 2년 전에 읽은 책이 아니던가? 내 북 리스트 파일을 찾아보니 2018년 3월 18일에 완독했고 '보고 싶은 TED 리스트 풀 장착'이라는 한 줄 평으로 남아있다. 인기 있는 TED 소개로 가득했던 책으로만 기억하는데 왜 그 책을 읽으라고 했을까? 그런데 우연히 또 다른 분이 프레젠테이션 전반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난 무엇을 빠뜨린 것일까?
책은 참 신비로운 존재다. 내용은 변함없이 그대로 존재하는데 독자의 상황과 고민에 따라 달리 읽힌다. 2년 전 《테드 토크》를 읽던 당시 나는 TED의 매력에 푹 빠져서 TED 번역도 하고 매거진도 발행하던 때다. 그러니 책 속에 소개된 TED 강연에 함몰되어 플레이리스트가 큰 수확이라고 여기고 책을 덮었다. 이번에 다시 책을 열었다. 그때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 이번엔 보였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분명 대중 스피치를 위한 책이다. 18분 이내에 강렬한 연설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TED 대표이자 수석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이 경험에 기초하여 차근차근 설명한다. 프레젠테이션 실력을 향상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독서다. 그런데 이게 연설에만 적용될 수 있을까? 글쓰기에도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교수님이 추천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소중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하는 방법┃
연설이든 글이든 연설가나 작가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이 책에서는 시간 안에 충분히 이유를 설명하고 실제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라고 한다. 글로 따지면 주저리주저리 나열하지 말고, 필요한 분량으로 실제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라는 의미다. 아래 질문에 고민하고 생각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때 작가와 독자의 간격이 좁혀진다.
-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보여준다. 답하려는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어떤 경험을 공유하려는 것인가.
- 각 항목의 실제적 사례와 이야기, 사실로 살을 붙인다.
┃말을 아끼고 여백의 미를 살려요┃
책에서 이 문장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고 글쓰기 수업에서 늘 지적받던 영역이다. 너무 친절한 글은 지루하다. 글을 쓰면서 여백을 줘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상상도 하고 들어올 틈이 생긴다. 여백과 동시에 중요한 점은 호기심이다. 책에서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열심히 노력하고도 성공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면 어떨지 제안한다. 나는 항상 바른 글, 친절하게 설명하는 글, 정답이 있는 뻔한 글만 썼기에 이 부분이 가장 따갑게 와닿았다.
- 연설을 2분으로 줄이건 18분으로 줄이건 1시간짜리건 상관없다. 시간제약과 상관없이 ‘흥미를 자극할 만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부분만 포함시킨다'는 사실에 동의해야 한다.
┃기억해야 할 4가지 요소┃
무대에서 이야기할 때는 다음 4가지 요소를 기억해야 한다.
- 청중은 등장인물을 매개로 이야기에 공감한다.
- 긴장감을 유도해야 한다. 호기심이건 사회적인 흥미건 실질적인 위험이건 어느 것으로 유도해도 상관없다.
- 자세하게 전달해야 한다. 자세하지 않으면 생동감이 떨어진다. 단, 너무 자세하면 이야기 전개가 어렵다.
- 재미있거나 감동적이거나 새로운 사실을 전달해 이야기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한다.
연설에서의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4가지 요소를 저자는 위와 같이 알려주는데 이게 글쓰기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 독자는 저자 혹은 글에서 언급한 인물의 경험에 공감한다. 어떻게 독자와 공감할지 고민하자.
- 긴장감을 유도해야 한다. 호기심과 여백의 미를 기억하자.
- 자세하게 전달해야 한다. 추상적인 글을 피해야 할 이유다. 구체적으로 묘사하자.
- 재미있거나 감동적이거나 새로운 사실을 전달해 이야기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한다. 결국 글로 전달하려는 핵심은 이 세 가지, 재미, 감동, 정보 범주 내에 있어야 한다. 내가 쓴 글이 이 범주 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퇴고를 더 하거나 작가의 서랍 속에 영원히 보관해야 할 것이다.
PS. 사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짧은 프레젠테이션이나 연설에 관한 것이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Part1. 연설의 기초, Part2. 연설의 기초까지 정도다. 본 서평은 작가의 주관에 따라 글쓰기에 과도하게 치우쳐 쓴 글이다. 하지만 글쓰기 뿐 아니라 예술, 사람과 상호 작용하는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