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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Apr 10. 2021

여러분의 가상세계는 안녕하신가요?

시행착오는 나의 일상


재택근무를 한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얼마 전 친한 동료와 점심을 먹으며 흥미로운 표현을 배웠습니다. '누군가를 만난 적이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이렇게 던진다고 해요.


"그 사람, 2D로 만났어? 3D로 만났어?"


웃픈 이야기인데요. 2D는 줌과 같은 가상 툴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는 의미고 3D는 직접 만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틀린 말도 아니죠. 코로나19 이후 입사한 직원도 꽤 되어서 매우 익숙한 얼굴이지만 대면한 적이 없는 직원이 제법 있으니까요. 심지어 얼굴 없는 미남, 미녀도 있다는데요. 줌 미팅에서 절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함께 활동하는 많은 분을 직접 만난 지 1년이 넘었어요. 코로나19 전에는 온라인 모임이더라도 정기 오프 모임(정모)을 하기도 하고, 모임의 한 기수가 끝나면 직접 만나서 회포를 나누기도 했는데 말이죠. 이제는 5인 이상 모임을 하기 어려우니 대면하기가 쉽지 않아요. 상황이 이러다 보니 줌으로만 만난 사람이 실제 만난 것 같이 느껴져요. 분명 줌으로만 만났을 뿐인데 아주 친숙한 느낌. 이제 우리는 점점 비자발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되어가는 걸까요?


줌 미팅에 소회의실 기능이 있는데 사용하거나 참여해 본 적이 있나요? 전 수개월 전에 아태지역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는 회사 교육에서 처음 경험했는데요. 참 신기했어요. 오프라인에서 했다면 그룹 토의인데 이게 가상으로 구현되더군요. 진행자가 토론할 주제를 정해주고 소회의실을 만들어 줬어요. 전 가만히 있었는데 자동으로 소회의실로 이동했죠. 강제로 할당된 소회의실 구성원과 관련 주제를 토의하다가 주어진 시간이 흐르니 60초 후면 메인화면으로 돌아간다는 안내 메시지가 떴어요. 그리고 자동으로 주회의실로 돌아왔고 강사는 각 회의실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공유하라고 했어요. 가상이지만 아주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죠.


두 번째 경험은 성봉 영어의 이성봉 님이 이끄는 '토요 원서 미식회' 모임에서 경험했어요. 인원이 제법 되어 소회의실에 참여해서 각자 읽은 원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라고 했죠. 이미 소회의실 경험이 있던 저는 익숙했죠. 제가 먼저 나서서 자기소개도 하고 읽은 책 경험을 나눴어요. 몇 안 되는 사람과 그룹이 되니 모두 한마디씩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세 번째 경험은 회사에서 마음 챙김 (mindfulness) 특강을 들을 때였어요. 자기연민 체험을 위해 두 사람씩 소회의실에 참여했는데요. 각자 최근에 가진 행복했던 순간을 나누도록 안내받았습니다. 각자 3분씩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제가 먼저 3분 이야기했더니 상대는 2분 밖에 시간이 없어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 많으면 소회의실 기능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 기능을 맹신했습니다.


이번 주 수십 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교육할 일이 있었어요. 세 번 경험한 소회의실 기능을 써볼 기회였죠. 자동으로 인원을 할당하고 사람들에게도 어떤 내용을 토론하라고 충분히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그 '충분히'는 제 기준이었나 봐요. 제가 소회의실에 참여할 때는 강사가 소회의실로 들어온 적은 없었는데 전 각 소회의실에 다 참여해봤어요. 그런데 소회의실마다 침묵이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왜 말씀 나누지 않으세요?"

"기능을 잘 몰라서요."

"소회의실 기능을 처음 써보는 거라 잘 모르겠어요."


그렇군요. 내가 경험해 봤다고, 쉽다고 여긴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잘 참여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나서길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럴 거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사람마다 경험치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기에 학습자를 '충분히' 배려해야 합니다. 


다행히 동일한 교육을 한 번 더 진행했는데 두 번째는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사전에 소회의실 기능을 상세히 알려줬습니다. 처음 참여하는 학습자를 위한 배려입니다. 소회의실의 실장을 미리 정해줬습니다. 소회의실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을 상황을 배려했습니다. 이번에도 각 소회의실을 다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확인했습니다. 한 곳만 빼고 대화를 잘 나누더군요. 멍석을 깔아줘야 이야기를 나누는 학습자였던 것입니다.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개선의 여지도 없었겠죠. 이렇게 배워나갑니다. 가상세계에서의 강의 방법 경험을 쌓아갑니다. 다음에는 설문 기능도 더 써보려고 해요. 얼마 전 설문 기능을 썼다가 결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줌을 닫아버려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아픈 기억이 생각납니다. 줌을 닫아도 결과가 남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시행착오는 제 일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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